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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법칙은 이 세상에 대해 무리한 요구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아들을 위한 인문학/과학 2021. 7. 30. 05:48
살다 보면 되는 일도 있고 안 되는 일도 있다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안 되는 일이 더 많다. 슈퍼마켓에서 줄을 서면 꼭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들고, 소풍날이면 어김없이 봄비가 내리는 것이다. 이때 생각나는 것이 머피의 법칙으로 잘될 수 있고 잘못될 수도 있는 일은 반드시 잘못된다는 것이다.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정리해놓은 이 법칙은 불행하게도 중요한 순간엔 어김없이 들어맞는다. 나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는 걸까 하고 낙담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사람들도당신만큼 재수가 없다. 머피의 법칙에 대해 과학자들은 그동안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머피의 법칙은 단지 우스갯소리일뿐 종종 들어맞는 사실조차 우연이나 착각으로 여겨왔다. 머피의 법칙을 반박할 때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가 있는데 바로 선택적 기억이다. 우리의 일상은 갖가지 사건과 경험으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대부분 스쳐 지나가는 경험일뿐 일일이 기억의 형태로 머릿속에 남진 않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일이 잘 안 풀린 경우나 아주 재수가 없다고 느끼는 일은 아주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머피의 법칙이 그토록 잘 들어맞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게 되었다. 가령 슈퍼마켓에서 혹은 현금 인출기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어는 줄에 설까를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민 끝에 제일 빨리 줄어들 것 같은 줄에 서지만 늘 다른 줄들이 먼저 줄어든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이문제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슈퍼마켓에 열두개의 계산대가 있다고 가정해보면 공교롭게도 내가 선 줄의 계산대가 말썽을 일으킨다거나 사람들이 물건을 많이 사서 유독 계산이 느리게 진행될 수도 있겠지만, 평균적으로는 다른 줄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가정할 수 있다. 다른 줄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사람들은 늘 가장 짧은 줄 뒤에 서려고 할 것이므로 줄의 길이도 대개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 평균적으로 내가 선 줄이 가장 먼저 줄어들 확률은 얼마일까 ? 그것은 당연히 1/12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들 확률이 11/12이나 된다는 얘기다. 여간 운이 좋지 않다면 어떤 줄을 선택하든 결국 나는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버트 매슈스가 약간의 수학으로 증명했던 머피의 법칙들은 우리에게 세상에는 되는 일보다 생각대로 안되는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로버트 매슈스는 머피의 법칙을 떠올리며 나는 굉장히 재수가 없구나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재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바라왔던 것들이 이 세상에서는 무리한 요구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출저 : 정재승 <과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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