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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금서였던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아들을 위한 인문학/문학 2021. 11. 3. 04:18
18세기 초는 영국의 식민지를 확장하며 욱일승천하던 시기였다. 의회제도가 정착되어 시민의 지위가 높아졌고 계몽사상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산업혁명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급격한 정치와 사회 변혁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했다. 그런 18세기 초 영국의 정치와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소설이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여행기(1726)이다. 이 소설은 가명으로 출간되었지만 3주만에 1만권이 팔릴 만큼 선풍을 일으켰다. 그런데도 아동용 동화로 오인된 것은 영국에서 한동안 금서였던데다 무분별하게 첨삭된 동화용 판본이 먼저 보급된 탓이다. 스위프트는 10년뒤인 1736년에야 원본을 제대로 출간할 수 있었다
걸리버 여행기는 당시 유행하던 수많은 여행기들을 패러디해 황당하면서도 풍자적 우화가 가득하다. 소설은 소인국, 대인국,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 말의 나라 등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스위프트가 네가지 다른 렌즈로 영국사회를 관찰한 모습을 우화 형식을 빌어 적나라하게 폭로한 것이기도 하다
소인국은 모든 것이 1/12로 축소되었고 대인국은 12배로 커진 나라다. 소인국은 도토리 키재기 하는 인간의 하찮고 소심한 면을 비판한 우화다. 이를테면 소인국 사람들이 달걀을 가로로 깨느냐 세로로 깨느냐를 놓고 당파를 만들어 싸운다. 당시 영국이 휘그당과 토리당, 신교와 구교로 가라져 싸우는 모습을 풍자하면서 국가나 사회제도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돌아가는가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걸리버가 거인국에서 소인으로서 거대하게 확대된 인간들을 관찰하는 이야기로 개개의 인간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추악한 존재인가를 풍자한다. 예를들어 거인국 왕족들이 먹는 것, 입는 것 등을 묘사하면서 상류층의 폭식과 낭비 등을 비꼬는 등의 표현이 많다. 이 부분까지만 잘라 놓은 것은 원작자가 신랄한 비유로 작성한 걸리버 여행기를 정부에서 동화로 폄하하며 여러 해석의 요지를 없앴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섬의 사람들은 한눈은 섬 안쪽을, 다른 눈은 하늘을 향해 있어 혼자서는 외출도 못 할 정도다. 수학은 뛰어난데 실용적인 면에는 관심이 없어 누추한 집에서 산다. 이런 모습은 추상과 관념에 몰두하는 인간의 결점을 빗댄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영국이나 유럽에서 지난 3백년간의 훌륭한 인물들을 만나지만 그들이 잔인함과 위선들을 보고 메스꺼움을 느낀다. 이들을 보면서 인류가 얼마나 타락했는가를 알게 된다
걸리버가 말들이 사람처럼 사회를 이루고 있는 나라에 간 이야기로 가장 이상적인 덕성을 갖춘 말들의 나라를 보여주어 일종의 해답을 제시한다. 그곳에 사는, 지능과 문명으로 스스로를 치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의 추악함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인간종족 야후와 대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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