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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념적 분열과 지리적 분열이 함께 감지되는 유럽은 어떠한가
    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사 2022. 9. 27. 04:19

     

    서유럽에는 진정한 의미의 사막이 없다. 빙하는 일부 북쪽 지역에 한정돼 있는데다 지진이나 화산 대규모 홍수 또한 드물다. 하천들은 길고 평탄해서 선박을 띄워 교역하기가 좋다. 유럽은 지리적 축복의 대륙으로 최초의 산업화된 민족국가들이 세워지고 역사상 처음 대규모 전쟁을 하게 되었다. 유럽이 유독 많은 민족국가들이 존재하냐는 자연적 요건 즉 산맥과 강, 계곡들로 경계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미국은 하나의 지배 언어와 문화 덕분에 발전이 빠르게 전개되고 서쪽으로 진출하여 거대한 국가가 이루어진 것이다. 반면 유럽은 천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천천히 성장하였고 오늘날도 여전히 지리적 언어적으로 분리돼 있다

     

    일례로 이베리아 반도의 다양한 민족들은 피레네 산맥 때문에 프랑스 쪽으로 진입을 방해받았고 따라서 수천 년의 세월을 두고 모여들어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형성했다. 오늘날에는 카탈루냐 지역의 독립 요구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 또 프랑스도 피레네 산맥, 알프스 산맥, 라인강, 대서양 같은 천연 방벽으로 인해 형성된 나라다. 베오그라드에서 다뉴브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사바강을 제외하면 유럽의 주요 강들은 서로 만나지 않는다. 즉 대다수 강들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탓에 천연 국경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 길이가 2858km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다뉴브강은 이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다뉴브강은 독일에서 출발하여 흑해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에 발칸반도 등 18개 나라에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는 비엔나, 부다페스트 그리고 베오그라드가 다뉴브 유역에 탄생했다

     

    서유럽 국가들은 일부 남유럽 국가들에 비해 훨씬 부유하다. 북쪽이 남쪽보다 일찍 산업화를 이룬 덕분이다. 그리고 북쪽 국가들의 프로테스탄트 노동 윤리가 그 나라들을 보다 높은 수준의 번영으로 끌어올린 반면 남쪽에는 그곳의 지배적인 카톨릭 정서가 그 지역을 퇴보시켰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남쪽이 북쪽보다 농업에 적합한 연안 평야가 적고 자연재해의 피해를 더 많이 받았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유럽에서 북쪽과 남쪽을 전부 아우르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국은 프랑스뿐이다. 프랑스는 비옥한 대지와 상당수의 강들이 연결되어 있다. 서쪽으로 쭉 흘러가다 대서양에 이르는 강이 있는 센강과 남쪽으로 흐르는 론강은 지중해로 흘러들어간다. 이 지리적 특성은 나폴레옹시대 지역통합을 이루고 권력을 중앙으로 모으는데 적합했다

     

    남부의 이탈리아 국가는 유럽 권력의 제 2선에 머물러 있다. 1871년 이래 베네치아와 로마까지 포함한 통일국가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중공업과 관광업, 금융의 중심지인 북부는 높은 생활수준을 이루고 남부는 그렇지 못해 분열의 조짐이 있다. 스페인도 지리적 조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안평야는 토질도 형편 없는데다 규모도 작았고 하천들의 길이도 짧은 탓에 국내 시장 곳곳으로 접근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스페인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코 총통의 독재 아래서 뒤쳐졌고 1990년대에는 서유럽 국가를 따라잡기는 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에 휘청하기에 이른다. 그리스 역시 가파른 벼량들이 주로 차지하고 농사를 지을 연안 평야도 거의 없다. 내륙은 가파르기가 훨씬 더하고 하천들 또한 수송에 적합하지 않으며 폭이 넓고 토양이 비옥한 골짜기도 드문 형편이다. 그리고 그리스는 19세이후 상대편에 있는 터키와 몇차례 전쟁을 치러서 방위비에 쏟아 붓고 있다. 섬도 14백으로 영해를 방위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이 들고 있다

     

    2008년 유럽을 강타한 재정 위기에 이어 유로존 내에서 이념적 균열이 진행되고 있다. 2012년 그리스를 디폴트 위기에서 구하고 유로화 사용국에 계속 붙잡아두기 위해 유럽에서는 구제금융이 실시되었다. 그리스의 긴축정책이 결정되고 그 시행이 요구되었을 때 이내 지리적 분열이 가시화됐다. 특히 독일 국민들은 자신들이 최장 65시간씩 일하고 내는 세금이 그리스로 흘러들어가고 자신들은 55세에 은퇴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독일은 이른바 긴축안을 전제로 구제금융을 제시하며 그리스는 이에 반발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독일인들이 그리스를 통치하려고 하며 유로화로 인해 그리스보다 큰 이득을 보는 게 독일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발칸 지역 국가들 역시 소련으로부터 해방됐지만 이 지형의 산악 지형은 많은 소규모 국가들을 탄생시켰다.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구성했던 나라들은 서방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고 동쪽의 세력인 세르비아만은 정교회와 슬라브 민족의 정서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1999년에 세릐비아를 폭격하고 코소보를 분리시킨 서방 국가들에 대해 러시아는 아예 세르비아를 합병해서 언어와 민족, 종교, 에너지 문제도 같은 궤도로 편입하려고 한다. 비스마르크는 큰 전쟁은 발칸 반도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했으며 이 지역은 지금은 나토와 터키, 러시아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한편 슬로베니아를 비롯해 알바니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루마니아는 나토에 가입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 긴장은 저 북쪽의 스칸디나비아 반도에도 미쳐 덴마크는 나토에 가입했고 우크라이나 충돌로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고자 하고 있다

     

    독일은 일종의 개념으로만 존재해오다가 10세기에 신성로마제국이 되는 동프랑크족의 지역이 이후 5백년 동안 게르만 군소 왕국들이 모여 있어 때로 게르마니아라는 이름으로 불리곤 했던 것이다. 1806년 신성로마제국이 와해 된 1815년 비엔나 회의에서 39개 소규모 주들의 연합체가 독일 연방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이는 북독일 연방의 결성으로 이어졌고 독일의 승전부대가 파리를 점령하면서 보불전쟁이 끝나자 1871년 마침내 독일의 통일이 이루어졌다. 한편 독일은 지리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서쪽에는 통일 강국 프랑스가 오랫동안 버티고 있으며 동쪽에는 러시아라는 거대한 곰이 웅크리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서로를 견제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한편 2차 세계대전으로 세약해진 두 나라는 나토 설립을 주도하고 향후 유럽연합의 태동을 가능케 한 미국이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소련에 대한 안전을 보장 받게 되었다

     

    유럽연합의 설립에는 프랑스와 독일이 더 이상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지 못하도록 서로를 끌어안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이 생각은 독일에 도움이 되어 독일은 전쟁이후 유럽 최고의 제조업 국가로 자리에 올랐다. 독일제품은 라인강과 엘바강을 따라 내려가고 고속도로를 달려 유럽과 전 세계로 내보내진다. 북쪽, 남쪽, 서쪽은 물론 1990년 소련 붕괴 후에는 동쪽으로 보내졌다. 19516개국으로 시작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는 보다 긴밀한 연합이라는 이념을 핵심으로 삼아 이윽고 28개국의 유럽연합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유럽연합을 강타했던 재정 위기 이후 이 이념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독일은 그리스를 상대로 긴축재정을 강요하는 등 유료화를 통한 통제를 행하자 양국간의 논쟁이 첨예화되었다.

     

    영국은 지리적으로 훌륭한 편으로 질 좋은 농지, 훌륭한 하천들, 최적의 해양 접근성, 어획량 그리고 전쟁과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리적 전략적 이점으로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을 잇는 해상항로의 요충지인 이른바 GIUK갭이다. 이는 북극해에서 출발하는 어떤 러시아 해군 함정도 이 GIUK갭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대서양을 나갈 수 없는 것이다.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을 묻는 투표에서 영국이 긴장한 이유도 북해와 북대서양의 주도권을 상실할지 모른다는 것 때문이었다. 한편 영국을 유럽연합의 바깥쪽으로 자꾸 내모는 두가지 쟁점은 서로 연결돼 있다. 그것은 바로 주권과 이민자 문제이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몰려오는 경제적 이민과 난민의 물결 속에 경제는 악화되는 상황에 우파 정당의 약진 등 범민족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나토와 함께 유럽연합은 주권을 가진 민족국가들의 형태로 회귀해서 세력 시스템의 균형 안에서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동맹을 찾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 형국은 특히 프랑스에게는 악몽과 같다. 프랑스가 독일의 주도권을 인정한다면 그땐 프랑스 자신의 힘이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프랑스는 핵전력과 해외 영토, 항공모함 등과 같은 배후 군사력만 보면 독자적으로 움직일 능력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군사력도 동쪽이 안전한 게 확실하여야 가능한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 양측 모두 유럽연합을 존속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독일은 플랜 B인 러시아가 있다. 한편 유럽은 냉전이 종식되자 대다수 유럽국가들은 방위비를 감축하고 군개의 규모를 줄였다. 그러나 2008년 러시아와 조지아의 전투, 2014년에 러시아의 크림반도의 합병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올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나토와 러시아의 충돌로 현실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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