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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어로 옷감 짜기, 옷을 발명한 이유, 동물가죽옷의 단점, 이집트의 린넨에
    아들을 위한 인문학/천과 옷 2024. 6. 20. 03:25

     

    영어단어 text()textile(직물)은 같은 조상에서 태어났다. 그 조상은 라틴어로 직물을 짜다를 뜻하는 texere가 있고 비슷한 예로 라틴어로 솜씨 좋게 만들어진 것을 가리키는 fabrica는 영어단어 fabric(직물, )fabricate(위조하다, 제조하다)의 어원이다. 언어와 직물이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기술인 직물은 문자 언어의 역사에서 물질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한때는 낡은 천으로 종이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글을 쓰고 나서 글자를 보호하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천으로 감싸거나 덮었다. 책을 제본하는 기술자들은 오래전부터 바늘과 실을 사용했으며 서예와 레이스 제작은 평행선을 그리며 발전했다. 현대 이전까지 직물 생산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덕분에 언어와 직물의 관계는 더 끈끈해졌다. 아이들은 집안의 어른들이 실을 잣고 옷감을 짜는 모습을 보고 그 일을 거들면서 자랐다. 한편 옷을 만드는 사람들은 옷감을 짜고 바느질을 하는 동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잡담을 나누고 시시콜콜한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서 직물 생산공정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과 수사학의 주장으로 옮겨 갔다. 오늘날 texttextile의 접촉면은 문학 평론가들에게 비옥한 토양을 제공한다. 평론가들은 옷감 짜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뭔가를 풀어내고 엮어내고 조각들을 맞추고 뜯어내는 일을 한다. 다만 그들의 재료는 실이 아니라 주장과 인물, 시와 줄거리일 따름이다.

     

    옷이 발명된 이유는 현실적으로 추위를 막기 위해서라고 보인다. 그들이 최초로 진화했던 온대지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기에는 부적합하다. 유전적으로 가까운 포유류에 있는 갈색지방조직이 없어 열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리고 추운지방에 살기에 가장 불리한 점은 몸에 털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옷을 입지 않는 사람은 온도가 27도만 돼도 쌀쌀하다고 느낀다 인간의 평균 체온은 37도로 체온이 35도 밑으로 떨어지면 저체온증이 나타나고 29도 아래로 떨어지면 살아남기가 어렵다. 인간은 왜 포유류 중 유일하게 털이 없는가에 대해서 어떤 학자는 인간은 반수생의 시기를 거쳤을 거라는 이론을 내었다. 그 증거로 손가락 사이에 물갈퀴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에 있었기에 털이 없다는 것이다. 2003년 영국의 과학자가 털이 없는 이유는 성 선택의 결과였다고 하는데 긴털에는 병균을 옮기는 기생충이 잘 달라붙기 때문이기도 했다. 짝짓기 상대를 고를 때 훤히 드러난 매끈하고 벌레 없는 살갖은 유혹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류가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은 4.2만년 전과 7.2만년 전 사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무렵 인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약 100만년 동안은 인류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지냈다고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사람들은 동물가죽을 몸에 두르고 다녔다. 결국에는 천을 짜서 만든 옷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이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는 두꺼운 털가죽이 체온을 유지해주었다. 사람이 움직이고 있을 때나 세찬 바람이 불 때는 그렇지 못했다. 털가죽은 사람의 몸에 착 달라붙지 않기 때문이다. 옷이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되려면 사람의 피부쪽에 공기층을 형성해 단열 작용을 해야 하는데 사람의 몸과 옷 사이에 공기가 많아 들어올수록 단열 효과는 떨어진다. 사람이 빠른 속도로 걸을 때도 옷의 단열 효과는 절반으로 감소한다. 옷은 통기성도 좋아야 한다. 습기를 머금은 옷은 그 옷을 입은 사람을 따뜻하게 해주지 못하는 데다 아주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실을 짠 천은 털가죽보다 통기성이 좋고 몸에 잘 맞게 재단된 옷은 내부에 적절한 공기층을 형성해 찬바람에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을 막아준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 서늘한 곳으로 이주하고 나서는 천으로 의류를 만들 줄 아는 능력이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따라서 혹독한 추위 환경과 인체에 관한 생리학적 지식, 그리고 의류 생산에 쓰였을 법한 긁개, 칼날, 구멍 뚫린 바늘 등의 도구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우리는 원시시대에도 옷이 존재했다고 추정한다. 물론 그 시대의 옷 자체를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옷 만들기는 집짓기, 불 지피기와 함께 인류가 다양한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었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사회와 문화에서 아마는 특별한 위상을 차지했다. 기본적으로 아마는 이집트 경제활동의 핵심이었다. 이집트 고왕조의 어느 무덤 벽면에는 아마를 몇 다발 수확했는지 자랑스럽게 기록해놓기도 했다. 이집트의 평범한 백성들은 아마를 통해 부를 축적했다. 아마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됐으며 화폐처럼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와 교환할 수도 있었다. 페니키아인들은 이집트의 리넨을 사고팔면서 부유해졌다. 실제로 이집트는 19세기까지 주요 리넨 생산지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가 19세기에 어느 프랑스 식물학자가 나일강 삼각주의 무더운 기후에 잘 맞는 품종의 목화를 발견한 후에 이집트의 주된 섬유 작물은 면으로 바뀌게 된다. 한편 리넨은 열전도율이 높아 피부에 닿을 때 시원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더운 지방이나 여름철에 활용도가 높다. 또 리넨은 내구성이 좋은 섬유다. 리넨은 면보다 2배 강하고 양모보다 4배 강하다. 리넨은 세월이 흘러도 큰 변화가 없으며 자주 입고 세탁할수록 부드러워진다. 고대 이집트 옷의 상당수는 그냥 직사각형으로 자른 천을 몸에 두르고 끈으로 묶는 것이었다. 바느질은 최소한으로 했다. 리넨 직사각형 천을 반으로 접어 양쪽 모서리를 꿰맨 다음 팔이 들어간 구멍을 남기고 접힌 부분에 머리 넣을 구멍을 남겨놓는 식이었다. 리넨은 문화적으로 청결을 상징했다. 신을 모시는 의식을 거행할 때면 항상 새로 세탁한 리넨 옷을 입었다고 했다. 또한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발굴한 모든 조각상과 물건들은 리넨으로 공들여 감싸인 상태였다. 이것은 불순한 물질을 순수하고 신성한 것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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