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사태와 5.18사건으로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된다(1996년 선고)

피고인 전두환 사형 ! 사형이 선고되던 순간 법정 시계가 12시 정각 을 가리켰다. 정오의 심판을 내리던 순간 피고인 전두환은 눈을 감 았다. 1996년 서울지법 417호 법정에서 12.12 및 5.18사건에 대한 역사적인 법정판결이 있었다. 전두환 및 노태우 등 피고인 16명이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는 동안 김영일 재판장은 2시간 가까이 판결 문을 읽어내려갔다. 피고인 전두환은 사형에 2259억원 추징을 노태우는 징역 22.6 년에 2838억원 추징당했다. 힘은 곧 정의이고 성공하기만 하면 수단과 방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굴절된 역사의 가르침이 수정되는 순간이었다. 재판부 10.26사건 수사를 빌미로 12.12 군사반란을 통해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연행하는 하극상을 일으키고, 5.18광주민중항쟁 유혈진압을 통해 신군부 집권 시나리오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내란죄를 인정했다. 이와같이 법의 심판을 받은 12.12군사반란과 5.17쿠데타는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여망을 짓밟은 사건이었다. 역사의 시계바늘은 뒤로 돌려 버린 전두환과 노태우는 쿠데타 성공 후 대통령이 되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심판은 먼 훗날의 일로만 여겨졌다. 우리 현대사는 청산되지 않는 역사가 유난히 많다. 1949년 친일파 척결을 위해 조직되었던 반민특위와 4.19혁명 후 역사청산이 시도되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1979년 10.26에 의해 박정권의 장기독재가 마감되자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 회복을 기대했다. 그러나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의 등장으로 이 소망은 무참히 짓밟혔다. 신군부의 불법적인 집권으로 광주민주항쟁의 참상은 제대로 규명될 수조차 없었다. 불법적인 쿠테타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의 5공정권은 오히려 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으로 광주민주항쟁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서 비롯된 광주폭동으로 왜곡했다. 하지만 5.6공으로 이어진 신군부의 집권은 12년만에 끝이 났다. 결국 민주화의 압력 앞에서 군사정부는 문민정부로 대체되었다. 문민정권의 출발 또한 군사정권의 청산 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국민들의 여망과 달리 광주사태의 책임자는 역사에 맡기자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문민정부의 태도는 12.12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5.18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이어졌다. 1995년 연말 노태우의 천문학적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이 문제는 다시 도마에 올랐다. 들끊은 여론에 밀려 정부는 5.18특별법을 제정했다. 이로써 12.12와 5.18사건 주모자들은 군사반란 및 내란 그리고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재판정에서 최후진술에서 현대사를 모욕으로 얼룩지게 만든 장본인들에게서 수치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반성할 줄 모르는 이들에게 법은 심판을 내렸다. 12.12사태와 5.18사건 주모자들에 대한 법적 처벌은 잘못된 과거사를 청산하고자 하는 국민적 염원과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 현대사는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는 역사 바로 세우기의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