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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114) 누구일까 최초의 사람은 / 꼭두를 만날 때 / 청매화 향기 날아오면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6. 3. 5. 01:08
< 누구일까, 최초의 그 사람은 - 박노해 >
누구일까, 최초의 그 사람은
산악의 염소나 따 먹던 빨간 열매를
커피로 볶아내 오늘 인류의 만남 가운데
그윽한 향기로 놓아준 사람은
누구일까, 최초의 그 사람은
들짐승이나 씹어 먹던 억센 풀을 길러
오늘 김 오르는 쌀밥으로 구수한 빵으로
식탁 위에 올려 놓아준 사람은
누구일까, 최초의 그 사람은
땅바닥에 떨어져 썩어가던 과실을 빚어
오늘 붉은 술잔을 부딪쳐 가슴을 데우며
미소 짓고 노래하게 한 사람은
누구일까, 최초의 그 사람은
나를 이토록 떨림으로 뒤흔드는
시와 노래와 그림과 춤과 기도와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낳아준 사람은
산맥과 광야와 사막과 설원을
헛디딘 발걸음으로 구르고 헤매며
오늘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내어준 사람은
누구일까, 최초의 그 사람은
금기된 미지의 것을 향해 첫발을 내딛어
삶의 영토와 인간의 지경을 넓혀준
최초의 패배자, 그 고독했던 사람은
누가 알까, 오늘 여기에 그대가
불가능한 이상을 품고 다른 길을 여는
최초의 그 사람이 될지, 누가 아는가
지금 감히 누가 안단 말인가
< 꼭두를 만날 때 - 전길중 >
그물에 걸려 버둥거리는 물고기와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고라니에게
영원한 안식을 설명하던 꼭두가 다가오자
어디로 어떻게 떨어져야 덜 아플지
빠르게 눈을 굴리는 꽃잎들
돌꽃을 피우고 녹은 눈의 자리에
어떤 잔영도 남지 않는다
앞서간 썰매 자국의 복선들
어지러워 판독 불가다
죽음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신앙인들
절실함인지 막연한 믿음인지 ?
무신론과 유신론에 낀 존재에게는
믿어야 할지 말지 알 수 없는 과제다
* 꼭두 : 삶과 죽음의 경계
< 청매화 향기 날아오면 - 박노해 >
시린 바람곁에
청매화가 핀다네
눈길을 걸어온
청매화가 핀다네
그 향기 날아오면
내가 온 줄 아소서
그 눈물 흘러오면
그대인 줄 알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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