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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에서 양주까지 자전거로 여행하는 남양주 한강의 멋진 모습을 보며아들을 위한 인문학/국내여행 2022. 1. 8. 04:11
이제 팔당역 근처 남양주역사박물관에서부터 양수역 근처 세미원과 두물머리까지 한번 달려본다. 한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최대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길이 조성되어 있다는 걸 깨달게 된다. 길을 멀찍이 바라보면 나무 끝자락 앉은 새들이 보이는데 이것을 남양주시를 대표하는 크낙새의 가로등 조형물이다. 색감이 도드라지지 않게 만들어 자연과 어울리게 하였다. 주변의 솟대나 허수아비도 자연과 어울리는 크기와 색을 지녔다. 표지판 하나하나도 나무판의 재질과 색을 살려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것 같다. 따라서 강변을 따라 걸으며 대화를 나누거나 사색하기 좋고 저녁에도 도심 속 화려한 조명 대신 자연의 빛은 느낄 수 있다. 어떠한 화려한 장식보다 한강 자체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남한강 자전거길에는 눈여겨보면 보이는 디자인 요소들이 많다. 팔당댐 근처 옹벽에 새겨진 수많은 연인들의 사랑 고백 낙서들은 그 자체로 자연스럽고 정감 어린 디자인이다. 과거 열차가 달리던 철로 위를 아스팔트로 덮어 자전거길을 만들었는데 일부 구간을 철로를 남겨두거나 펜스 바깥쪽으로 옛 구조물을 그대로 둔 점이 인상적이다. 달리는 자전거 옆으로 안전한 철제 펜스가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성곽 모양의 펜스로 자연스럽게 바뀐다. 이곳이 다산 정약용의 역사를 간직한 다산길이라는 걸 기억할 수 있게 한다. 한강이 흐르는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감초 같은 재미를 주게끔 디자인된 것이다
팔당역 바로 옆에는 남양주역사박물관이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금석문 전용 전시실이 있다. 철이나 청동, 돌 등에 새긴 금석문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모습이나 생각을 알 수 있다. 직접 탁본의 원리를 이해하고 문화유산을 몸소 느낄 수 있다. 계단벽에는 남양주의 기찻길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1939년부터 운영되던 자그마한 철도역사가 2000년대 중앙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폐쇄되거나 철거되는 운명을 맞았다.
중앙선이 아니라 한강을 따라 나 있는 옛 기차길을 따라가면 남한강 자전거길이 펼쳐지는데 한강나루길, 두물머리길이라고 부른다. 달리다 보면 쌍용양회 시멘트공장이 보이고 시멘트를 실은 긴 화물열차를 목격할 수 있다. 자전거길 중에서도 다산 정약용의 실학정신이 깃든 다산길이 유명하다. 좀더 가면 첫 번째 터널이 나오는데 260m 봉안터널로 입구에는 슬로시티 조안이라고 적혀 있다 슬로우시티 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에서 시작되었다. 시장이 마을사람들과 함께 슬로푸드를 먹고 느리게 살자고 제안하면서 시작하였다. 빠르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느끼게 하고, 농촌과 도시, 로컬과 글로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운동이다. 슬로우시티 운동은 2015년 27개국 174개 도시로 확산되었고 우리나라에도 10곳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곳 남양주시 조안면이다. 조안은 새가 편안히 깃든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자연이 평온하고 아름다워서 수도권 최초의 슬로시티가 되었다
다산의 고향에 왔으니 다산길을 따라 실학박물관에도 가보자. 실학박물관은 다산 문화이 거리 안쪽에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우리나라 실학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잘 보여준다. 제 3전시실은 천문과 지리로 서양의 세계지도가 전해지고, 과학적인 지도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처럼 훌륭한 지도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다산 정약용은 경세치용파, 이용후생파, 실사구시파의 세 사상을 모아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이다. 수원 화성 축조에 사용한 거중기를 만들었고 다양한 저술활동도 했던 그는 학자라기 보다 개혁가에 가까웠다. 다산 정약용 유적지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생가인 여유당이 있고 뒤로 다산 선생묘, 왼쪽으로는 다산기념관 및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양수역 근처의 세미원이 있는데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뜻이다. 곳곳에 빨래판 길이 보이는데, 물론 마음을 씻으라는 의미겠다. 태극문양의 불이문을 통과해 들어가보면 세족대에서 발을 담그는 사람들도 보이고 우리내라고 이름 지어진 냇물에 가지런히 놓인 징검다리도 보인다. 곳곳이 아름답게 가꿔진 정원이 있다. 장독대 분수도 보이고 페리 기념연못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연잎과 연꽃이 너무 아름답다
빨래판으로 조성된 세심로를 지나 배다리로 만들어진 열수주교를 건너면 두물머리로 이어진다. 열수주교 앞에 붙어 있는 주의사항 안내문이 재미있다. 이곳 한강물은 2천만 우리 동포가 마시는 상수원이니 각별히 주의하시고 또 주의하시오. 그래서 이곳 한강물에 쓰레기 버리면 대역 죄인이 되오. 배다리는 정조 13년에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으로 옮길 때 정약용이 제안해 노량진 부근에 놓았던 다리인데 열수주교에 활용했다.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 나루터가 발달했던 장소이다. 한자어로 양수리라고 하는데 이곳에 팔당댐이 건설되고 일대가 그린벨트로 묶이면서 나루터 기능이 멈춰버렸다. 단지 황포돛단배가 있다. 두물머리의 느티나무는 세 그루가 한 그루처럼 자라는 걸로 유명하다. 수령이 400년이나 되었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이나 석양이 물드는 저녁의 두물머리는 그래서 더 아름답다
남양주는 유기농업의 선두지역이다. 세계유기농대회를 개최한데 이어 식생활 문화를 중심으로 슬로라이프 국제대회도 열었다. 청정농산물로 유명한 마을, 친환경 및 유기농산물을 판매하는 마을, 그런 마을이 이미지 자체가 지역 경쟁력이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능내리 연꽃마을이다. 이곳은 다양한 연잎 음식을 개발해 마을기업이 판매하면서 지역 이미지 개선하고 일자리도 창출하고 수익도 올리고 있다. 연잎밥은 물론 연잎차, 건조 연근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백로가 찾아오는 두물머리로 가치를 따로 매길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나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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