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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36) 사랑의 종말 / 평화의 기도 / 짐승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1. 23. 03:00
< 사랑의 종말 - 로제티 >
죽음만큼 강했던 사랑이 죽어버렸다
시드는 꽃 속에
사랑이 누울 자리를 만들자
머리맡에는 푸른 잔디밭
발 옆에는 돌 하나 놓아
고요한 저녁나절
그곳에 우리 앉도록 하자
사랑은 봄에 태어나
가을이 되기 전에 죽어버렸다
마지막 뜨거웠던 여름날
사랑은 떠나갔다
차가운 잿빛 가을 황혼에
사랑은 머무르려 하지 않았다
우리 사랑의 무덤가에 앉아
가버린 사랑을 노래하자
< 평화의 기도 - 성 프란체스코 >
나를 당신의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오류가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게 됨을 깨달게 하소서
< 짐승 - 휘트먼 >
나는 짐승들과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평온하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안다
그들은 땀 흘려 손에 넣으려고 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환경을 불평하지 않는다
그들은 밤늦도록 잠 못 이루지도 않고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지도 않는다
그들은 불만도 없고 소유욕에 눈이 멀지도 않았다
다른 자에게 무릎 끓지도 않으며
잘난 체하거나 불행해 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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