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을 지배하고 정해졌다고 믿는 운명과 숙명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아들을 위한 인문학/우리말 어감 2022. 3. 4. 03:09
운명은 인간의 삶을 지배한다고 믿어지는 초월적인 힘이나 작용을 뜻한다. 그힘은 너무나 강하여 인간이 거부하거나 저항할 수 없다고 여겨진다. 운명은 인간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상상이거나 과학적으로 실증된 적 없는 믿음에 불과한 것인지 모른다. 운명론자는 모든 일이 이미 그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다고 믿는다. 인간은 이미 정해진 각본대로 행동할 뿐 자유의지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운명론자의 운명과 숙명은 가깝다.
숙명이란 이미 정해져 있어 인간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삶이나 상황을 가리킨다. 곧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숙명이다. 숙명은 상상도 아니고 믿음도 아니며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에서 운명과 구별된다. 운명에 굴복한다는 표현은 자연스럽지만 숙명에 굴복한다는 표현은 부자연스럽다. 숙명은 삶의 조건으로서 이미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굴복과 같은 선택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굴복이 가능하려면 저항도 가능해야 하는데 숙명에 대한 저항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다. 누구나 예외없이 맞닥뜨리는 숙명으로서의 죽음은 그저 받아들일 수 있을뿐 굴복하거나 저항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운명을 개척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숙명을 개척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운명의 힘이 막강하다고 믿는 것처럼 거기에는 자유 의지가 파고들 빈틈이 있다는 것도 믿는다. 운명은 개척하고 극복하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게 되는 일은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숙명이다. 숙명은 어떤 경우에도 변할 수 없는 법칙인 것이다
운명과 숙명을 같이 쓰일 때도 있다. 운명의 라이벌과 숙명의 라이벌 사이에는 의미의 차이가 없다. 운명적 만남과 숙명적 만남 역시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초월적 존재가 이미 정해 놓은 필연적 만남이라는 뜻을 가진다. 굳이 구별하자면 운명보다 숙명에서 좀 더 필요성이 더 강조된다. 숙명에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어 바꿀 수도 피할 수도 없다는 뉘앙스가 묻어 있다
'아들을 위한 인문학 > 우리말 어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내용의 줄거리의 이야기와 스토리, 플롯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 (0) 2022.03.11 웃음을 자아내는 말이나 행동으로 유머와 익살과 해학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 (0) 2022.03.08 먹기 좋고 소하하기 좋은 상태로 만드는 요리와 조리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 (0) 2022.03.01 어떤 사실을 다른게 해석하는 오해와 곡해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 (0) 2022.02.25 다른 사람에게 공손하게 하는 예의(매너)와 예절(에티켓), 예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 (0) 20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