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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48) 어두운 곳에서도 죄를 짓지 말라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2023. 5. 31. 03:12
간이 병들면 눈이 멀게하고 콩밭이 병들면 귀가 들리지 않는다. 병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 들지만 반드시 남들이 모두 다 볼 수 있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밝은 곳에서 죄를 짓지 않으려면 먼저 어두운 곳에서 죄를 짓지 않아야 함을 안다
정조 때의 명신인 정홍순은 영조 21년 문과에 급제한 후 좌의정까지 올랐다. 그의 과거에 합격하기 전, 동구릉에 다녀오는 영조의 행차를 구경하고 돌아올 때였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홍순은 항상 가지고 다니던 갈모를 꺼내 썼다. 그리고 여분으로 있던 갈모를 젊은 선비에게 선뜻 빌려 주었다. 마침 선비가 사는 곳이 이웃 동네였다 어느 댁인지 알려 주시면 날이 밝은 대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정홍순은 집의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정홍순은 어쩐지 그 젊은 선비가 미덥지 않아 사는 곳과 일므을 알아두었다. 다음날 정홍순은 하루 종일 그 젊은 선비를 기다렸으나 그는 오지 않았다. 며칠 후 그는 직접 선비의 집을 찾아갔는데 없다고 하여 만나지 못했다
그 후 20여년이 지나서 호조판서인 정홍순에게 새로 좌랑 벼슬에 임명된 벼슬아치가 인사하러 찾아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는 분명히 20여년 전에 갈모를 빌려갔던 그 선비였다. 다짜고짜 호통을 쳤다. 20년 전 비 오는 날 갈모를 빌려 간 걸 기억하지 못하겠나 ? 그 사람은 정홍순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그가 변명을 늘어놓으려 하자 정홍순이 정색을 하며 그 말을 가로막고 입을 열었다. 갈모가 하잖은 물건이긴 하지만 신의가 없는 행동은 했네 그런 사람에게 어찌 나라의 중대한 자리를 맡길 수 있겠는가 ? 돌아가게. 정홍순은 파직시키는 게 좋겠다는 뜻의 글을 올렸다. 정홍순의 뜻이 받아들여져 좌랑 벼슬에 밀려난 그는 끝내 벼슬길에 오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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