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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느끼는 부끄러운 감정의 수치와 치욕과 굴욕의 어감차이는 어떠한가아들을 위한 인문학/우리말 어감 2022. 1. 14. 02:39
수치와 치욕과 굴욕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느끼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모두 부끄러움을 함의하고 있다. 하지만 세 단어는 부끄러움의 질감에서 미세한 차이가 보인다. 화려하게 차려입고 행사장 레드 카펫 위를 늠름하게 걷은 배우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 그 순간 엄습하는 감정은 치욕이나 굴욕이라기보다는 수치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다고 길거리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면 이는 문화인의 수치라고 할 수 있지만, 문화인의 치욕이나 굴욕이라기 하기는 어렵다. 수치는 명예나 위신, 체면, 품위 등이 손상되어 남 앞에서 떳떳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치욕이나 굴욕도 남들 앞에서 떳떳지 못한 느낌을 가지는 상태라는 점에서는 수치와 별로 다르지 않다. 다만 치욕과 굴욕은 수치에 비해 욕됨, 모멸감의 의미가 더 추가되는 어감이 있다. 우리팀이 상대와 세 번 싸워 세 번 내리 패배했다면 특히 우리가 최상위팀이고 상대가 최하위팀이라면 그 일은 치욕이나 굴욕을 당했다고 할 수 있으며 수치를 당했다고 하는 것은 덜 자연스럽다. 또 병자호란때 삼전을 끓으며 흘린 것이 치욕과 굴욕의 눈물일 수는 있지만 수치의 눈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수치가 자존심 또는 자긍심의 상실로 인한 부끄러움을 나타낸다면, 치욕은 그에 더하여 모욕을 느끼는 것을 뜻하고, 굴욕은 상대에게 굴복하여 모멸감을 느끼는 것을 가리킨다. 곧 수치보다 치욕이나 굴욕이 더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는 상대를 가리킨다
대한민국은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하여 IMF에 구제금융에 요청할 수 밖에 없었는데 경제 주권 포기라고 표현될 만한 굴욕협상을 벌여야 했다. 치욕과 굴욕은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유사한 뜻을 나타내지만 후자가 모멸감의 뜻을 더 강하게 띤다. 굴욕협상, 굴욕외교가 치욕협상, 치욕외교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것은 전자에서 굴복, 굴종, 비굴의 의미를 보다 더 명확히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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