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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인의 시체 방부제로 사용한 삼나무 기름와 축제의 절정을 밝히는 캔들피시, 밀랍에 대해
    아들을 위한 인문학/기름의 세계 2024. 7. 2. 03:03

     

    삼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인데 여러 가지 품종들로 나뉜다 그중에서 특히 서아시아 레바논 일대에서 자라는 삼나무는 이집트를 비롯하여 주변 나라들이 탐을 내는 귀중한 물건이었다. 레바논 삼나무는 병충해와 부패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서, 집을 짓고 배를 만드는 자재로 쓰기에 좋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레바논 삼나무가 인기 있는 최고급 수입품이었다. 기원전 2500년 무렵, 파라오 스네프루 시대에 작성된 기록에는 40척의 배에 삼나무를 가득 싣고 왔다는 내용이 언급된다. 고대 이집트는 언젠가 그가 다시 살아날 때를 대비하여 썩지 않도록 방부 처리하는 풍습으로 미라를 만들었는데 여기에서 삼나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라를 보관할 관을 삼나무로 만들었고 미라의 장기가 썩지 않도록 시체 안에 주입하는 재료가 삼나무에서 뽑아낸 기름이었기 때문이다. 고대 역사가인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미라를 만들 때 삼나무 기름이 어떻게 쓰이는지 상세하게 기록했다. 우선 삼나무에서 뽑아낸 기름을 주입기에 넣은 다음, 미라를 만들 시체의 항문을 통해 배 안에 삼나무 기름을 가득 넣고 새지 않도록 잘 막는다. 그리고 나서 시체를 나트륨 등의 화합물로 만든 천연소다에 푹담그고 70일이 지나 시체에 넣은 삼나무 기름을 배에서 빼내고 아마포로 만든 붕대로 시체의 온몸을 감싸 관에 넣으면 미라가 완성된다 이때 삼나무 기름이 시체가 썩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켈트족

    삼나무 기름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던 집단에는 고대 유럽의 켈트족도 있다. 켈트족은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등 유럽의 넓은 지역에 걸쳐서 분포했다. 이들은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며 남쪽의 이웃인 로마인이나 그리스인보다 체격이 더 컸으며 하얀색의 피부와 파란색의 눈동자에 노랗거나 붉은 머리카락과 짧은 목을 지녔다. 켈트족은 강력한 적수를 전쟁에서 죽이고 목을 잘라 집으로 가져와서는 삼나무 기름을 가득 부어 담가서 보관했다. 용맹의 상징으로 집안의 가보로 다루었다. 한편 캔들피시는 율라촌이라고도 불리며 빙어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바다빙어라고도 일컫는다. 캔들피시는 몸 길이가 20센티미터로 대부분의 색은 갈색 또는 파란색이고 몸의 옆구리는 은백색을 띄며 배는 하얀색이다. 캔들피시는 민물에서 태어났다가 바다로 가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데 죽을 때가 가까워지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서 알을 낳고는 힘이 다 빠져 죽는다. 캔들피시는 미국 알래스카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원주민에게 소중한 식량자원이다. 잡힌 캔들피시는 말리거나 훈제하여 오랫동안 저장하여 식량으로 먹는다. 이는 겨울이 길기 때문이다. 캔들피시는 쓰임새가 많은데 몸에 기름이 많아서 원주민들은 가공하여 횃불이나 등잔불로 사용하거나 가죽 제품이 상하지 않도록 표면에 바르는 윤활유로 사용했다. 기름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우선 땅을 파고 구덩이를 만든 다음 캔들피시를 그 안에 넣어두고 일주일 이상 시간을 보내 썩게 한다. 그 다음 끓은 물을 붓고 물의 표면에 떠오르는 캔들피시의 기름만 걷어내어 모으는 것이다.

     

    캐나다 밴쿠버 섬의 원주민 부족인 콰키우틀족한테는 캔들피시의 기름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축제에서 쓰이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콰키우틀족은 자신들이 사냥하거나 낚시한 동물의 고기, 생선, 생선기름, 야생열매 같은 음식들을 잔뜩 모아놓고서 다른 마을 사람들을 초대하여 큰 잔치를 벌여 실컷 먹게하는 포틀래치라는 풍습이 있었다. 포틀래치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캔들피시의 기름을 집안에 모아놓고 한꺼번에 불을 붙이는 일명 기름 축제였다. 기름 축제는 캔들피시의 기름을 쇠, 나무, 흙으로 만든 여러 개의 항아리에 잔뜩 넣고는 집 한가운데에 불을 지핀 곳에다가 몽땅 부어버리면서 시작된다. 이렇게 하면 캔들피시의 기름이 불에 타면서 집안에 검은 색의 연기가 잔뜩 차오르는데 그러면 포틀래치를 개최한 사람은 자신이 초대한 사람들을 불러 모아놓고 나는 여러분들을 위해서라면 1년 내내라도 이렇게 방에 잔뜩 연기가 차도록 캔들피시의 기름을 태울 수 있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외친다. 그러면서 캔들피시 기름을 모은 사람은 자기의 부와 선정을 과시하는 격이 된다

     

    벌이 꿀 말고도 만들어내는 물질은 밀랍이 있다. 벌이 꽃에서 채취한 당을 몸속에서 화학작용을 거쳐 밖으로 뽑아낸 것으로 기름의 일종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나무로 만든 판 위에 쇠로 만든 펜으로 글씨를 썼는데 오래 보존하거나 때로는 숨기기 위해 나무판 위에 밀랍을 입히기도 했다. 한가지 일화가 있는데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황제인 크세르크세스 1세가 그리스를 공격하러 원정을 떠나려 하자 왕위에서 쫓겨나 페르시아로 망명을 떠났던 테마라토스가 조국 스파르타에 두 개의 목판을 보냈다. 그런데 스파르타인들이 목판을 받아보니 그 위에는 그저 밀랍이 입혀져 있을 뿐 내용을 알 수가 없었다. 이때 스파르타의 왕비인 고르고가 목판 위에 입혀진 밀랍을 벗겨보라고 명령했다. 밀랍 아래에 드러난 목판에는 페르시아가 쳐들어온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목판 위에 밀랍을 입힌 것에 대해 페르시아에서 스파르타로 물건을 보내려면 바다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목판이 습기에 젖어 뒤틀려서 글씨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또는 페르시아인들한테 목판에 쓴 글 내용이 적발되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밀랍을 입혔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이키로스의 추락(루벤스, 1636년)

    고대에 밀랍은 접착제의 일종으로도 사용되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크레타의 왕인 미노스로부터 미움을 받은 기술자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인 이카로스는 미궁에 갇힌다. 다이달로스는 새들이 흘린 깃털들을 모아서 어깨에 밀랍을 녹여 붙여 일종의 날개를 만든 다음, 아들과 함께 미궁을 날아서 빠져나갔다. 헌데 이키로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나치게 높이 날다가 그만 뜨거운 햇빛에 밀랍이 녹으면서 날개가 떨어져 추락해 죽고 말았다. 한편 밀랍은 밤의 어둠을 밝히는 물건인 양초를 만들거나, 방수제나 왁스를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다. 그런데 때로는 밀랍 때문에 전쟁이 벌어져 나라가 망하고 역사가 바뀌는 일도 일어났다. 예전 고려시대에 문화수준이 낮은 여진족은 거란족이 매우 깔보고 업신여겼다. 거란국지에 의하면 여진족은 자신들의 양봉을 통해 채취한 밀랍을 현재의 중국 동북부 지린성에 설치된 시장인 각장에 가서 거란족을 상대로 팔았는데 거란족은 원래의 가격보다 더 낮게 사들였다. 여기에 항의를 하면 여진족을 때리면서 횡포를 부렸다. 1114년 완안부족의 추장인 완안아골타는 여진의 여러 부족들을 통일하고 요나라에 맞서 대대적인 반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과거의 여진족에 모욕과 멸시 그리고 무참히 폭행한 것을 보복하여 여진족 병사들은 긴 창으로 거란족 아이들을 찔러 죽이고 그 시체를 창에 꽂은 채로 들고 다니면서 웃고 춤을 추었다고 한다. 1125년에 거란족을 멸망시켰는데 이는 밀랍이 한 원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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