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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스칸디나비아 신부들은 왜 신혼여행을 싫어했을까 ?아들을 위한 인문학/일반상식 2021. 11. 6. 03:48
영어에서 가장 낭만적인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허니문이 뽑힐 것이다. 성인이 된 남녀가 만남 끝에 결혼식을 치르고 둘만 있는 곳에서 보내는 첫날밤이야말로 당연히 낭만적이다. 일생에 결혼을 한번만 한다면 허니문 역시 한번밖에 없는 날이다. 허니문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신혼여행 또는 우호적인 관계라고 나와있다. 전자는 결혼과 관련해서 후자는 정치와 관련해서 많이 쓰인다. 공통점은 허니문을 긍정적인 의미로 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갓 결혼한 남녀라 당연히 좋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어원을 따져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민속학자들은 신혼여행의 역사가 고대 스칸디나비아 근처에서 널리 행해졌던 약탈혼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약탈혼은 글자 그대로 신부 될 사람을 다른 곳에서 빼앗아 오는 것이다. 이때 남자는 예비신부를 데리고 잠시 몸을 숨겨야 했다. 앞에서 얘기했던 그리스 신화 속 테세우스가 어린 헬레네를 납치했을 때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가 그녀를 찾아 나섰듯이 말이다. 그래서 신부를 약탈한 사람은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 말고는 누구에게도 거처를 알리지 않고 추격자들이 포기할 때까지 숨어 지냈다. 이것이 민속학자들이 말하는 신혼여행의 기원이다
허니문에서 허니는 꿀이라는 뜻이 맞고 북유럽에서는 결혼 첫달에 발효시킨 꿀이나 꿀을 섞은 술을 최음제처럼 마시는 관습이 있었다. 문은 예상과 달리 달빛 아래서 둘만이 보내는 낭만적인 밤을 일컫던 단어가 아니었다. 달도 차면 기울 듯이 꿀 같은 신혼여행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진다는 의미를 함축한 단어다. 이후 16세기 영국의 산문가나 시인들은 이 해석을 근거로 결혼생활을 달이 차고 기우는 것에 비유하곤 했다
신부가 쓰는 베일에서도 약탈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덮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벨라레에서 파생한 베일은 신부를 가리는 데 사용되었다. 약탈한 신부를 다른 곳으로 안전하게 데려가려면 큰 자루에 넣거나 커다란 천으로 감싸야 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천은 얇은 레이스나 망으로 바뀌었지만 용도는 처음과 변함이 없다. 후에 이 베일은 여성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묘한 심리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마치 새로운 신제품을 천으로 덮어 두었다가 사람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천을 천천히 벗겨 소개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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