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연희 전문가였던 助房꾼은 어떠했나

한양의 기생 중에 누가 가장 유명하지 ? 소아라고 한다. 그녀의 조방꾼은 누구냐 ? 최박만이라고 하지 - 박지원 <광문자전> - 조방은 기생의 일정과 수입을 관리하는 직업이다. 춘향전과 배비장전 등의 고전소설과 일제 강점기에 활동한 기생의 이미지 때문에 기생 하면 으레 접대부를 떠올리지만 이들은 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했고 다양한 직군에서 활동했다. 각종 국가 행사에 동원되어 춤과 노래로 흥을 돋우는 것 역시 기생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따라서 국가의 소유물인 기생이 사사로이 일반 남성을 접대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수요가 있는 곳에 반드시 공급이 따른다. 연산군 시대에 이미 사사로운 욕심을 부려 기생을 차지한 기부(기둥서방)의 명단인 기부안이 작성되었다. 여기에 이름이 올라간 모든 사람은 처벌했다. 특히 가장 심하게 여겨진 이세걸의 경우 종친인데도 참형에 처했다는 기록으로 보건대 조선전기부터 기생과 손님을 연결해 주는 조방의 흔적이 보인다. 전문적인 직업으로서 조방은 18세기 중반 연암 박지원의 광문자전에 처음 등장한다. 따라서 최고의 기생에게는 최고의 조방이 어울렸다

 

조수삼은 조방에 대한 일화가 추재기이에 실렸다. 기생을 미끼로 한번에 열명의 손님을 속여 많은 돈을 번 이중배라는 조방이 등장한다. 기생과 잔치를 즐기려는 십여명의 남자들에게 사기를 쳐 하룻밤 사이에 100냥을 빼앗은 인물이다. 또 다른 조방은 준수한 외모에 말솜씨도 뛰어난 최 씨였다. 그는 관청과 민간의 기생은 물론 남성 접대부까지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특히 철저한 비밀주의 영업전략을 고수하여 날마다 부유층 자제들을 모아 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그를 아방한 벙어리 조방꾼이라고 하여 그에게 손님들이 몰렸다

 

지금까지 조방에 대한 인식은 다소 부정적이었다. 기생을 착취하는 포주나 기둥서방 같은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생은 조선시대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핵심이었고 기생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조방의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이능화의 조선해어화에 따르면 1917년 모 백작이 기생 조합인 다동조합을 창설했다. 기생 산업의 기업화라 할 만한 사건이다. 이처럼 근대에 들어서면서 기생을 관리하는 관가제도는 폐지되고 기생은 권번이라는 조합에 소속되었다. 서울의 기생은 네 개의 권번을 중심으로 재편되었으며 조방이라는 직업은 없어졌지만 그 역할은 더 욱 조직적이고 체계화되었다

 

그 결과 말을 알아듣는 꽃은 전문 교육기관이 생길 만큼 철저하게 기업적으로 발굴, 양성, 관리되었다. 이는 기생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개인의 영역에서 기업의 영역으로 확대되었음을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 가수와 배우 상당수가 권번 출신의 기생이었다는 사실은 당시 대중문화 현장에서 그 영향이 대단했다는 방증이다. 이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K-문화 콘텐츠 뒤에는 현대화와 기업화한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