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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를 드러내지 말고 감추라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2024. 9. 24. 03:13
뛰어난 재주를 어리석음으로 감추고, 어둠을 써서 밝게 하며, 맑음을 흐림 속에 깃들이게 하고, 굽힘으로써 몸을 펴는 것, 이것이야말로 세상살이의 구급책이요, 안전한 은신처가 될 것이다
20세 때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된 맹사성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날 그는 나이가 많고 인물이 고매한 무명 선사를 찾아가 물었다. 스님이 생각하시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오 ?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먼 길을 찾아온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요 ?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자 스님이 만류하면서 녹차나 한잔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스님이 찻물이 넘치도록 그의 찻잔에 자꾸만 차를 따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방바닥이 다 젖게 되었다. 스님 찻물이 넘쳐흐릅니다. 맹사성이 말했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에 차를 따랐다. 그런 후 잔뜩 화가 나 있는 먱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이런 말을 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낮은 천정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과유불급을 알고 늘 겸손한 자세로 살면 크게 실수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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