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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시들-61) 길 / 산조 / 비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2025. 7. 31. 02:56
< 길 - 윤동주 >
잃어 버렸습니다
무엇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의 호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다문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산조 - 이동주 >
마른 잎 쓸어모아 구둘을 달구고
가얏고 돌바람을 제대로 올리자
풍류야 붉은 다락
좀먹기 전일랬다
진양조 이글이글 달이 솟아
중머리 중중머리 춤을 추는데
휘몰이로 배꽃같은 눈이 내리네
당 흥....
물레로 감은 어혈 열두 줄에 푼들
강물에 띄운 정이 고개 숙일리야
학도 죽지는 접지 않은 원통한 강산
웃음을 얼려
허튼 가락에 눅혀 보라
이웃은 가시담에 귀가 멀어
홀로 갇힌 하늘인데
밤새 내 가얏고 운다
< 비-이병기 >
짐을 매어 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 날
어둔 새벽부터 시름없이 내리는 비
내일도 내리오소서, 연일 두고 오소서
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오시라
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내리는 비
저으기 말리는 정은 나보다도 더하오
잡았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
갑자기 꿈을 깨니 반가운 빗소리라
매어 둔 짐을 보고는 눈을 도로 감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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