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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산군이 즐겨 먹었다던 백화사을 잡으러 다녔다는 땅꾼은 어떠했나
    아들을 위한 인문학/조선시대 직업들 2021. 11. 24. 04:35

    강희맹 <뱀 먹는 사람 이야기>

    끝이 갈라진 나무 활과 구부러진 나무 막대를 가지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약초를 캐다가 뱀을 만나면 큰 놈이건 작은 놈이건 나무활로 머리를 누른다. 뱀이 머리를 들고 입을 벌리면 구부러진 나무 막대로 조여서 뱀의 이를 다 뽑고 손으로 껍질을 벗겨 화살통 보관한다, 밥이 다 되면 소금을 뿌려서 구워다가 남김없이 먹는데 오래 지나면 중독되어 죽는 자가 이어진다 - 강희맹 < 뱀 먹는 사람 이야기 > -

     

    백화사

    연산군은 뱀을 매일 한 상자씩 바치라고 했다. 어디에 쓰려고 했을까 ? 이 명령을 내린 날 몸이 불편해서 아침 조회에 늦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약에 쓰려고 그런 듯하다. 아무 뱀이나 약이 되는 건 아니었다. 백화사라고 하는 독사가 주로 쓰였다. 사유환이라는 약이 있다. 백화사에서 짜낸 기름으로 만든 환약이다. 조선 왕실은 이약을 조제하기 위해 섬이나 바닷가에 사는 백성들에게 뱀을 공물로 받았다. 매년 500마리를 잡아야 하는데 다섯 집에 한 마리꼴이었다. 백성들은 농사일을 팽개치고 뱀을 잡으로 다녔다 뱀은 산 채로 잡지 않으면 약으로 쓸 수가 없다. 일반 백성이 쉽게 잡을 리 없다. 결국 돈을 주고 땅꾼에게 사야 하는데 이때는 뱀 한 마리 가격이 서너 냥으로 치솟았다. 쌀 두 가마 값이니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게다가 크기가 적다고 퇴짜를 놓는 관리들에게 뇌물도 주어야 한다. 사유환은 변질되기 쉬워 1년 이상 보관이 불가능했다. 이 떄문에 매년 뱀을 잡느라 소동이 벌어졌다. 뱀 공납은 고역 중의 고역이다

     

    경북 포항(다산 유배지, 촌병혹치 저술)

    효과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사유환은 의학서에 보이지 않는 민간요법에 불과했다.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사실은 조정 관원들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싶어 계속 진상을 받았다. 뱀의 효능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은 민간에도 만연해 있었다. 환자에게 뱀을 잡아 먹였다는 기록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뱀을 먹어야 낫는다는 의원의 말을 믿고 한겨울에 뱀을 찾으러 다녔다는 효자 이야기 또한 드물지 않다 그렇지만 크게 효과를 보았다는 기록은 찾기 어렵다. 먹고 효과가 없으며 그만이지만 목숨이 위험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강희맹의 뱀 먹는 사람 이야기에도 강릉 약초꾼들은 나무 집게를 가지고 다니다가 뱀을 발견하면 집게로 머리를 조여 이를 빼고 껍집을 벗긴 뒤 소금을 뿌려 구워 먹었다. 하지만 중독되어 죽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또한 다산 정약용이 경북 포항에 유배되어 풍속을 살펴보니 그곳 사람들은 병에 걸리면 무당에게 빌고, 그래도 낫지 않으면 뱀을 잡아먹고 그래도 낫지 않으면 죽는 수밖에 없었다. 다산은 집에서 보내 준 의학서에서 간편한 처방을 뽑아 촌병혹치라는 책을 엮었다. 무지한 백성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뱀을 잡아먹는 풍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관란재일기(땅꾼소개)
    땅꾼의 뱀잡는 도구

    뱀과 친했던 사람에 대한 기록도 있다. 순조때 포천 사람 방대진을 뱀을 팔뚝에 감기도 하고 손가락을 뱀 아가리 속에 넣기도 하는 등 자유자재로 부렸다. 정조때 아전 무다언은 뱀을 목에 두르기도 하며 마음대로 움직였다. 뱀의 습성을 잘 알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땅꾼의 필수 자질이다 일제 강점기의 인물 정관해는 <관란재일기>에서 한 땅꾼의 기구한 인생을 소개했다. 땅꾼은 어릴 적에 공부를 했지만 회초리 맞기가 싫어 가출했다. 그는 금강산으로 들어가 승려가 되었다. 9년만에 집으로 돌아왔더니 부모가 억지로 결혼시키려 했다. 그는 두 번째 가출을 감행했다. 구속이 어지간히 싫었던 모양이다.한동안 거지 노릇을 하던 그는 땅꾼이 되었다. 땅꾼은 뱀을 찾아 방방곡곡을 누벼야 한다. 한자리에 머물러 살 수 없는 것이 땅꾼의 운명, 천대받았지만 자유로운 직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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