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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피교도들의 커피에서 사교장으로 발전한 커피하우스로 발전하여
    아들을 위한 인문학/커피이야기 2024. 6. 25. 03:07

     

    이슬람 세계에서 사람들이 처음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을 때는 그것을 마시기 위한 특별한 공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밤에 모스크나 수도원 숙소에서 수도사나 세속 신자들이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성스러운 시간에 마셔서 잠을 쫓기 위한 것으로 커피의 사명으로 여겼다. 그러나 아라비아에서 탄생한 커피하우스라는 이 독특한 매커니즘은 커피와 함께 유럽 시민생활에 흥취를 더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아라비아 세계를 석권해버린 커피하우스가 하나의 산업으로 널리 확산한 데는 이슬람 세계에 속하는 사람들의 정신적, 정치적, 경제적 배경 등 다양한 요인이 있었다. 이스탄불의 커피하우스는 카흐베하네라고 불렸는데 하네는 카라반(통상이나 순례를 위해 무리)을 위한 여관이나 선술집을 의미한다. 이슬람교에서 선술집은 술과 음악에 악마적 요소가 잠재해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곳에 드나드는 일 자체를 꺼렸으므로 집에 틀어박혀 지내거나 모스크를 공원 삼아 배회하는 일 외에 달리 할 것이 없었다. 그런면에서 카흐바하네의 폭발적 보급은 바로 이런 결핍을 메우는 자연적인 현상이었다. 커피와 카흐베하네는 쿠란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음료가 수피교와 수도사들이 퍼뜨린 새로운 습관으로 사람들의 눈과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 뒤 수니파인 이슬람 정통파가 중시하는 습관과 마찰을 빚었다

     

    1550년 오스만제국의 영광을 구현한 술래이만 대제시대에 선술집이 그 메인 메뉴를 와인으로 시작해 차츰 커피로 바꿔나간 것은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이로써 카흐베하네는 최초의 술이 없는 선술집이 되었다. 선술집에서 커피하우스의 전환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즈음에 많은 커피하우스가 성지나 모스크로 가는 길에 참배객처럼 늘어서기 시작했는데 이는 독특한 신종 음료가 자리매김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커피는 수피교도나 수도사라는 매우 제한된 범위의 사람들만 마시는 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음료였기 때문이다. 전 이슬람 세계에서 독실한 신자들이 메카를 찾아온다. 카바 신전을 참배해 흑석에 입 맞추고 잠잠성수를 마신 순례자는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검은 잠잠성수를 마셨을 것이다. 커피에 잠잠성수와 같은 효과가 있다는 것은 예멘 커피상인의 공전의 히트 카피였다는 것이다. 커피의 운반과 교환에 이슬람 세계의 거상이나 유럽제국의 상인자본가가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커피는 상품교환사회의 대표적인 상품이 되었다 그들의 커피하우스는 선술집과는 격이 달랐는데 내부 벽면을 프레스코로 화려하게 장식했고 외부에는 편안한 분위기의 정원을 꾸미고 긴 의자를 배치했으며 산뜻한 느낌의 양탄자도 깔았다. 카이로, 다마스쿠스, 바그다드 등 서아시아 대도시 곳곳에 호사스러운 커피하우스가 세워졌다

     

    커피하우스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은 새로운 사교장으로서의 역할이었다. 예로부터 이슬람 사계의 대표적 사교장이라 하면 공동목욕탕이 있었다. 뜨거운 욕탕인 공동 목욕탕은 많은 사람이 모여 알몸으로 교제를 나누는 사교장이었다. 따뜻한 물이 불러 일으키는 생리적인 작용도 무시할 수 없겠으나 공동목욕탕에는 세상살이의 굴레로부터 심신을 벗어나게 해주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이 흘러넘쳤다. 그러나 공동목욕탕은 모의의 자유, 마약의 자유, 동성애의 자유 같은 금기도 함께 뒤섞여 존재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새롭게 생겨난 커피하우스에는 출입을 꺼릴 만한 악평은 거의 없었다. 커피하우스는 공동목욕탕처럼 공적이지도 않고 사적이지도 않는 독특한 공동영역을 형성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며 그곳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훗날 유럽 카페 문화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카페 한 곳이 오래된 공동목욕탕을 개조해서 탄생한 사례도 있다

     

    커피하우스는 자연스럽게 사교를 하는 곳이라서 커피 탄생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금욕적이고 반사회적인 수피교도는 커피하우스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커피는 신과 합일을 촉진하는 것이지 빈둥거리면서 사람을 상대하고 진지함 없이 방탕해서 시간을 때우며 커피를 홀짝거리는 것은 욕망을 없애고 세상의 허례의식을 삼가는 카와의 본래 의미에 반하는 것이다. 이슬람 세계 주요 도시의 번화가나 아름다운 자연을 활용한 호사스러운 커피하우스가 이슬람교도의 이목을 끌지는 않았다. 이슬람 세계를 여행한 유럽인들이 카흐베하네와 커피에 주목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뜨거운 비알코올 음료 그 자체가 무척 신기하게 여겼다. 이들은 검은 음료를 경탄의 눈길로 보았다. 이것을 이슬람의 와인 내지 레반트의 레큐어라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존재를 유럽에 알렸다. 그리고 신분의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사람과 사람이 한데 모여서 술에 취하지 않고 말짱한 정신으로 대화를 나누는 커피하우스에는 신분제 사회의 질곡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유럽의 근대시민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새로운 공론의 무대가 되어야 할 제도가 존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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