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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골이나 내장 등을 넣고 푹 곤 설렁탕과 곰탕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아들을 위한 인문학/우리말 어감 2021. 12. 24. 04:29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에서 가난의 질곡이 빚어내는 비극적 아이러니를 탄탄한 필치로 그린 바 있는데 소설 전개에서 설렁탕이 도시 하층민의 소박한 소망을 표상하는 대상물로 활용된다. 1920년 서울지역의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소설은 의도치 않게 설렁탕이 서민들에게 어떤 음식인가를 알려준다. 병든 아내가 사흘전부터 설렁탕 국물을 마시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라는 문장이 시사하듯, 설렁탕은 서울의 서민층에게 꽤 인기있는 음식 메뉴였던 것으로 보인다
설렁탕은 소머리, 사골, 도가니, 사태고기, 양지머리, 내장 따위를 물에 넣고 푹 고아서 만든 음식을 가리킨다. 보통 10시간을 고는데 도중에 사태고기, 양지머리, 소머리 등은 적당한 시간에 건져 올려 편육으로 썰어 놓는다가 이것을 국물 위에 얹은 뒤 국수와 밥을 넣어 말아 먹는다.. 간은 소금으로 맞추고 뽀얀 빛깔은 사골의 콜라겐 성분으로 그렇게 되었다. 한때 커피크림이나 전지분유를 사용하여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곰탕은 소고기와 소의 내장을 물에 넣고 푹 끓인 음식을 가리킨다. 양지머리, 사태고기, 양, 곱창 등을 파와 마늘 무와 함께 무르게 푹 끓인 뒤 건더기는 건져 내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양념하여 다시 국에 넣어 끓인다. 이 음식을 곰국이라고 한다. 혹자는 밥을 말지 않은 것을 곰국, 밥을 만 것을 곰탕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곰탕은 설렁탕과 유사하여 두 음식을 혼동하기도 하는데 후자는 뼈를 우려낸 뽀얀 국물 음식, 전자는 고기를 우려낸 말간 국물 음식으로 그 차이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구별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조선말기의 조리서인 <시의전서>에는 고음국이 다리뼈, 사태, 도가니, 꼬리, 양, 곤자소니, 전복, 해삼 등을 넣고 끓인다고 되어 있는 것으로 두 음식의 경계가 흐릿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라도의 나주곰탕은 소고기만으로 우려낸 전형적 곰탕도 있지만, 대구 달성군 현풍곰탕처럼 소꼬리와 양지머리, 우족, 양 등을 넣어 만든 곰탕도 있어 설렁탕과의 구별이 쉽지 않다
설렁탕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가지 설이 있다. 선농단 기원설이 있는데 선농단이란 조선의 임금이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제사를 지내던 제단으로 매년 경칩 후 해일에 제사를 지낸 뒤에 소를 잡아서 큰 솥에 국을 끓여 많은 사람이 함께 밥을 말아 먹었는데 그 국을 선농탕이라 하였다
다른 하나는 몽골어 차용설이다. 고기를 푹 삶은 국을 중세 몽골에서 슐런이라 불렀는데 슐런에 탕을 붙인 슐런탕이 음운 변화를 거쳐 설렁탕이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학계는 몽골 차용을 더 지지한다.
곰탕은 고다의 고기나 뼈 따위를 진액이 나오도록 물에 오래 끓이는 것으로 어근 고에 명사 파생접사 ㅁ과 한자어 탕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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