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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아로새겨진 지난 일의 흔적인 기억과 추억의 어감차이는 어떠한가아들을 위한 인문학/우리말 어감 2021. 10. 12. 03:14
기억은 어떤 일이나 지식 등을 머릿속에 넣어 보존하거나 되살려 생각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컴퓨터에 정보를 입력하고 출력하는 것과 비슷하다. 입력은 충실하게, 출력은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기억능력이 온전하다고 할 수 있다. 기억은 컴퓨터의 메모리와 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미해지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하며 잊히기도 한다.
추억 역시 어떤 일을 되살려 생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억과 비슷하다. 하지만 기억이 어떤 일을 머릿속에 넣어 보존하는 것을 가리킬 수 있는 반면, 추억은 그럴 수 없다. 기억은 과거나 현재의 일을 모두 보존하거나 되살릴 수 있으나 추억은 오직 과거의 일을 되살릴 수만 있다. 기억이 입력과 출력이 다 가능한데 반해, 추억은 이미 입력된 것의 출력만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기억이 단순히 과거의 어떤 사실을 떠올리는 것이라면 추억은 과거의 사건을 감성적으로 반추하는 것이다. 추억에 잠긴다는 것은 과거의 사건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일이고 그때의 감성에 촉촉이 젖는 일이다
흔히 추억은 그리움의 정서를 동반한다. 추억에는 그 시절로 돌아가 그때 그 기분을 다시 느껴 보고 싶은 마음이 깃들여 있다. 추억여행이나 추억의 그 장소와 달리 기억여행은 부자연스러운데 기억은 감성이 묻어있지 않다. 그렇지만 기억이 정서적 표현을 나타내는 말과 어울리면 추억과 구별하기 어렵다. 소중한 기억과 같은 경우다. 한편 참혹한 기억은 되지만 참혹한 추억은 어울리지 않는다. 추억은 그리움의 정서가 깔려 있는데 간혹 슬픈추억과 아픈추억도 쓸일 수 있는데 이는 슬프고 아픈 것이 그리움이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참혹함은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기억과 추억은 어휘결합과 연어 형성의 차이를 보인다. 기억은 다른 말과 결합하여 복합어나 용어를 풍부하게 생산해 내지만 추억은 그런 생산성이 빈약하다
(기억력과 잠재기억은 되지만 추억력과 잠재추억은 안됨) 기억은 나거나 가물가물할 수 있지만 추억은 그럴 수 없다(기억이 나다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되지만 추억이 나다와 추억이 가물가물하다는 부자연스럽다). 추억은 깃들 수 있지만 기억은 깃들 수 없고 추억에 젖을 수 있지만 기억에 젖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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