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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주장이 맞서는 논쟁과 설전과 언쟁의 어감의 차이는 어떠한가아들을 위한 인문학/우리말 어감 2021. 10. 22. 04:33
사람이 사는 곳에는 평화와 사랑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갈등과 마찰이 있기 마련이다. 이때 사람마다 생각과 입장이 다르는데 이에 절충과 타협으로 갈지 아니면 논쟁이나 설전이 될지는 당사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
논쟁이란 어떤 문제에 대하여 논리를 근거를 무기로 하여 말이나 글로 싸우는 행위를 가리키고, 설전이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자기 주장이 옳다고 내세우며 말로 싸우는 행위를 가리킨다. 둘의 공통점은 말로 싸우는 것을 가리킨다는 점이고 차이점은 글로도 싸울 수 있는 논쟁과 달리 설전은 말로만 싸울 수 있는 점이다. 논쟁다운 논쟁은 말보다는 글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글로 논리를 더 정교하게 펼 수 있기 때문이다
논쟁이 중립적인 어감인데 비해 설전은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다. 여야의원의 논쟁은 가치판단이 배제된 상태지만 여야의원의 설전에는 부정적인 평가가 바탕에 깔려있다. 논쟁은 수준 높은 논쟁이고 소모적인 논쟁과 같이 긍정적이고 부정적 문맥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설전은 소모적인 설전과 같이 부정적인 맥락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논쟁과 설전 모두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이지만 논쟁에서는 논리적 전개와 논증이 중요한 가치로 작용하고, 설전에서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최우선의 덕목으로 간주한다. 논쟁은 말보다는 글, 특히 비평과 같은 이론적 글에서 빛을 발한다. 논쟁과 설전은 결합관계에서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논쟁은 쟁점이나 성격을 나타내는 말과 어울려 개헌논쟁, 금리논쟁, 법리논쟁 등의 구를 만들어 내지만 설전은 그러한 구성을 이루기 어렵다. 이는 논쟁의 경우 쟁점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반면, 설전의 경우 쟁점보다 갈등 상황에서 더 주목하기 때문인 듯하다
언쟁은 상대와 서로 옳으니 그르니 잘했으니 못했으니 하면서 다투는 것을 가리킨다. 부부가 육아나 귀가 등 일상의 문제로 인해 서로 대립하여 비난하면서 다투는 것을 언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설전이나 논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언쟁은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감정에 치우쳐 상대를 비난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형제도의 존폐나 안락사의 허용과 같은 이슈처럼 논리를 치밀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하는 경우는 언쟁이라 부르기 어렵다. 이 경우는 논쟁이 가장 적절한 말이라 할 수 있지만 설전도 사용 가능하다. 다만 설전은 강한 공격성 때문에 가시 돋친 말만 난무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산적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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