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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문제를 탁월하게 다룬 20세기의 명저 존 롤스의 정의론아들을 위한 인문학/철학 2025. 9. 9. 02:54
정의론은 공정성 문제를 탁월하게 다룬 윤리서 및 정치철학서로 1971년에 출간되었다. 존 롤스는 각자의 합당한 몫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닌 공정한 절차에 의해 합의된 것을 정의라고 보았고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는 자유와 평등을 통합하려고 했다. 롤스는 존 스튜어트 밀의 틀 안에서 개인의 자유를 우선적으로 강조하며 부와 권력의 재분배를 옹호하는 어떠한 사회주의적 방식도 따르지 않는다. 대신 그는 기회의 평등에 초점을 맞추며 사고 실험을 위해 롤스는 원초적 입장과 정의의 두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원초적 입장은 사회계약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공정한 사회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상태를 상정한다. 이때 합의를 이루는데 필요한 것이 기본적 자유 원칙과 차등에 따른 기회균등의 원칙이다. 다만 합의를 이루는데 있어 선입견과 편견이 끼어들면 안되므로 무지의 베일을 제안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그러면 소수의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불평등이 완화되도록 조정된 사회에서는 정부의 입김이 강해질 수 밖에 없어 자유가 위축되게 마련이다. 이로 인해 롤스가 자유를 대단히 강조하긴 하지만 평등을 극단까지 밀어붙일 거대한 복지 정부의 존립 근거를 제시한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이 책은 플라폰의 국가론처럼 공정한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차이점은 모두를 위한 것이냐 아니면 엘리트만을 위한 것이냐이다. 롤스의 무지의 베일은 플라톤의 동굴 우화와 견줄만 하다
정치철학자인 롤스는 로크와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영향을 받았다. 사회계약론에서는 자연 상태의 시민들이 국가의 보호와 질서를 보장받는 대가로 자유의 일부를 자진해서 포기한다고 가정한다. 여기서 자연 상태란 어떤 법체계나 정의가 존재하기 이전의 원초적 입장을 뜻한다. 루소는 이런 자연상태에서 법에 의거한 사회로 바뀔 때의 비용과 효익을 분석하여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고 결론 내렸다. 롤스는 이런 원초적 입장을 일군의 자유로운 사람들이 정의로운 사회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원칙을 찾아내기 위해 한곳에 모인 상태로 상정한다. 이때 논의되는 원칙으로는 공리주의적 원칙, 직관주의적 원칙, 이기주의적 원칙 등이 있다. 예를 들면 사회가 이기주의적 원칙에 기반을 두도록 선택한다면 일부 사람들에게는 환상적이겠지만 나머지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이에 롤스는 공정한 사회로 인도할 수 있는 두가지 원칙을 제안한다. 언론 결사 종교 등의 기본적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자유로부터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불평등은 완전한 기회의 평등을 포함해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익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이런 두 원칙을 지원하는 제 1의 우선성 규칙은 기본적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위해서만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롤스는 자유의 제한으로 반드시 모든 이가 공유하는 전체 자유 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제 2의 우선성 규칙은 정의가 항상 결과의 효율이나 효용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한 기회의 보장이 사회 전체의 성과를 달성하거나 정부가 국민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롤스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존 이론들의 큰 문제는 사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편견과 선입견에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롤스는 그 유명한 무지의 베일을 제안한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자발적이고 일시적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그들에게 무지의 베일이 씌워져 자신이 누구인지 사회에서 어떤 지위에 있었는지 망각하게 되며서 모두에게 공정성이 주된 관심사로 떠오른다. 무지의 베일은 모두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알지 못하게 만들어 이런 편견을 제거한다. 무지의 베일 아래에서 우리는 물론 탐나기는 하지만 좋은 지위를 얻을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한편 롤스는 자신의 입장을 공정으로서의 정의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사회계약론의 계승자임을 자처했지만 공리주의적 정의관과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사회제도는 질서를 부여하거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가장 공정한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롤스는 이익의 산술적인 총량은 추구하는 공리주의 모델은 개인의 자유와 이해관계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일부 사람들의 자유를 희생시켜서까지 전체의 이익을 늘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롤스는 자유를 강조하기 때문에 이상적인 사회를 결코 절대적인 평등 사회로 보지는 않고 그저 지위나 재산상의 불평등이 발생하기에 앞서 완전히 평등한 경쟁의 장이 제공되는 사회 정도로 본다. 각자의 실력에 의해 신분 상승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이상적이겠지만 그런 사회는 실력을 발휘할 기회의 평등이 전제되어야만 온전히 구현될 수 있다
정의론의 제 2부에서 롤스는 스스로 공정한 사회를 위한 원칙을 결정하고 시행에 착수하여 헌법을 만들고 법을 제정하는 시민들을 상상한다. 이런 과정을 마친 후에야 무지의 베일이 걷히고 각자의 구성원이 사회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게 된다. 이 사회는 입법기구, 독립된 법정 등을 갖춘 자유민주주의와 유사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그 외에도 공립학교, 사회적 최소치, 개방적 경쟁적 경제, 독점 방지 등의 특징이 있다. 정의로운 저축원칙에 따라 현대 세대는 미래 세대를 위해 적정한 자금을 저축해야 한다. 제 3부에서 롤스는 공정으로서의 정의에 기반을 둔 사회가 모든 구성원의 개인적인 성장에 큰 보탬이 되고 그들의 가족에게도 큰 혜택을 준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매우 안정적이고 좋은 사회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사회를 결속시키는 일종의 사회적 접촉제 구실을 한다. 인간의 심리 역시 중요하게 작용한다. 공정성이 모두에게 얼마나 혜택을 주는지를 알고 나면 법을 어기는 일이 법적인 문제를 넘어서서 사회적 이슈로도 여겨져 사람들이 가급적 피하려고 애쓰게 될 것이다. 또 공정한 체제에 동참하면 스스로를 정의롭다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공정성에 기초한 사회는 공적인 이익 외에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혜택을 부여한다. 질서정연가고 정의로운 사회의 일원이 됨으로써 자유를 경험한다. 더는 생존이나 권리를 위해 싸울 필요가 없고 우리가 열망하는 다른 일들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영광의 자리를 홍차에게 빼앗긴 영국 커피
런던 한 모퉁이에 커피하우스가 문을 1652년에 열었는데 이는 허름한 가게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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