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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래 더미에서 발견한 브라질 땅콩 효과에서 하나의 분자가 움직이는 경로를 계산한다고
    아들을 위한 인문학/과학 2022. 6. 9. 04:00

    공사현장에 가면 모래 더미에서 자갈을 골라내는 기구가 있다. 가는 철망이 드리워진 네모난 프레임에 모래 더미를 올려놓고 약간씩 위로 쳐주면서 옆으로 흔들면, 자갈들은 위로 올라오고 고운 모래는 아래로 내려가 철망 사이로 빠져나간다.. 물리학자는 이 현상을 브라질 땅콩 효과라고 한다. 여러 종류의 땅콩들을 한데 섞어놓은 땅콩 믹스캔을 사서 뚜껑을 열어두면 항상 가장 큰 브라질 땅콩이 맨 위에 올라와 있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붙여진 이름이다. 제약회사는 골짓거리로 잘 섞어놓은 가루약을 차로 장시간 운반하고 나면 크기별로 층이 생겨 낭패를 겪는 것이다. 시리얼이나 시멘트 자료를 운반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브라질 땅콩 효과로 기업은 추가비용이 연간 66조원에 달하고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돈의 지출을 보게 되었다

     

    고체, 액체, 기체에 관한 연구는 물리학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알갱이 입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최근에는 알갱이 역학 연구가 활발하다. 산사태나 지진을 연구하는 지질학자들이나 제약회사를 비롯한 분말를 다루는 기업들이 연구비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한줌의 모래가 만들어 내는 패턴 속에서 자기 조직된 임계성이라는 현상을 발견한 것은 퍼박 박사라는 덴마크 물리학자이다 특히 일정한 속도로 모래를 계속 부어주면 쏟아지는 모래와 산사태로 떨어지는 모래의 양이 평균적으로 균형을 이루면서 모래 더미가 일정한 각도의 더미를 이루게 된다. 이때 만들어진 각도를 정지각이라 부른다. 이 정지각은 모래 더미와 크기와는 상관없이 모래의 특성에 따라 항상 일정한 값을 가지며 모래를 아무리 더 부어도 모래 더미는 스스로 일정한 각도의 모래 더미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상태를 임계상태라고 한다

     

    미 시카고 대학 재거교수는 모래 더미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성질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모래를 계속 쏟아부으면 모래 더미 경사면의 얇은 위층은 마치 액체처럼 흘러내리고 안쪽은 고체처럼 고정된 상태를 유지한다. 이것은 알갱이들이 쌓여 있는 경우 정적인 마찰력에 의해 고체처럼 형태를 유지하려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원전 3세기경부터 사용되었다고 추정되는 모래시계는 일정한 속도로 떨어지는 한줌의 모래 속에 덧없는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는 장치다. 만약 모래 대신 물을 넣었으면 일정하게 흐르지는 않는다. 드럼통의 위치에 따라 물의 흐름은 다르다. 물 같은 액체들은 위에서 누르는 압력에 따라 물줄기의 속도가 달라진다.

     

    모래는 물과 달리 위에서 누르는 양과 관계없이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는 것은 모래 더미의 중심부가 대부분 고체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깥 경사면만 액체의 성질을 가져 흐른다. 1993년에서는 모래시계가 일정한 속도로 내려가려면 모래 알갱이의 크기와 모래시계 목의 직경이 적당한 비율 즉 목을 중심으로 위쪽과 아래쪽의 기압이 1/10000이라도 차이가 나면 모래가 일정하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유럽 농촌에는 곡물이나 사료를 저장하는 사일로라는 원탑 모양의 창고가 있다. 이곳에서도 곡물이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고 필요한 만큼 일정하게 떨어지게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문제여서 모래시계의 연구는 농업 관련 학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모래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패턴이 복잡성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에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 번째 모래 알갱이들이 만들어내는 패턴은 주변 조건이 조금만 바뀌어도 전혀 다른 알갱이들이 만들어내는 패턴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즉 비선형 방정식의 형태를 띠고 있다. 두 번쨰는 모래 더미 스스로가 일정한 각도의 모래 더미를 유지하려는 자기 조직화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그 상태가 상당히 불안전한 상태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모래 알갱이를 모래 더미에 떨어뜨리면 경사면을 타고 흘러내려 모래 더미는 자연스럽게 제 형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한 알의 모래 알갱이가 큰 산사태를 만들 수 있다. 한알의 모래 알갱이는 경사면을 타고 흘러내리면서 다른 알갱이를 건드리게 한다 이런 연쇄 반응은 산사태를 초래하게 한다. 이를 이용해 지질학자들은 산의 모양이나 지형만으로 산사태의 가능성을 점칠 수 도 있다

     

    모래 더미의 가장자리에서 모래가 액체처럼 흘러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브라질 땅콩 효과가 일어나는 과정을 촬영했다. 과학자들은 수직으로 흔들리는 모래 알갱이들을 마치 끓는 냄비 속의 물처럼 대류 현상을 나타낸다고 한다. 흔들리는 컨테이너 속에서 양쪽 벽면에 붙은 모래 알갱이들은 아래쪽으로 휘어져 내려가고 내부의 알갱이들은 위로 떠올라 굽은 아치형의 층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자리의 알갱이들은 더욱 작은 아치형 층을 형성하며 계속 내려가고, 내부의 알갱이들은 대류 현상에 의해 계속 떠오른다. 맨 위로 떠오르는 알갱이들도 나중에는 가장자리로 밀려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그러나 알갱이가 큰 경우 작은 아치형 층을 형성하기엔 너무 커서 계속 위쪽에 머무르게 된다.

     

    알갱이 역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모래나 곡물에 관한 연구뿐 아니라 지진이 발생하는 원인, 흙더미의 붕괴, 낱알들의 비탄성적 충돌, 크기가 다른 입자들의 혼합과정, 타입 2 초전도체의 자기선 운동, 우주 성운의 형성 과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알갱이들이 만들어내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모래 알갱이에 대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였다. 모래 알갱이뿐 아니라 설탕, 밥알, 시멘트, 심지어 화장품 분가루에 이르기까지 알갱이들은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나 이 알갱이가 그처럼 풍부하고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다. 빅토르 위고는 이 우주를 둘러싸고 있는 모래 알갱이들의 패턴이 혹시 우주 탄생에 대한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출저 : 정재승 <과학 콘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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