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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들-100) 성탄제 / 달무리 / 향수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11. 13. 04:18
< 성탄제 - 김종길 >
가슴에 눈물이 말았듯이
눈도 오지 않는 하늘
저무는 거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동녘 하늘에 그 별을 찾아본다
베들레헴은 먼 고장
이미 숱한 이 날이 거듭했건만
이제 나직이 귓가에 들리는 것은
지친 낙타의 울음 소린가 ?
황금과 유황과 몰약이
빈 손가방 속에 들었을 리 없어도
어디메 또 다시 그런 탄생이 있어
추운 먼 길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 -
나의 마리아는
때묻은 무명옷을 걸치고 있어도 좋다
호롱불 켠 판자집이나 대합실 같은 데라도
짚을 깐 오양깐보다는 문명되지 않은가 ?
----허나 이런 생각은 부질없는 것
오늘 하룻밤만의 감상을 위해서라도
차라리 잠오듯 흰 눈이라도 내리렴 !
함박꽃처럼 선의의 흰 눈이라도 내리렴 !
< 달무리 - 이영도 >
우러르면 내 어머님
눈물 고이신 눈에
얼굴을 묻고
아아 우주이던 가슴
그 자락 학같이 여기고, 이 밤
너울너울 아지랭이
< 향수 - 김광균 >
저물어 오는 육교 우에
한줄기 황망한 기적을 뿌리고
초록색 램프를 달은 화물차가 지나간다
어두운 밀물 우에 갈매기떼 우짖는
바다 가까이
정거장도 주막집도 헐어진 나무다리도
온 - 겨울 눈 속에 파묻혀 잠드는 고향
산도 마음도 포플라나무도 고개 숙인 채
호젓한 낮과 밤을 맞이하고
그 곳에
언제 꺼질지 모르는
조그만 생활의 촛불을 에워싸고
해마다 가난해 가는 고향사람들
낡은 비오롱처럼
바람이 부는 날은 서러운 고향
고향 사람들의 한줌 희망도
진달래빛 노을과 함께
한번 가고는 다시 못오지
저무는 도시의 옥상에 기대어 서서
내 생각하고 눈물지움도
한떨기 들국화처럼 차고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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