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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경 14 ) 시(視)와 견(見), 청(聽)와 문(聞)은 어떻게 다른가 ?아들을 위한 인문학/도덕경(노자) 2022. 10. 29. 04:27
시는 목적을 가지고 신경을 써서 보는 거고, 견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대상이 다가오는 대로 보는 것이다. 문은 견과 비슷하다. 들리니까 듣는 것이다. 특정한 목적으로 듣는 것이 청이다. 시청각교육이 있다면 이것은 의식적으로 어떤 목적하에서 보고 듣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가 여행을 가서 보고 듣는 것은 시청이 아니라 견문이다
노자는 일단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들으려 하거나 보려고 해서는 세계의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세계의 진실에 접근하려면 보는 능력은 유지하되 되도록 수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고 듣는 능력을 유지하되 되도록 수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다. 봐야 하는 대로 보면 좁게 볼 수 밖에 없다. 보이는 대로 봐야 더 넓고 사실대로 볼 수 있다. 봐야 하는 대로 보면 자신의 의도대로 보게 되니 좁게 볼 수 밖에 없고 주관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넓게 보지 못하고 사실대로 보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보이는 대로 보는 사람이 봐야 하는 대로 보는 사람을 항상 이길 수 있다. 통찰의 힘은 보이는 대로 볼 때 나오는 것이다.
봐야 하는 대로 보는 사람은 이념주의자에 가깝고 보이는 대로 보는 사람은 실용주의자에 가깝다. 그래서 공자보다는 노자가 더 실용주의적인 사람이다. 실용주의는 진리의 척도를 경험 이전에 이미 있는 가치 기준에 두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정해진 기준에 맞추거나 세계를 봐야 하는 대로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도 마오쩌둥보다 등소평이 더 훨씬 실용주의자였다. 그는 흰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말하며 전형적인 실용주의자였다. 반면 마오쩌둥은 쥐는 잠깐 잘 잡지 못해도 된다. 고양이라면 모름지기 붉은색이어야 한다라고 이념주의자처럼 말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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