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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젓갈을 숙성시킨 생선장을 바다가 키웠다
    아들을 위한 인문학/맛의 세계 2024. 4. 18. 03:24

    생선을 보존하는 방법에는 건조법과 염장법이 있다. 염분을 포함한 채 건조하는 것은 다랑랑어포 등의 건어물이 되고 염장을 하면 젓갈이 되며 그보다 더 모양이 망가지면 액체 형태의 생선장이 된다. 식품 보존을 위해 소금을 사용하였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소금에 의해 부패가 억제되어 맛이 변하기 시작한 식품도 맛이 훌륭하다는 사실을 깨달게 되었다. 생선장은 바닷물고기, 어란, 조개, 새우, , 민물고기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켜 재료의 원형이 남지 않을 정도로 액체화된 조미료를 말한다. 젓갈을 숙성시키면 만들어지는 조미료라고 할 수 있다. 생선장은 35% 내외의 소금을 더해 어패류의 부패와 단백질의 분해를 억제하여 짭짤함과 생선 단백질의 농후한 감칠맛을 훌륭하게 혼합한 만능 짠맛 조미료다.

     

    생선장은 동남아시아 메콩강 유역의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나라에서 시작되었다. 우기의 대량으로 잡히는 민물고기를 소금에 절여 생선장을 만든다. 장과 생선장은 머지않아 벼농사와 함께 중국으로 전달되었으며 7세기에 일본에도 전달되었다. 도루묵으로 만든 어간장, 오징어와 까나리를 사용한 앳젓, 가다랑어를 사용한 간장 등이 일본의 대표적 생선장이다. 일본에서는 맛을 내기 위해 생선장에 소금뿐 아니라 만능 발효 곰팡이인 누룩을 첨가하였다. 예를 들면 두루묵에 소금, , 누룩, 심지어 마늘과 순무, 유자, 다시마까지 첨가하여 나무통에 넣어 뚜껑을 닫고 무게를 올려 3년 정도 숙성시키면 생선의 비린내가 제거되고 훌륭한 짠맛이 완성된다. 일본에는 간장 문화 이전에 독특한 향을 지닌 생선장 문화가 존재하고 있었다.

     

    인구 10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로마 제국의 수도 로마에는 보존을 위해 소금에 절인 사르데냐의 정어리, 시칠리아 섬의 참다랑어, 흑해의 숭어, 이집트에서 잡은 생선 등 다양한 종류의 생선이 지중해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소금에 절인 생선은 맛있는 음식이자 동시에 약으로도 여겨졌다. 로마인은 소금에 절인 많은 양의 생선을 유통해 큰 이익을 얻었는데 처리 후 남겨진 생선 부스러기에 작은 물고기와 소금을 추가하여 가룸이라는 생선장을 만들었다. 이는 최초의 젓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가룸을 숙성하면 코를 찌르는 악취가 따르지만 요술 지팡이처럼 요리의 맛을 훌륭하게 바꾸는 짠맛 조미료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가룸은 소금물에 멸치 등의 생선과 새우를 넣고 2개월 동안 발효와 숙성 여과시켜 만든다. 로마인은 건강에 필요한 모든 성분이 가룸에 함유되어 있다고 생각하였으며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여 만능 약으로 이용하였다.

     

    지중해 각지에서 발견된, 가룸의 결정이 달라붙은 암포라(몸통이 불룩한 긴 항아리)를 통해 가룸은 기원전 5세기경부터 조미료로서 지중해를 오갔다고 추측할 수 있다. 가룸은 멸치류의 작은 물고기, 또는 청어의 내장을 소금에 절인 후 햇볕을 쬐어 부패시키고 향기로운 풀을 바짝 졸인 액체를 넣어 걸쭉해진 액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여과시켜 완성한다. 가룸 3방울로 요리한 맛은 완전히 바뀐다. 감칠맛과 짠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로마인은 요리에 소금을 뿌리는 것보다 몇 방울의 가룸을 더 선호했는데 그들은 고기와 생선뿐만 아니라 과일에도 가룸을 뿌렸다.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의 지중해 연안에 가룸 업자가 집중되었는데 7-8세기에 걸쳐 이슬람교도의 대정복 운동으로 지중해가 이슬람의 바다로 바뀌자 그리스도교 세계의 중심이 아랍 이북의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가룸의 사용이 급속도로 쇠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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