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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26) 벌거숭이의 노래 / 예감의 새 / 별의 아픔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4. 11. 21. 03:12
< 벌거숭이의 노래 - 김형원 >
나는 벌거숭이다
옷 같은 것은 나에게 쓸 데 없다
나는 벌거숭이다
제도 인습은고인의 옷이다
나는 벌거숭이다
시비도 모르고 선악도 모르는
나는 벌거숭이다. 그러나 나는
두루마기까지 갖추어 단정히 옷을 입는
제도와 인습에 추파를 보내어 악수하는
썩은내가 물씬물씬 나는 구도덕에 코를 박은
본능의 폭풍 앞에 힘없이 항복한 어린 풀이다
나는 어린 풀이다
나는 벌거숭이다
나에게는 오직 생장이 있을 뿐이다
태양과 모든 성신이 운명하기까지,
나에게는 생명의 감로가 내릴 뿐이다
온 누리의 모든 생물들로 더불어
나는 영원히 생장의 축배를 올리련다
그리하여 나는 노래하려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감투를 쓴 사람으로부터
똥통을 우주로 아는 구더기까지
그러나 형제들아
내가 그대들에게 이러한 노래를
서슴지 않고 보내는 것을 기뻐하라
새로운 종족아, 나의 형제들아 !
그대들의 떨어진 옷을 벗어 던지자
< 예감의 새 - 김혜숙 >
깊은 잠, 내 혼미의 꿈 속으로
한 마리의 새가 날아든다
안개 저 쪽에서
산던 새
무얼 하고
무엇을 노래하고 살았던가
전혀 알 수 없는
한 마리의 새
오늘밤
그 커다란 나래를 퍼득이며
깊은 잠, 내 단 꿈 속으로 날아든다
날아들어 내 꿈을 쪼아먹는다
내 꿈을 쪼아먹고
나래를 키우는 새
오늘 밤
내 꿈 속으로
한 마리의 새가 날아든다
< 별의 아픔 - 남궁벽 >
임이시여, 나의 임이시여 당신은
어린 아이가 뒹굴을 때에
감응적으로 깜짝 놀라신 일이 없으십니까
임이시여 나의 임이시여 당신은
세상 사람들이 지상의 꽃을 비틀어 꺾을 때에
천상의 별이 아파한다고는 생각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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