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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이 되어 버린 호반의 도시 춘천을 가보면
    아들을 위한 인문학/국내여행 2022. 2. 12. 03:50

    단골 여행지 중 하나인 춘천까지는 열차로 50분대로 주파 가능해져서 수도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시간이 단축된 것은 ITX-청춘열차 덕분이다. ITXIntercity Train eXpress-청춘으로 청량리와 춘천을 연결하는 도시간 급행열차다. KTX와 새마을 사이의 중간급 열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청춘의 청은 청량리와 춘은 춘천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경춘선을 타고 가면서 만나는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등은 젊음과 낭만을 상징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관광지로 많이 찾는 남이섬은 행정구역상 춘천시이고 접근성은 가평이 더 좋다. 남이섬은 섬이 아니었다. 과거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청평호수의 수면이 상승해 홍수떄나 잠기던 강변 언덕이 섬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보통 강 가운데 있는 하중도는 가까운 쪽의 관할이다. 지도를 보면 남이섬이 반달처럼 생겼다. 춘천시 쪽으로는 직선이고 가평군 쪽으로 곡선 거리라는 것이다. 하천이 곡류하면 원심력 때문에 곡류하는 바깥쪽이 깊어진다. 통상 하천의 가장 깊은 곳으로 경계를 짓기 때문에 과거 남이섬은 춘천 쪽에 붙어 있던 땅인 셈이다. 거리상으로도 춘천에 조금 더 가깝다

     

    남이섬은 나미나라라는 독립국을 표방한다. 만국기가 걸려 있고, 여권과 비자도 있고 입국심사도 있다. IMF때 큰 시련이 있었으나 지금은 가족여행지로 사랑을 받고 획기적 변화를 거치면서 지금처럼 스토리가 가득한 공간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친환경 공원, 어린이 친화 공원,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리한 공원이라는 수상 경력도 있고 멋진 풍경 못지 않게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도 펼쳤다. 국제회의와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세계 각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국제적인 인기도 상당하다. 섬안에 남이장군 묘가 있으나 이것은 허묘이고 진짜 묘는 경기도 화성에 있다. 메타세쿼이아, 잣나무, 은행나무 등 친숙한 나무들로 꾸며놓은 산책길은 최고의 힐링 장소중 하나가 되었다. 여기는 자동차가 없고 자전거, 전기자동차, 보트, 로프웨이 등 친환경 탈 거리들이 통행 불편을 해소해 주고 있다.

     

    춘천은 의암호를 낀 호반의 도시이다. 시원한 호수를 끼고 상류로부터 위도, 고구마섬, 상중도, 하중도, 붕어섬까지 여러섬이 있다. 이섬들을 기준으로 북서쪽이 북한강, 북동쪽이 소양강이다. 이 섬들은 남이섬처럼 원래는 섬이 아니었다.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면서 유속이 느려지니 가지고 온 토사를 쌓아서 하천유역에 평지를 만들었는데 이후 의암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수 의암호의 수위가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섬으로 변한 곳이다. 의암호의 중심섬이 중도이고 그에 따라 상중도와 하중도로 나뉜다. 상중도는 밭농사와 과수원으로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하중도는 캠핑장과 강변가요제 등으로 인기 높은 유원지를 레고 랜드라는 대규모 테마파크로 조성되고 있다. 그런데 이 부지에서 대규모 유적이 발견되었다. 청동기시대 공동묘지인 고인돌 100기 이상, 집터 900기 등 발굴된 유물만 수천 종이었다. 고조선의 비파형동검과 청동도끼 그리고 고구려 왕족이 착용한 순금귀고리까지 나왔다

     

    구봉산 전망대는 이름난 카페촌이다. 강릉 안목해변과 양주 장흥 카페촌과 더불어 카페 거리로 유명한 명소이다. 한편 춘천은 침식분지로 빙 둘러싼 산 가운데 솥단지 같이 파인 분지가 놓여있다. 강한 암석과 약한 암석이 있는데 하천이 흐르면서 약한 암석은 쉽게 깎여서 제거되고 강한 암석은 하천이 침식을 쉽게 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높은 산으로 남은 것이다 춘천은 북한강 본류와 비슷한 크기의 소양강이 만나는 합류점이다. 거기에 공지천이라는 작은 총 세 하천이라는 작은 하천까지 모이는 곳이다. 이렇게 하천이 합류하는 곳에 침식분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시가지가 형성돤 곳이 약한 암석이 자리한 곳이다

     

    의암댐

    춘천에는 댐이 많다. 의암댐, 춘천댐, 소양강댐 등등, 북한강이 산이 비교적 높은 강원도를 흐르기 때문에 댐을 막아 수력발전을 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소양강댐은 춘천댐과 의암댐에 비해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춘천댐과 의암댐은 콘크리트로 만든 용수 확보 차원의 댐이다. 그 용수를 이용해 수력발전도 하지만 홍수 조절 기능은 없어서 상류에서 방류를 하면 이 댐들도 바로 하류로 물을 흘려보낸다. 반면 소양강댐은 흙과 자갈로 만든 사력댐이다. 규모로 보나 담수능력으로 보나 우리나라 최대의 다목적댐이다. 이 댐으로 인해 생긴 소양호가 내륙수로 역할을 할 정도이다. 춘천에서 양구나 인제로 여객선과 유람선이 다닌다. 북한의 위협 때문에 우리나라 최대의 담수능력을 갖춘 댐을 콘크리트로 얇게 건설했다간 유사시 쉽게 훼손되어 서울이 물바다가 될 위험이 있다

     

    천전리 유적물

    춘천에는 천전리 지석묘(고인돌)군이 있다. 고인돌은 계급이 있는 사회가 존재했다는 걸 알려주는 지표 유적이다. 의암호 중도에 거대한 선사유적지도 발견되었고, 춘천분지 곳곳에도 고대 유적지가 산재해 있다. 특히 천전리 유적지는 국내 선사시대 유적지 중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 속하여 큰 정치집단의 중심지였다는 것이다. 북한강과 소양강의 수운이 만나고 그곳에 생산성이 높은 널따란 평야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 교통수단은 대부분 하천을 이용한 수운이 중심이었다. 조선시대의 조운제도만 봐도 그 당시 하천을 이용한 수운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소양강댐 위에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인 청평사가 있다. 계곡을 따라 난 오솔길을 걸으면 청평사에 얽힌 상사뱀 전설을 듣고 구송폭포를 감상하는 맛도 쏠쏠하다. 중국 당나라에 평양공주가 살았는데 어느 젊은이가 공주를 사모하다 죽음을 당하게 된다. 그 젊은이는 죽은 후 뱀으로 환생해 공주의 몸을 휘감고 떨어지질 않고 공주는 이곳저곳 절을 찾아다니며 불공을 드리다가 이곳 청평사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 뱀이 이곳 청평사에서 벼락을 맞아 공주의 몸에서 떨어졌다. 공주는 청평사 아래에 있는 구송폭포 위에 삼층석탑을 세우고 돌아갔는데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다. 이탑에 얽힌 전설 때문에 삼층석탑을 흔히 공주탑이라고도 부른다

     

    춘천이 수도권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출퇴근이 가능하고 장보기도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강원대나 한림대 등 춘천에 있는 대학이름이 역명으로 병기된 걸 보면 알 수 있다. ITX로 청량리에서 남이섬이 있는 가평까지는 37분이면 도착하고 춘천까지는 58분이면 된다. 고속도로도 서울 동쪽에서 춘천까지는 한시간 내외이다. 이말은 닭갈비나 막국수를 먹으러 춘천까지 와서 먹고 갈수 있다는 것이다. 닭갈비는 최근에 생긴 음식으로 군부대로 납품하던 닭고기의 재고 처리를 고민하다 생긴 음식이다. 반면 막국수는 춘천뿐 아니라 강원도 전체를 대표하는 토속음식이다. 막국수체험박물관이 있어 메밀밭에서 메밀도 관찰할 수 있다. 춘천에는 경찰박물관과 애니메이션박물관이 있다.

     

    서울과 춘천간의 교통이 좋아져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관광객이 머무는 시간이 짧아지고 춘천시민들도 춘천시내에서 쇼핑이나 소비를 하는 대신 서울로 발품을 팔고 있어 춘천의 상권이 위축되는 형국이다. 춘천은 대규모 개발사업에 관심이 많다. 그렇지만 춘천은 오염되지 않는 자연환경을 살려야 한다. 그리고 현지의 특성을 이해하고 주민의 삶을 체험하는 소규모 여행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중도개발계획이나 백두대간을 훼손한 것이 다소 아쉬움이 있다. 한편 에티오피아한국전 참전기념관의 독특한 생김새와 그들의 전통가옥, 에티오피아길, 기념탑, 커피숍 등이 인기이다. 그리고 강원도립화목원도 추천하고 싶은 관광지다. 멸종위기 식물, 기후변화에 취약한 식물 등 강원도의 특성을 잘 살린 식물원이다. 안에 물레방아도 있는데 강원도 전통식으로 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엮은 굴피집이다

     

    춘천 소양강 처녀

    춘천은 속살을 느끼면 느낄수록 그 저력을 보게 되는 곳이다. 각종 유물이 쏟아지는 유적지, 국지적으로 안개가 많고 연교차가 큰 분지기후, 기후변화에 민감한 고산식물들, 다양한 댐과 호수들, 다채로운 체험거리들, 연극, 애니메이션, 마임축제 등등 이런 것들만 잘 살려도 훨씬 주목받는 관광도시가 될 수 있다. 단기적인 개발성과에 집착하기 보다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설정해 더 아름다운 자연을 관광객에게 보여 줄수 있는 춘천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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