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겁고 강렬한 내면의 불길의 정열과 열정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아들을 위한 인문학/우리말 어감 2022. 4. 5. 03:49
정열은 내면에 끄기 어려운 불을 가지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불은 매우 뜨겁고 강력한 에너지, 곧 무언가를 위해 온몸을 사를 수 있는 저돌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정열은 맹목적일수도 있고 통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말하자면 안에서 맹렬히 솟구쳐 나오는 감정의 자발적 유로 같은 것이다
열정도 열정처럼 내면에 불을 가진 상태다. 그불의 열기도 정열의 것과 다를 바 없다. 다만 그 불길은 맹목적이기보다 잘 통제되어 있고, 무언가를 위해 의도적 집중이 잘 이루어져 있다. 내면의 불길이 반드시 원천적이거나 생래적일 필요는 없다. 목표가 분명하고 의지가 확고하면 열정은 언제든 샘솟을 수 있다
정열적인 사람이 에너지가 넘치고 무슨 일에든 적극성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면 열정적인 사람은 어떤 일에 뜨거운 애정을 가지고 온 마음을 기울여 열중하는 사람을 뜻한다. 전자는 피가 뜨겁고 화끈한 사람이라면 후자는 주어진 일에 열성을 다하는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다. 또 정열적인 사랑이 제어하기 어려운 격정의 사랑이라면, 열정적인 사랑은 온 마음을 다하여 몰입하는 사랑이다
이러한 차이를 감안할 때 정열의 나라 스페인을 열정의 나라 스페인으로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대로 그는 새로 맡은 일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는 경우 열정을 정열로 바꾸는 것은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다. 특정한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은 정열이기보다 열정이 어울린다. 학문에 대한 정열이 식다보다 열정이 식다라고 표현이 적절하다
정열 /열정을 쏟다, 바치다, 불태우다는 사실상 동의어에 가깝다. 그는 후학 양성에 열정 /정열을 쏟았다는 의미의 차이가 없다. 정열이 내부에 간직한 원천적인 에너지이고, 열정은 목표를 향해 동기화된 에너지이기는 하지만, 쏟다 /바치다 /불태우다와 같은 고에너지의 동사와 만나는 순간 본래적 의미가 중화되어 버린다
'아들을 위한 인문학 > 우리말 어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사람을 훌륭하다고 여기고 본받고자 하는 존경과 공경과 존중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 (0) 2022.04.19 고요함 속에 깃든 긴장이나 불안이 있는 정적과 적막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 (0) 2022.04.08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마음의 정과 사랑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 (0) 2022.04.01 서로 적으로 싸우는 전쟁과 전투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 (0) 2022.03.29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다시 해 내는 재현(再現)과 재연(再演, 再燃)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 (0) 2022.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