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화를 작동시키는 배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아들을 위한 인문학/경제 2025. 1. 21. 03:00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긴밀한 경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국가간의 경제적 연결 고리가 전 지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1944년 다양한 국제 협력 기구가 창설됐고, 거기에는 IMF(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그리고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가 있었다. 국제법상 임시 협정이던 GATT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인 WTO로 거듭나며 세계적인 무역 자유화 확대와 공정한 국제 무역 질서 확립을 목표를 했다 이 기구들의 창설 배경에는 경제적 세계화를 진흥하는 목적을 가졌다. IMF는 일시적 경제 위기에 처했거나 경제 성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나라에 돈을 빌려주는 목적을 가졌다. 세계은행은 지구촌 빈곤을 퇴치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GATT는 자유 무역을 통해 세계 번영을 증진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전 지구적인 경제적 협력 관계 구축이라는 패러다임 아래 세계 각국의 경제는 이후 30여년 동안 빠르게 통합돼갔다. 그리고 1980년대 세계에는 신자유주의 열풍이 일게 된다. 정부의 개입을 제한하는 한편 자원의 배분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사상이 정치, 경제계에서 주류가 된 것이다.
이러한 시류를 맞추어 1989년 IMF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채택한다. 이는 세계은행, IMF 그리고 미국 재무부가 고안한 신자유주의 정책이었다. 당시 남미 여러 국가는 방만한 재정과 지나친 정부 지출로 인해 초인플레이션에 허덕였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이런 남미 국가들을 구제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실제 이 정책은 경제 위기에 빠진 남미 국가들에 효과적인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이런 정책을 다른 세계 여러 개발도상국들에도 천편일률적으로 강권했다. 이렇게 세계 경제 대통합과 신자유주의가 국제 경제 질서의 주류를 이루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2002년 세계화와 그 불만을 쓴 저자인 스티글리츠는 미국 정부와 세계은행의 경제 정책을 자문했다. 국제 금융기구의 천편일률적인 경제 정책이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특히 대한민국이나 태국 러시아가 국제 금융기구의 실책으로 불필요한 경제적 고난을 겪는 것을 지켜보았다. 국제 금융기구가 순서, 시기, 강도를 고려하지 않고 펼친 냉혹한 시장 만능주의 정책이 초래한 가장 큰 실책은 바로 사회질서의 붕괴였다. 갑작스러운 충격 요법으로 경제가 제 기능을 멈추면서 사회질서와 평화가 깨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냈던 것이다 세계화와 그 불만은 세계화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했는데 세계화의 번영에도 불구하고 빈곤과 불평등의 골은 깊어졌음을 비판했다. 그러나 제도적 개혁을 통해 세계화의 결실을 모두가 누릴 수 있다고 보았다
세계화와 그 불만은 총 2부 13장으로 구성됐다. 국내 서평 초반부에 세계화를 작동시키는 배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세계화를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IMF, 세계은행, WTO와 같은 국제기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돼야 하는지를 정치적인 양심과 건전한 상식을 가진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설득력있게 다룬다. 세계화의 실패작들이라는 제목이 붙은 1장에서는 세계화의 긍정적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했던 세계인의 번영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한참 못 미쳤다는 사실을 밝혔다. 스티글리츠는 세계화의 실망스러운 성적표의 원인으로 IMF, 세계은행과 WTO를 지적한다.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집착이 실패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2장인 세계화의 다양한 차원들과 3장 새로운 보호 무역 주의에서는 세계화를 촉진해야 할 기관이 어떻게 세계화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는지 설명한다. 첫 번째 이유는 IMF가 정작 도와야 할 국가들은 외면했다는 것이다. IMF의 사명은 경제 위기를 겪고 있거나 전환점에 선 나라가 성공적으로 반등할 수 있도록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IMF는 1997년 에티오피아의 자금 요청을 거절했다. 에티오피아가 돈을 빌리는 조건으로 초강력 긴축 정책을 펼치는 것에 거부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의 인플레이션은 건강했다. IMF는 한술 더 떠 금융시장을 외국 자본에 개방할 것을 고집했다. 이는 이미 가난한 절대다수의 국민을 절대 빈곤으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IMF는 구제 금융의 조건으로 WTO의 자유무역 원칙에 따를 것을 요구하는데 이때 개발도상국의 영세 사업자들은 선진국의 대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 몰락할 수 있다
스티글리츠는 시장 만능주의적인 IMF의 정책 방향이 체제 전환기에 있거나 위기에 빠진 나라의 경제를 구원하는데 전혀 도움이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정책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스티글리츠는 IMF의 속내가 겉보기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세계 경제가 아닌 세계금융권을 위한 것으로 보았다. IMF는 경제를 파탄시키더라도 긴축을 유도하고 지원받은 국가가 빚을 탕감받으려는 시도를 저지한다. 이는 서구은행들이 돈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IMF는 서구은행에 빚진 나라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언제나 서구은행에 진 빚을 갚겠다는 약속을 최우선 순위로 받아냈다. 이는 결국 채무국가가 위기 극복없이 더 많은 빚만 끌어안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는 국제 금융기구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탓에 세계화 혜택이 선진국들에만 돌아갔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가 즉시 개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선진국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던 국제금융기구의 정책 수립에 개발도상국 대변인들도 참여해야 한다. IMF의 강경 긴축 정책이 계속 실패한 만큼 좀 더 현지 상황에 적합한 유연한 정책 기조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기적이고 강경한 세계화 대신 개발도상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모두의 번영을 위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가 이념으로 확립될 것을 강조한다
'아들을 위한 인문학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3의 경제 세력인 중국의 각성 (3) 2024.12.03 전 세계를 뒤흔든 후발주자인 독일의 야망에 대해 (5) 2024.11.14 인류 최초의 산업국가를 이룬 영국에 대해서 (4) 2024.10.15 석유 이권 투쟁과 아랍의 사회 혼란 (1) 2024.08.27 근대 금융자본주의의 출발지인 네덜란드에 대해서 (1) 2024.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