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시들-32) 침묵의 색 / 무음으로 피는 꽃 / 경계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1. 2. 03:00
< 침묵의 색 - 전길중 >
깃털 하나 빙그르르 떨어지자
활유법을 펼치는 산까지 울음
그래 힘들지 ? 쫓빛 공감이다
가지 끝 앉아 내려보는 햇살을
조롱으로 오인한 바람이 씩씩거리자
꿩 한 쌍 푸드덕 녹색 침묵을 깬다
L사장과 H마담의 파일은 검정
그들의 침묵을 파악하기 어렵다
남들이 간음이라고 비난하지만
사랑이라 주장하는 눈물까지 포용하는
신의 침묵 주황색이다
바람과 숨바꼭질하다 떨어진 단풍
흥건한 피에 넋 놓고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의 침묵 무채색이다
< 무음으로 피는 꽃 - 전길중 >
피고 지는 자연의 이치가 그렇듯
얼마 남지 않았다고 혼잣말하는 어머니
봄 떠난 지 오래인 줄 알면서
꽃 피지 않는다 속앓이다
꽃들을 밀어 올리는 꽃대의 명치 아리다
꽃샘추위를 견디어야 봄이 오는 것을
한꺼번에 그 많은 꽃 피울 수 없음을
꽃이 저절로 피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그래서 그랬을 거니 짐작하며
스스로 꽃대를 세워 무음으로 피는 꽃
어둠과 빛의 경계에 머물러
그래 꽃이 피고 질 때 소리를 내지 않지
눈물 훔치는 꽃나무에 저승꽃 아른거린다
< 경계 - 전길중 >
안과 밖이 분명하지 않은 바람이
애벌레와 나비를 참견할 수 있는 경계는
문양을 팔랑이는 순간이다
새의 깃털이 날아들 때마다
침 튀길 일 아닌 관계
서로의 생채기를 부드럽게 어르자
숲의 푸른 핵심이 그대로 남는다
삶과 죽음 그 경계는 지금 그곳
누군가 지배하는 절대적 영역이다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꽃말들의 속옷
변방으로 밀려난 물기 마른 종교와
선을 그은 경계 너머에
어떤 신앙이 꽃으로 필 것인지
'아들을 위한 인문학 > 세계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시들-30) 향미사 / 물레 / 모란이 피기까지는 (0) 2024.12.19 (명시들-29) 행복한 혁명가 /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사랑이라는 위험천만한 얼굴 (0) 2024.12.12 (명시들-28) 단풍 또는 낙엽의 시간 / 겨울 연못 / 사랑의 건축학 (1) 2024.12.05 (명시들-27) 그리움은 나의 숙명 / 장미 잎사귀 / 그대가 있기에 (0) 2024.11.28 (명시들-26) 벌거숭이의 노래 / 예감의 새 / 별의 아픔 (1) 202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