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물이 지나치게 맑으면 고기가 없다
    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2023. 12. 19. 03:40

    더러운 땅에는 초목이 무성하지만, 물이 지나치게 맑으면 고기가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때묻고 더러워지는 것도 용납할 수 있는 도량을 지녀야 하며, 깨끗함만 좋아하고 홀로 행하려는 지조를 가져서는 안된다

     

    전국시대의 굴원은 초인의 노래인 초사문학에 능했다. 어부사는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다. 청렴결백한 굴원은 정계에서 쫓겨났다. 굴원의 죄라면 완전무결함이 가장 큰 죄였다. 잘못하지 않음이 죄가 되는 건 잘못 많은 정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이제 그의 할일은 수척해진 몸으로 강호에서 시나 읊는 것이었다. 지나가던 어부가 물었다. 큰 사람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냐고, 굴원이 답한다 혼탁하고 취한 세상에 홀로 깨끗한 채 깨어 있다가 쫓겨나게 되었다고

     

    어부가 충고한다 사물에 얽매이지 말고 세상 따라 변한 줄 알아야 한다고 모두 탁한 물이면 진흙탕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하고 모두 취했으며 싸구려 술을 마시면 되지 고매한 처신으로 추방을 자처할 일이 무엇이냐고. 굴원이 응한다 머리를 감았다면 관을 털어 쓰고, 목욕을 했다면 반드시 옷을 털어 입어야 한다고 결백한 몸으로 더러운 것을 받아들이는 건 가당치 않다고 그럴 바엔 강물에 뛰어들어 고기밥이 되겠다고 깨끗한 몸으로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 쓸 순 없다고. 지친 어부가 웃으며 뱃전을 두드리며 떠나간다. 다음과 같이 노래하면서 창량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으면 되고, 그 물 흐리면 발 씻으면 되는 것을 !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