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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주의 심리학이 숨어있는 백화점은 어떤 구조이길래 그런가
    아들을 위한 인문학/심리 2022. 2. 4. 03:21

    화려하고 값비싼 제품들이 고층 건물의 구석구석을 빼곡이 채우고 있는 백화점은 소비를 즐기는 자와 부추기는 자가 행복을 거래하는 자본주의 안식처이다. 1층에는 값비싼 보석이나 화장품 등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위치에 진열돼 있고, 2층은 여성의류가 3층에는 남성의류와 스포츠 용품, 4층에는 아동의류와 가전제품이 전시됐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오면 세일 상품드리 카트 위에 쌓여 있고 지하 식품 코너에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이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다. 창문도 없고 벽시계도 없지만 거울은 차고 넘치는 곳, 엘리베이타는 좁은데다 구석에 위치해 타기 불편하며 에스컬레이터는 중앙에 잡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그곳이 바로 자본주의가 숨쉬는 백화점이다.

     

    한편 백화점은 복잡한 미로에서 출구를 찾아내는 훈련에 단련된 실험실 쥐 같아 마음이 씁쓸할 때가 있다. 한편 백화점에는 유리와 거울이 유난히 많다. 기둥이나 벽도 거울처럼 사람의 모습이 비치는 반들반들한 대리석으로 돼 있다. 누구나 거울 앞을 지날 때면 무의식적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걷는 속도가 느려진다. 백화점의 거울은 고객의 시선을 한번이라도 더 제품에 쏠리게 만드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그리고 백화점은 벽시계와 창문이 없어 시간을 가는 줄 모르고 쇼핑을 하나는 백화점 측의 따뜻한 배려라고 할까. 닭들이 배가 터지도록 모이를 쪼개 만드는 양계장의 형광등 불빛처럼 창문없는 백화점의 샹들리에는 영업시간 내내 백화점 내부를 대낮처럼 밝게 비춘다

     

    매장에 주력상품은 고객의 쇼핑 선호도에 따라 진열한다. 영국과 호주는 좌측통행을 하는 나라의 사람들은 왼쪽에 붙어서 걷는 특징이 있어 왼쪽 옆에 값싼 세일 상품을 카트에 늘어놓고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른손잡이들은 백화점 매장 사이를 돌아다니며 구경할 때 주로 오른쪽을 먼저 쳐다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장 오른쪽에는 가장 중요한 상품들, 즉 한 사람도 놓치지 않고 모든 손님들에게 보여야 할 매장의 주력상품을 주로 배치해 놓는다. 한편 남성은 3-4층에 비해 여성의류을 2-3층에 배치하는 이유는 무거운 쇼핑백에 대한 배려도 있지만 여성용품을 2-3층에 배치함으로 1층에서 화장품과 잡화를 사다가 잠시 위층으로 쇼핑하도록 유혹하는 효과가 더 크다

     

    매장내 물건을 배치하고 진열하는 데에도 숨겨진 법칙이 있다. 상품이 놓인 진열대의 높이에 따라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도 판매율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손을 뻗으면 집을 수 있는 높이에 제품이 놓여 있으면, 고객의 눈보다 높은 위치에 놓여 있거나 무릎이나 허리를 구부려야 집어들 수 있는 자리에 있을때보다 그 제품을 집어들 확률이 4배 이상 높으면 팔릴 확률이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그래서 백화점에서는 제품을 선반에 아무렇게나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이 높은 상품을 손이 쉽게 가는 적정 높이에 배치한다

     

    2-3층에 있는 여성의류 매장에는 간이의자가 하나둘씩 배치돼 있거나 걸터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쇼핑을 싫어하는 남자를 배려하여 여자가 쇼핑하는 동안 쇼핑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남자를 위한 휴식공간이다. 지하 식품 코너에서도 상술이 보인다. 카트를 끌고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 벽면에는 과일이나 야채가 놓여 있고. 안쪽 벽면에는 고기와 생선을 팔며 왼쪽에는 음료수를 판다. 과자나 그밖에 필요한 생필품들은 가운데 위치해 있다. 주부들은 쇼핑카트를 밀고 가장자리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장을 본다. 그 안쪽 트랙에는 그들의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게 하려는 매장 직원들이 시식코너를 앞세워 그들을 유혹한다. 손님들이 가장자리만 돌다 계산대로 직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식 코너는 안쪽으로 갈수록 많다.

     

    또한 식품코너에서는 계산대가 따로 없고 대형마트에서는 계산대 옆에 초콜릿이나 껌, 잡지 등 물건을 진열하여 기다리기 지루한 손님들이 집어들게 한다. 또한 계산대쪽 바닥이 다른 부분에 비해 약간 높게 설계돼 있다. 이는 필요한 물건들을 카트에 넉넉히 담아 계산을 하려고 계산대 쪽으로 가다 보면 조금씩 힘이 들게 된다. 따라서 걷는 속도도 조금씩 느려지고, 그러다 보면 눈에 띄는 물건이 있을 때 카트를 멈추고 그 물건을 집어들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무심코 지나쳤던 물건을 다시 살펴보기 우해 카트의 방향을 반대 방향으로 돌릴라치면 이제는 경사가 낮아지기 때문에 쇼핑 카트는 저절로 계산대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결국 손님은 무의식중에 카트를 따라 다시 매장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계산대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면 다시 경사는 내리막이 된다. 빨리 손님을 매장에서 나아가게 한다

     

    쇼핑의 과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인바이로셀의 최고경영자 인 파코 언더힐이다. 1979년부터 행동심리학적인 관점에서 고객의 쇼핑패턴을 조사하고 도시건축 설계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1989년 인바이로셀을 설립하고 백화점, 은행, 의류점, 레스토랑 등 매장 설계 및 판매에 관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파코 언더힐은 도시인류학자인 윌리엄 화이트의 공공장소 프로젝트에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서 공원에 찾아온 사람들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 온다는 사실을 분석한 것에 감명받아 상업적인 쇼핑에도 과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만들어낸 것이 쇼핑의 과학이고 이는 고객을 위한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업이 고객의 쇼핑 패턴에 맞게 매장을 설계하고 상품을 진열한다면 소비자들은 좋은 상품을 효과적으로 찾고 구매한다는 것이다

     

    한편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판매 전략이 아니랴고 물으면 순진한 생각이다.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와 판매전략을 위한 서비스가 충돌할 때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일까 가령 패스트푸드점을 보면 의자와 탁자는 보기에는 예쁘고 깔끔해 생겼지만 엉덩이를 걸치는 부분이 작고 등받이가 딱딱해서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프고 불편하다. 이것은 의도적으로 손님 회전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패스트푸드점은 항상 최신의 댄스곡이 흐른다. 빠른 음악이 나오면 사람들의 식사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작업능률을 높이기 위해서 작업시간 내내 빠른 음악을 틀어주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손님이 왕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주머니에서 돈이 지불되기 전까지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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