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박지 못해 부평초처럼 떠돌이 삶인 방랑과 유랑의 어감의 차이는 어떠한가아들을 위한 인문학/우리말 어감 2021. 11. 26. 04:38
방랑과 유랑은 둘 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것을 뜻한다. 방랑생활과 유랑생활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생활이라는 점에서 같고, 방랑길과 유랑길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노정이라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떠도는 이유는 서로 다를 수 있다
김삿갓으로 널리 알려진 김병연은 평생 방랑 생활을 하였고, 집시들은 유럽 여러나라를 떠돌며 유랑 생활을 하였다. 김병연이 삿갓을 쓰고 전국을 떠돌아다녔던 이유는 하늘을 볼 수 없는 사람이라는 죄의식 때문이었는데 그의 방랑은 현실에서 도피하고픈 욕망과 지식인으로서의 정신적 방황에서 비롯된 행위라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춤,곡예,연주 등으로 생계를 꾸리는 집시들의 유랑은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한 현실적 동기에서 비롯되었다. 방랑이 정신적 방황이나 세계에 대한 탐구욕으로서의 떠돎에 초점이 있다면, 유랑은 삶을 일구는 수단으로서의 떠돎에 초점에 있다
낯선 곳과 새로운 풍물을 찾아 자꾸만 떠나고 싶어 하는 습벽은 방랑벽이라 할 만하고 기존질서나 인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과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방랑자라 할 만하다. 방랑하는 자의 마음속에서는 떠나고자 하는 욕망과 돌아가고픈 욕망이 서로 부딪치며 길항한다. 객창에서 홀로 밤을 맞는 것은 더없이 고독한 일이지만, 날이 밝으면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설레고 가슴 벅찬 일이다
나이가 지긋한 세대는 유랑극단을 기억할 것이다. 어린 시절 마을 공터에서 커다란 천막이 가설되고 나면 그 안에서 환상적 곡예가 펼쳐졌던 것을, 줄타기, 공중그네, 접시돌리기, 외발자전거 타기, 마술쇼 등을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거나 넋을 잃고 바라보면서 즐거워했다. 하지만 극단이 마을에 머무는 것은 고작 며칠이며 온 마을은 시끌벅적하게 만들다가 그들은 홀연히 어디론가 떠난다. 유랑은 그들의 삶의 방식이자 삶 자체였다.
'아들을 위한 인문학 > 우리말 어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리나 규범에 어긋나는 부도덕과 비도덕, 무도덕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 (0) 2021.12.03 타인에게 조아리는 복종과 순종과 굴종과 맹종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 (0) 2021.11.30 사물의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는 발달과 발전의 어감 차이는 어떠한가 (0) 2021.11.23 어떤 형태나 본바탕을 가지고 세상에 존재하는 것인 물건과 물체, 물질의 어감차이는 (0) 2021.11.19 인류가 일구어 낸 고차원의 정신적 물질적 성취인 문명과 문화의 어감이 차이는 (0) 2021.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