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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31) 부귀를 누리는 사람은 인색하면 안 된다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2023. 1. 31. 03:05
부귀한 집안은 너그럽고 후덕해야 하는데 오히려 샘을 내고 인색하게 군다면 그것은 부귀하면서도 가난하고 천하게 행동하는 것이므로 어찌 복을 누릴 수 있겠는가 ? 총명한 사람은 그 재주를 감추어야 하건만 오히려 드러내 자랑한다면 총명하면서도 어둡고 어리석음에 병든 것이니 어찌 실패하지 않겠는가 ?
사냥을 좋아하는 인색한 부자가 있었다. 부자는 또 사냥을 나서려고 머슴에게 준비를 시켰다. 머슴이 부엌으로 들어가자 부자가 말했다. 이놈아 해를 붙잡아 뒀느냐 뭘 그렇게 꾸물거려 ? 주먹밥을 좀 싸느라고요 부자는 갑자기 머슴이 먹을 밥이 아까워 생각되었다. 주먹밥은 무슨 주먹밥이야 이따 돌아와 먹으면 되지 빨리 가자 오후 내내 두사람이 산에서 잡은 것이라곤 겨우 꿩 한 마리뿐이었다. 허기져 못 견디겠다 이꿩을 구워라 먹고 내려가자. 얼마 안 가 꿩 익은 고소한 냄새가 나자 부자의 마음이 또 달라졌다. 우린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니 시를 한편씩 지은 후에 먹도록 하자 글이라는 것을 지어본 적이 없는 머슴은 당황스러웠다.
허허 글이라는 게 별거 아니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흥취를 표현하면 된다. 끝말에 까 자를 넣어 석줄로 지어야 한다. 시상을 잡으려고 부자가 눈을 감는데 머슴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다 구워졌을까? 맛있을까 ? 어디 한번 먹어볼까 ? 부자가 눈을 뜨자 머슴의 입 안으로 꿩 다리 하나가 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이놈아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다 구워졌을 까 맛이 있을 까 어디 한번 먹어 볼 까 까가 세 번 들어갔는데요 ? 먼저 지은 사람이 다 먹기로 했으니 먹을 수 밖에요 부자는 할말이 잃었다. 머슴은 살이 많은 한쪽 다리를 뜯어 부자에겐 건넸다. 체면이 없어진 부자가 고개를 젖자 모슴이 권하며 말했다. 주인님 제가 이겼다고 꿩고기를 혼자 다 먹겠습니까 ? 그러면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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