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명을 이룩한 재료의 왕인 철에 대해서아들을 위한 인문학/신소재 2026. 3. 19. 01:04




기원전 15세기경 소아시아에서 일어난 히타이트인이 처음으로 철을 사용한 이래 철은 인간 사회와 생활의 중심에 있었고 문화 발전에 공헌해왔다. 철은 금속의 왕이자 재료의 왕이라고 한다. 철을 무기로 사용할 경우에는 나무와 돌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상대편에게 타격을 줄 수 있고 쾡이나 낫 등의 농기구로 만들면 매우 효율적으로 논밭을 일굴 수 있다. 철로 된 도구만 있으면 암석이나 목재도 쉽게 자를 수 있으므로, 철이 없었다면 건축 또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독일 통일에 공을 세운 재상 비스마르크는 철은 국가다라고 말했다. 순수한 철 자체는 사실 은백색의 무른 금속이다. 다른 원소를 넣어 합금으로 만듦으로써 철의 성질을 개량할 수 있지만 그 강도는 텅스텐 합금 등에 못미친다. 또 철은 굉장히 녹슬기 쉬운 부류의 금속이다. 게다가 가공성이 높지도 않다. 철의 녹는점은 1535도로 제철하려면 풀무 등으로 끊임없이 공기를 공급해 고온을 유지해야 하므로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된다.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철기 문명보다 청동기 문명이 먼저 발달한 까닭은 청동의 녹는 점이 950도 정도로 낮아 청동을 제련하기 쉽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철의 장점은 많다. 지구 표면에 존재하는 원소의 비율을 나타내는 클라크 수에서 철은 4.7로 4위에 올라 있다. 금속 중에서 알루미늄 다음 가는 숫자다. 실제로 지구의 내핵과 외핵에 철이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으므로 지구 전체로 따지면 중량의 30%가 철이다. 철은 무거워서 지구가 갓 탄생해 아직 흐물흐물 녹은 상태였을 때 대부분 지구 속 깊이 가라앉아 버렸고 지표면에는 얼마 안 되는 양만 남았다. 그런데도 전체 원소 중 4위이니 지구에 철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유명한 저서인 철 이야기에서 민주주의가 성립하게 된 것은 철이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원소이기 때문이란 설을 소개했다. 청동의 바탕이 되는 광석은 희귀해서 일부 지배 계급만이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철광석은 여기저기에 존재하는 덕분에 제철 방법만 알면 많은 사람이 철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까닭에 강력한 무기는 왕의 독점물이 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철이 민중에게 힘을 주었다는 주장이다. 역사를 바꾼 재료에는 그 희소성 때문에 누구나 손에 넣고 싶어한 물질과 값싸고 대량으로 생산되어 전파됨으로써 세상을 바꾼 물질이 있다. 금이 전자에 해당하고 철은 후자라고 할 수 있다




지구의 철이 다른 금속보다 많은 이유는 핵물리학에 있다. 원소와 원소를 조합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우리 몸과 수많은 물질을 구성하는 탄소와 산소 철 등의 원소는 별 속에서 왔다고 한다, 태양과 같은 항성의 내부는 1000만도가 넘는 고온상태이므로, 이 강렬한 열로 원자핵이 서로 융합해 새로운 원소가 생긴다. 우리 태양에서는 현재 가장 작은 원소인 수소끼리 융합해 두 번째로 작은 원소인 헬륨이 한창 생기는 중이다. 가장 오래되고 거대한 별에서는 무거운 원소끼리 융합해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든다. 단 무한대로 무거워지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를 넘으면 원자핵이 불안정해지므로 원소가 더는 합성되지 않는 선이 존재한다. 이 선이 바로 철이다. 양성자 26개, 중성자 30개가 모여서 이루어진 철의 원자핵은 모든 원자핵 중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인 편에 속하며, 이보다 작거나 크며 불안정해진다. 철이 대량으로 존재하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거대한 항성이 죽음을 맞이해 대폭발하는 초신성 폭발 때 만들어졌다는 설을 오래 기간 믿어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로 중성자별이라 불리는 무거운 별이 충돌 합체할 때 만들어져 방출되었다는 설이 유력해졌다. 지구에 있는 금이나 은, 우리 몸 속에 있는 아연이나 엽산과 같은 무거운 원소는 모두 이렇게 생겨난 별 조각이다. 그러나 이 무거운 원소들도 언젠가는 분열해 철로 바뀌게 된다. 현재의 우주는 탄생한 지 약 138억년쯤 되었다고 한다. 현 단계에서 우주 전체 원소의 93% 이상이 수소이고 두 번째로 많은 헬륨을 합치면 두 원소의 비율은 99.87%에 달한다. 하지만 수백 억년이 지나면 철의 비율이 늘어날 것이다 우주의 미래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철만 가득한 냉랭하고 쓸쓸한 공간이라고 보고 있다




철의 장점은 다른 금속과 섞어 합금으로 만들면 더욱 뛰어난 재료가 된다는 점과 쉽게 자석이 된다는 점이다. 철의 합금 중 가장 중요한 합금은 강철이다. 강철은 0.02-2%정도의 탄소를 포함하는 철을 말한다. 탄소 덕분에 철은 놀라울 만큼 단단해지고 두드려서 늘이면 아주 예리한 칼이 된다. 히타이트인이 기원전 15세기경에 처음으로 철을 사용했다기 보다 그 이전부터 세계 각지에서는 운철로 검 등을 만들었다. 또 철광석을 강한 열로 제련하면 스펀지 같은 철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전 세계 각지에 이미 알려져 있었으므로 다양한 도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도구들은 물러서 칼이나 건축 자재로 적합하지 않았다. 히타이트인이 발견한 것은 스펀지 상태의 철을 칼의 형태로 만든 후 이를 목탄 속에 넣고 열을 가해 강하면서 유연한 강철을 얻는 기술이었다. 강인한 강철은 단순히 철과 목탄을 가열한다고 해서 간단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철을 녹이려면 고온의 불꽃이 필요하며, 산소를 끊임없이 공급해 높은 화력을 유지해야만 한다. 철은 탄소 함유량이 너무 많으면 강도가 높아져 깨지기 쉬우므로 두드렸을 때 갈라져버린다. 즉 히타이트인은 이 조건들을 조절하여 우수한 강철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던 것이다. 히타르타인은 강철로 만든 강력한 무기로 소아시아를 거의 제압했다. 히타르타인은 강력한 힘의 원천인 강철 제조법을 비밀에 부쳤는데도 제국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기원전 1190년경에 끝내 멸망했다. 반란과 이민족의 침입도 멸망의 원인이나, 히타이트인이 제철에 필요한 목탄을 확보하려 삼림을 파괴해버린 점도 멸망에 한몫했다. 히타이트인은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은 한편으로 거대 산업이 피하기 힘든 환경 파괴란 문제를 경험했던 것이다.


다마스쿠스 강철 

철의 단점은 쉽게 녹슨다는 점이다. 녹슬지 않는 철로 널리 알려진 철은 인도산 다마구쿠스 강철이다. 표면에 나뭇결 모양의 아름다운 무늬가 도드라져 있는 점이 큰 특징이며 이 강철로 만든 검은 철갑옷을 쉽게 벨 수 있을 정도로 예리하다고 한다. 인도에 세워진 최초의 모스크 쿠와트 올 이슬람 사원 앞에 세워진 델리 쇠기둥 또한 다마스쿠스 강철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세워진 지 1500년 이상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녹슬지 않고 우뚝 서 있다. 다마스쿠스 강철 제조법은 엄격히 유지되어 자세한 제조법은 사라져버려 오늘날에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 밖에 철의 내식성을 높이고자 도금을 하는 방법 등도 연구되었다. 그 산물 중에서 강판을 주석으로 도금한 양철, 아연으로 도금한 함석, 유리질을 녹여 입힌 법랑 등이 유명하다. 하지만 이것들도 표면에 흠집이 나면 어쩔 수 없이 녹이 슨다. 녹슬지 않는 철이란 인류의 3500년에 걸친 꿈을 실현한 것이 바로 스테인리스강이다. 이의 발견은 완전히 우연이었다. 1912년 영국의 해리 브리얼리는 제철회사에서 화기 폭발에 견디는 금속을 연구하고 있었다. 연구 중에 크로뮴을 20%넣은 강철을 만들어 보았지만 이 합금은 가공성이 나쁜 실패작이었다. 브리얼리는이 합금을 버려둔 채 잊고 있었는데 몇 개월 후에 보니 금속 덩어리가 전혀 녹슬지 않았다. 연구를 거듭해 가공성이 좋지 않다는 단점을 극복한 스테인리스강을 만들었다. 사실 스테인리스도 녹이 슬기는 한다. 다만 스테인리스 표면에서 강철에 함유된 크로뮴이 산화되어 아주 얇고 튼튼한 막을 형성함으로써 산소 공격을 막아 내부로 녹이 진행되는 현상을 막는 것뿐이다. 이뿐만 아니라 강도, 가공성, 용접의 용이성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진 특수 강철이 다수 개발되었다. 다채로운 합금을 만들 수 있는 포용성이야말로 철이란 원소의 커다란 매력 중 하나다




제철 기술은 지금도 끊임없이 발전하는 중이며 오늘날 용광로 한 기는 하루에 무려 1만톤이 넘는 철을 만들어낸다. 전 세계 금속 생산량의 90%이상이 철이며 2015년 전 세계 조강 생산량은 총 16.2억톤이다. 철은 곧 힘이다. 강철 생산량은 국가의 힘을 나타내는 가장 뛰어난 지표다. 산업혁명 후에는 영국이, 제 2차 세계대전 후부터 1970년경까지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선두였지만 석유파동을 계기로 소련에 추월당한다. 소련이 붕괴한 후 1990년대부터는 일본이 선두에 섰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 중국이 현재 전 세계 점유율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의 철의 고부가가치화 또한 진행 중이다. 오늘날의 제철소는 대규모인데도 엄격히 온도를 관리해 강도나 연장성, 용접의 용이성 등 다양한 요구를 만족하는 철을 만들어낸다. 연금술사들은 철로 금을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과학자들은 철에서 금보다 유용한 금속군을 다수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플라스틱이나 탄소섬유 등 뛰어난 재료가 많이 등장했으나 철을 직접 대체할 만한 재료는 앞으로도 탄생할 것 같지 않다.
'아들을 위한 인문학 > 신소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화를 전파한 대중매체의 왕인 종이에 대해서 (0) 2026.04.30 동물이 만든 최고의 걸작 콜라겐 (2) 2025.12.04 토기, 도기, 자기, 파인 세라믹으로 발전한 도자기 역사를 (0) 2025.10.16 인류사를 움직인 찬란한 빛인 금에 대해서 (2) 2025.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