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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보그 공학에서 뇌파로 조종하는 가제트 형사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가
    아들을 위한 인문학/과학 2022. 7. 15. 06:03

    1980TV 만화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컴퓨터 형사 가제트는 걸어다니는 잡동사니 사이보그였다. 물론 가제트는 정의로운 형사라서 일반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가제트를 보고 있으면 가끔 불안할 때가 있다. 가제트 형사는 가끔 자신의 몸을 잘 조절하지 못하고 있다. 사이보그 동료 형사인 로보캅과는 전혀 다른 작동원리에 움직인다. 로보캅은 대뇌에서 지시를 내리면 그 내용이 신경을 통해서 기계로 대체된 신체의 각 부분으로 직접 전달한다. 반면 가제트는 뇌파를 이용한다. 수십만개의 신경세포들이 주고 받는 전기 신호 중 수상돌기를 지나는 전기 신호는 서로 합쳐져 뇌파라는 아주 독특한 전기적 리듬을 만들어 낸다. 뇌파는 머리의 표면에서 측정 가능할뿐 아니라 미약하게나마 외부로도 전달된다. 가제트의 온몸에는 뇌파를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있어 이를 감지하여 신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생체 시스템에 관한 연구와 로봇 공학의 발전이 전문가들의 예측을 훨씬 앞질러 가고 있는 오늘날이다. 과학자들이 지금 당장 가제트 형사를 못 만드는 이유는 아마도 가제트의 작동원리에는 머릿속에서 생각이 달라지면 뇌파의 모양이나 특징도 달라져야 한다는 가정이 담겨 있다 가령 가제트 만능 팔하고 외쳤을 때 엉뚱하게 미사일이 발사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뇌파가 뇌의 사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생체 신호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뇌의 정보 처리 과정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 의미 있는 신호인지 아니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소음에 불과한 것인지는 아직까지 논쟁이 되고 있다

     

    뇌파는 1929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한스 베르거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후 현대 정신 의학에서 중요한 생체 신호로 연구되어왔다. 신경생리학자들은 사람의 뇌 상태가 달라지면 뇌파의 파형도 함께 달라진다는 사실을 오래전에 발견했다. 특히 1960년대 파워 스펙트럼 분석법에 의해 뇌파는 1Hz에서 50Hz이상의 넓은 주파수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그 분포는 뇌의 상태가 달라질 때마다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질환 환자들은 질병의 종류에 따라 여러 유형의 비정상 뇌파를 만들어낸다. 특히 깊은 잠에 빠졌을 때의 뇌파는 얕은 잠을 잘 때의 뇌파보다 서서히 변화하며, 간질환자의 뇌파는 정상인에 비해 훨씬 주기적이다. 또 눈을 감았을 때나 편안한 상태에서 뇌파는 열심히 산수 문제를 풀때보다 그 값이 크고 상대적으로 규칙적인 파형을 그린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델타파가 증가한다든가 명상할 때 알파파가 늘어난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 많은 신경생리학자들이 대뇌의 정보 처리 과정과 뇌파 성질의 상관관계를 찾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대부분 실패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뇌파를 만드는데 관여하는 신경세포의 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최수 수만개에서 많게는 수백만개의 신경세포들이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뇌파의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우리의 과학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경생리학자들은 뇌파를 대뇌의 복잡한 사고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소음이라고 간주해왔다. 의사들은 뇌파 분석을 통해 부족하게나마 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일련의 물리학자들이 카오스 개념을 과학계에 도입하면서 뇌파 연구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20세기 중반까지 물리학자들의 머릿속에는 크게 두 종류의 우주가 들어 있었다. 뉴턴에 의해 만유인력의 법칙이 발견된 이후 정교하게 돌아가는 거대한 톱니바퀴로 우주를 보는 것이다. 그러다가 18세기 무렵 도박사들의 주사위 던지기와 카드 섞기를 연구하던 물리학자들은 예측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발견하게 된다. 던져진 주사위는 분명한 우주의 법칙으로부터 벗어나지는 않지만 워낙 많은 변수들이 관여하는 경우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시스템은 확률의 지배를 받으며 통계적인 방법으로 기술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963년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결정론적이면서 비주기적인 흐름의 논문에서 방정식에 비선형 항이 포함되어 있으면 소수점 아래의 작은 값들이 증폭돼 나중에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0년 지난 후 이론물리학자들의 주목을 받아 비선형 항이 포함되어 있으면 초기 조건이 조금만 변해도 그 값이 완전히 엉뚱해질 수 있으며, 그 운동 궤적이 굉장히 복잡하고 무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시스템을 카오스 시스템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소음이라고 여겼던 신호들이 너무 복잡해서 다루기 힘들다고 여겼던 패턴들이 간단한 비선형 방정식에 의해 기술되는 카오스 현상이 아닌지를 알아보는 연구에 착수했다. 정교하게 기술되는 대류현상과 날씨현상은 대표적인 카오스 시스템이었다

     

    더욱 놀라운 결과는 결합문제라는 신경과학자들의 해묵은 숙제에 뇌파가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신경세포들은 대뇌의 위치에 따라 하는 일도 다르다. 어떤 세포는 사물의 모양을 감지하고 어떤 세포는 색깔을 감지한다. 동그란 모양의 물체를 보면 펄스를 내보내는 세포가 있는가 하면 빨간색을 보면 펄스를 발산하는 세포가 있다. 움직이는 물체를 볼 때면 흥분하는 세포도 있다. 여기에 서로 다른 영역에 발산하는 신호들을 종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감마파라고 보고 서로 연관된 세포들을 같은 주파수와 위상으로 동시에 펄스를 발산한다는 것이다. 이때 발산하는 펄스의 주파수가 40Hz부근이라고 한다. 따라서 감마파를 정확히 이해하면 뇌파를 통해 뇌의 사고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구체적으로 전신마비 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뇌파로 조종되는 컴퓨터 키보드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세명의 환자가 오랜 연습 끝에 자신의 뇌파를 조종하는 능력을 익혀서 지금은 한 글자를 치는데 평균 80초 정도가 걸려 짧은 형태의 문자을 치는데만 30분이 걸리지만 처음 글자 두세자만으로 나머지 부분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통해 이들의 불편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스탠퍼드 교수팀은 알파파를 감지해서 스위치를 켜는 자동 스위치를 이미 개발했으며 또한 뉴욕 주립대 연구팀은 뇌파의 조종으로 컴퓨터 커서를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유럽에서는 알파파를 유도하여 수면에 들게하는 장치를 개발 중에 있다

     

    로봇제어(뇌파로)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는데 쉴 새 없이 복잡한 파형을 그리는 뇌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다는 뇌가 만들어내는 뇌파는 21세기가 시작돼도 여전히 미스터리의 영역에 자리하고 있다. 물리학자나 신경생리학자들도 아직 뇌파가 뇌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유익한 신호인지, 예측 불가능한 잡음에 불과한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물리학자들이 뇌파를 연구하는 일에서 손을 뗐다. 뇌파가 설령 뇌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하더라도 10차원에 가까운 변수를 필요로 하는 고차원 시스템을 현실적으로 다루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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