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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전파한 대중매체의 왕인 종이에 대해서아들을 위한 인문학/신소재 2026. 4. 30. 01:42



식물의 특성은 겉모습과 성장주기, 생존하는 환경에 이르기까지 놀랄만큼 다양하지만 강한 섬유질, 엽록소에 의한 광합성 시스템, 춥거나 메마른 환경을 견뎌내는 씨앗은 식물이 진화과정에서 고안해낸 3대 발명품이다. 식물 섬유가 강하고 질긴 이유는 셀롤로스와 리그닌이라는 두 가지 물질 때문이다. 사람의 몸으로 말하면 셀롤로스가 골격, 리그닌이 근육에 해당한다. 나무 무게의 50%는 셀롤로스로 전 세계 식물이 만들어내는 셀롤로스는 연간 1천억톤이라고 한다. 목재의 주 성분은 셀롤로스이므로, 건축 자재나 연료로서 가장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 해온 재료인 셈이다. 모시나 무명 같은 천 또한 거의 순수한 셀롤로스이기 때문에 의류에서도 중요하다. 식물성 섬유도 대부분 셀롤로스이며 의약품인 알약을 만드는 데도 이용한다. 셀롤로스로 생산하는 세균도 있다. 화학가공인 셀롤로스도 널리 이용된다. 사진 필름이나 액정 디스플레이에 널리 사용되므로 고도의 첨단 기술제품에도 필수 재료다. 셀롤로스 제품은 역시 종이로 책이나 노트 등 정보를 기록하는 매체로는 물론 미닫이문 등의 건축 재료 골판지나 포장지 등의 포장 재료, 종이컵이나 우유 팩 등의 용기류, 커피 필터나 종이 기저귀, 화장지 등의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인류의 최대 발명품은 아마도 종이가 될 수 있다





종이의 발명자는 중국 후한시대(25-220)의 환관이었던 채륜이 발명했다. 그는 황제가 사용하는 물건을 만드는 궁정의 공방을 책임지는 관리자였다. 서기 105년 채륜은 나무껍질이나 모시 조각 찢어진 어망 등을 원료로 삼아 얇고 질긴 종이를 발명해냈다. 그때까지는 기록 매체로 주로 목재 또는 기름을 뺀 대나무를 여러 개 묶어 만든 목간이나 죽간을 사용했다. 이것들은 부피가 커서 불편했다. 반면 종이는 글씨를 편하게 쓸 수 있고 얇아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도 않았다. 종이를 말거나 모아서 묶으면 효율적으로 정보를 모을 수 있다. 물론 기원전 179년에 간쑤성 텐수이시에서 가장 오래된 종이인 마조각의 종이가 있다. 글자가 적힌 종이로는 전한시대의 선제 황제때 만들었다고 추정되는 현천지가 가장 오래되었다. 이집트의 파리루스도 이미 종이와 비슷한 물건이 발명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물건들은 품질이 좋지 않았을뿐더러 값도 매우 비쌌다. 채륜의 공적은 흔한 재료나 폐기물을 원료로 해 종이를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낸 데 고품질 종이이다. 채륜의 종이는 먼저 너덜너덜한 모시 천을 깨끗이 빨아서 재와 함께 삶는다. 알칼리로 가열해 불순물을 분해 제거해 순수한 셀롤로스를 추출하는 작업이다. 이것을 절구에 넣고 찧은 다음 물에 푼 뒤 망을 덧댄 나무틀로 건져낸다. 마지막으로 이것을 건조하면 종이가 완성된다. 이 제조법은 2천년 지난 오늘날의 방법과 기본적으로 같다.




종이의 장점은 정보를 기록하고 전달하며 남기기에 적합하다는 점이다. 중국의 진시황제는 분서를 단행해 정복한 나라의 역사서의 유교경전 등 자신에게 불리한 서적을 모조리 불태웠다. 문서가 목간 등에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불에 태워 정보를 없애기란 매우 간단했다. 종이 역시 불에 약하고 싼값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므로 정보를 복사해 여러 군데에 보관할 수 있다 종이의 등장은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본래 한자는 소나 말의 뼈 거북이 등딱지에 새기기 위한 갑골문자로서 탄생했지만 목간과 붓이 보급되면서 글자 모양도 변해 전서와 해서라는 서체가 탄생했다 종이가 발명된 후한시대에는 해서와 행서가 만들어져 수많은 명필이 등장했다. 그리고 종이의 질이 개량된 동진시대(317-420)에는 서성이라 불리는 왕희지가 활약해 서예는 점차 예술의 영역으로 격상되었다. 보존하기 쉽고 운반하기 편한 종이란 매체는 문화의 전파에도 공헌했다. 서진시대의 문인이었던 좌사 또한 삼도부란 제목의 시문을 10년에 걸쳐 완성했다. 이시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사람들이 앞다투어 필사했으며 뤄양에서는 종이가 부족해서 종이값이 폭등했다고 한다 그래서 낙양지가귀라는 고사성어가 태어나기도 했다. 과거제도도 종이가 나오면서 나온 제도로 훌륭한 인재를 뽑는 국가제도로 자리 잡았다. 종이 붓 먹이 필수 시험도구가 되었다.




한편 제지 기술은 전 세계로 퍼졌다. 일본에서는 610년 고구려에서 건너온 승려 담징이 종이를 만들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삼지닥나무, 닥나무 등 훌륭한 종이를 만드는 데 적합한 식물이 있었다. 게다가 종이를 뜰 때 닥풀 뿌리에서 나오는 점액을 섞음으로써 얇고 질긴 종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751년 당나라는 아바스 왕조의 이슬람 제국과 카자흐스탄 부근에서 탈라스 전투를 해서 당나라는 큰 피해를 입고 2만명이 포로가 되었다. 당나라 중 포로 중 종이 장인이 있어 전파되어 794년 수도 바그다드에 제지소를 세워 공문서에 종이를 사용했다. 유럽에 전파는 2차 십자군 원정에 참전해서 포로로 잡혔던 프랑스 병사가 다마스쿠스(시리아)의 제지소에서 강제 노동을 한 후 귀향해 1157년 제지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스페인 이탈리아 북미는 1690년으로 제지 기술이 매우 천천히 퍼져나갔다. 그 이유는 유럽에서 제지에 적합한 식물을 좀처럼 손에 넣기가 어려웠던 데 있다. 종이의 원료로 쓰인 재료는 낡은 리넨으로 종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리넨의 가치도 덩달아 올라갔다. 유럽 독일에서 목재로 펄프를 만드는 법을 개발한 19세기 중반 무렵에 이르러서야 종이를 대량으로 생산해낼 수 있었다.

송나라 활자인쇄술 




코란 필수본 15세기 중반 종이를 구하기 어려웠던 유럽에서 종이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려준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인쇄술의 발명이다. 필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속도로 정보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인쇄란 기술이 획기적이었다. 활자를 조합해서 찍은 활판 인쇄는 11세기 송나라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는 포도 압착기를 개조한 인쇄기로 1450년 무렵부터 인쇄업을 시작했다. 잉크나 활자의 대량생산 방법부터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해냈다고 한다. 이로써 서적의 가격은 단숨에 1/10로 떨어졌으며 오기도 사라졌다. 구텐베르크의 인쇄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면죄부도 있다. 이에 1517년에 면죄부의 옳고 그름을 논한 95개조 반박문은 활판으로 찍혀 배부되었다. 이 분노의 물결은 이윽고 종교 개혁으로 이어져 유럽 전체를 집어삼켰고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가 갈라서는 결과를 낳았다. 대량으로 생산된 얇은 종잇조각이 역사를 바꾼 것이다. 종이와 인쇄술에 따른 지식의 보급은 유럽에서 과학 기술이 보급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반면 오스만제국(1299-1922)은 아랍어 및 튀르키예어를 인쇄하는 행위를 일체 금지하는 법률를 포고했다 이 법률은 그 후 300년간 제국 내에서 통용되었다. 이슬람권에서 필사는 고귀한 행위이며 예술로 보고 기계에 맡기는 것은 신의 가르침에 대한 모독이라고 여겼다. 8세기부터 13세기까지 이슬람권의 과학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르네상스 이후 유럽에 추월을 허용하더니 결국 크게 뒤처지고 말았다. 이렇게 된 큰 원인은 인쇄 기술 도입을 거부한 탓에 지식 보급이 저해되었던 것이란 의견도 있다






종이를 매개로 정보와 지식이 전달되면서 세계의 역사 및 문화는 점차 크게 발전해갔다. 인류의 문명은 셀롤로스로 구성된 이 연약하고 얇은 조각 위에 세워진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드디어 대중 매체의 왕인 셀롤로스의 지위를 위협하는 재료가 등장했다. 각종 자기기록 매체다. 오늘날에는 한 군데 서점에 진열된 책 속 내용이 손바닥만 한 하드디스크 하나에 들어가며 필요한 정보로 순식간에 접속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놀랍게도 무려 2000년간 인류의 곁에 있었던 종이(셀롤로스)에는 거대한 성장 잠재력이 있다 나노 셀롤로스가 대표적 재료다. 나노 셀롤로스는 식물에서 얻은 셀롤로스 섬유를 무려 수십 나노미터쯤 되는 크기로 분해한 물질인데 이것을 굳히면 투명해진다. 종이는 셀롤로스 섬유 사이에 공기가 포함되어 있어서 빛을 반사해 하얗게 보이지만 셀롤로스 나노파이버는 공기가 들어갈 틈이 없으므로 빛을 통과시킨다. 이 나노 셀롤로스와 플라스틱을 합치면 무게가 강철의 1/5밖에 되지 않으면서 강도가 5배나 되는 재료가 탄생한다. 혼합하는 플라스틱의 성분을 바꿈으로써 전기를 통과시키는 종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제조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단점이나 이 문제만 해결되면 가볍고 저렴할 뿐 아니라 응용범위까지 넓은 재료가 될 것이다. 나노 기술 시대의 종이는 그야말로 강함과 우아함을 겸비한 우수한 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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