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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원의 도시의 매력을 품고 관광도시로 거듭나는 태백시를 가보면
    아들을 위한 인문학/국내여행 2022. 3. 9. 03:38

    여름에는 서늘해서 머물고 싶고 겨울에는 눈이 많아 즐거운 고원 도시인 강원도 태백이다. 원래는 석탄채굴로 유명했던 도시인데 탄광이 폐광되면서 옛 영화를 잃어가는 듯하더니 이를 관광자원화하는 역발상으로 관광도시로 재도약하는 도시이다. 태백시는 금대봉, 함백산, 태백산, 백병산, 매봉산 등 태백산맥에 속하는 1천미터 이상의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분지 형태의 도시이다. 고도가 100m 상승할 때마다 기온은 0.5도씩 내려간다. 태백시내의 해발고도가 600m이므로 시원하지 않을 수 없다. 태백산 입구의 당골광장에 설치된 기온 알림판을 보면 8월에도 낮 12시에 기온이 21도이다

     

    매봉산고랭지채소단지

    태백산 명소 중 하나가 이런 서늘한 기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매봉산고랭지채소단지이다. 해발고도 1100미터 정도에 만들어진 배추밭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의 서늘한 기후를 이용해 재배하는 곳이다. 태백시는 평균 해발고도가 1225미터인 산들이 분포하고 있어 지역 해발고도도 900미터나 되니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평야가 부족하고 농사 짓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태백은 지리적 입지를 잘 활용해 풍력발전을 하고 있다. 매봉산풍력발전단지는 2006년 완성되었다. 해발 1272미터에 위치해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태백시장의 한식당에는 단돈 7천원이면 한우 등심 1인분(400g)을 먹을 수도 있었다. 태백한우는 풍부한 육즙가 질기지 않는 부드러움이 있다. 소를 사육하는 남다른 비법과 냉장 유통이 전제된 것이다. 해발 600미터 고원 목장의 깨끗한 환경에서 길러진 소들은 자연스레 건강한 세포질을 형성하고 그런 세포는 많은 수분과 쉽게 변질되지 않은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 태백한우의 탄생배경은 1980년대 초반부터 논의된 석탄산업합리화정책은 태백시로 하여금 새로운 삶의 길을 개척하게 하였다. 그래서 1980년 중후반 시작된 태백시의 노력으로 1990년 중반에 이르러서야 태백시의 지리적이며 환경적인 요소로 세상에 알려졌다

     

    태백은 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고 특히 태백산눈축제는 유명하다. 축제장은 당골광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와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을 위한 눈썰매장과 눈 조각품들이 큰 볼거리로 선사한다. 보통 하단에는 비전문가들의 작품이, 상단에는 대학생들이 만든 좀 더 세련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눈으로 만든 거북선, 소라, 광부, 고래, 호랑이 등 보는 재미가 있다. 태백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평균에 의하면 1년 중 눈 내리는 날이 23.2일이고 쌓이는 높이는 96.3미터나 된다고 한다

     

    황지연못

    남한에서 가장 긴강이 낙동강으로 517km이고 다음으로 한강으로 514km이다 그런데 이들이 발원지가 모두 태백시에서 출발한다. 한강이 시작되는 곳은 검룡소라고 한다. 지하수가 솟아나는 작은 웅덩이에서 서울을 관통하는 그 큰 강이 시작되고 결국에는 황해로 흘러 간다. 낙동강의 발원지는 황지연못이라고 태백시는 보고 있으나 지리학자들은 답사한 결과 함백산 은대봉의 너덜샘이 낙동강의 발원지라는 걸 밝혔다. 한편 황지연못은 태백시를 남북으로 흐르는 황지천과 만나 남쪽으로 흘러가다 낙동강을 이루게 된다. 태백시를 벗어나기전에 낮은 곳으로 흐르려는 물의 힘이 앞을 가로막은 큰 바위산을 침식해서 구멍을 만든 것이다. 그 앞쪽에 형성된 깊은 연못을 구문소라고 한다. 강물이 산을 뚫고 흐른다 하여 뚜루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동굴입구로 가는 간이기차를 타고 꽤 올라가면 석회동굴인 용연동굴이 있다. 이곳은 전국최고지대동굴로 해발 920미터에 제일 높을 곳이 있는 동굴이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보면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는데 그렇게 가다 보면 지하에 너른 광장이 나온다. 지하수가 석회암을 녹여 만든 곳이다. 석회암은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물과 만나면 녹는 성질이 있다. 오랜 시간 녹은 결과 이런 공간이 만들어진다. 죠스의 두상이라고 불리는 멋진 기둥도 있다. 석회동굴 내부에는 종유석, 석순, 석주가 생성되어 있고 산호모양의 생성물도 있다

     

    태백시가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하여 탄생한 것이 석탄박물관이다. 박물관에 가면 높은 건물이 보이는데 수직 갱도에서 석탄을 끌어올리던 권양로이다.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폐광된 광업소들도 명패로 기록하고 있다. 강원도에는 170개로 가장 많다. 여기는 지하갱도 체험이 하이라이트이다. 조선시대에서도 석탄을 캤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갱목을 운반하는 모습, 석탄을 캐는 모습, 화약 취급소와 갱내 사무실도 재현되어 있다. 그 시절 광부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은 물닭갈비라고 한다. 하루 종일 먼지를 마신 광부들의 입으로는 볶은 음식인 닭갈비가 들어갈 수 없어 닭갈비에 육수를 부어 먹기 시작했는데 집집마다 들어가는 양념이나 채소를 달리해서 개성 있게 만들어 먹었다

     

    새롭게 단장한 탄광도시로 상장동 벽화마을이 있다. 이곳은 최대의 민영탄광이었던 함태탄광과 동해산업 등에 근무하던 광부 4천여명이 살던 광산사택촌이었다. 석탄을 실어나르던 문곡역 부근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2001년부터 탄광 이야기마을 가꾸기 사업을 추진해 집집마다 벽화를 그렸다. 탄광과 광부를 소재로 그려진 그림과 글귀들을 보며 마을을 산책할 수 있도록 조성한 것이다. 캐랙터를 정해 꾸민 점도 인상적이고 뭔가 짠한 마음이 들게 하는 벽화들도 많다.

     

    까치발건물

    이런 곳이 또 있는데 철암탄광역사촌이다. 철암역 근처에 예전의 간판과 건물은 그대로 사용하고 안에 들어가면 전시관이나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철암탄광역사촌에는 아직 운영 중인 철암역두선탄장이 있다. 채굴된 석탄을 선별하고 가공하는 시설인데 1939년 건설된 우리나라 최초이자 마지막 선탄장이다. 역사촌에는 도특한 건물이 있는데 까치발건물이다. 1960-70년대에 이곳의 상점들이 손님들로 넘쳐나 자리가 부족하자 건물 뒤쪽으로 철암천 바닥에 나무나 철근으로 지지대를 세우고 공간을 넓혔던 것이다. 이 건물을 돌아서면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는 아기 업은 아내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있다. 삭막하고 썰렁할 수 있는 경관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이 장소를 의미있게 보존하고자 애쓴 누군가의 노력이 아닐까 싶다. 태백은 여름이든 겨울이든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고원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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