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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37) 황혼에 서서 / 설야 / 비는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2. 6. 03:00
< 황혼에 서서 - 이영도 >
산이여, 목메인 듯
지긋이 숨죽이고
바다를 굽어보는
먼 침묵은
어쩌지 못할 네 목숨의
아픈 견딤이랴
너는 가고
애모는 바다처럼 저무는데
그 달래임 같은
물결 같은 내 소리
세월은 덧이 없어도
한결 같은 나의 정
< 설야 - 김광균 >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료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찬란한 의상을 하고
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린다
< 비는 - 김지향 >
비는 하나씩 불안을 벗어 던졌어
비는 하나씩 인습을 벗어 던졌어
비는 하나씩 속력을 벗어 던졌어
비는
그날
떨어지던 모체이후
마음을 비비는 순간
보다 생활을 얹는 시간으로
꿈을 꿰는 감동
보라, 시계를 보는 형안으로
헤엄치는 머리속 질주
보다 만지는 손가락의 정착으로
놓여나는 신경의
분자
잠이 들었던 비는
하나씩 풀리는
잠이 들었어 비는
하나씩 끝내는
잠이 들었어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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