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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칠맛을 내는 발효는 맛의 대혁명을 가져왔다
    아들을 위한 인문학/맛의 세계 2024. 3. 7. 03:17

     

    발효는 맛의 세계를 혁신하는 엄청난 발견이었다 발효에 의해 맛의 세계는 범위가 넓어지고 깊이는 깊어졌다. 인간에게 발효는 유익한 부패이다. 식품의 부패는 미생물에 의해 일어나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며 일상생활의 어느 곳에서도 존재한다. 발효란 인류에게 유용한 작용을 하는 곰팡이, 효모, 세균 등 미생물의 이로운 분해작용을 통제하는 미시적 세계에서의 현상이다 부패와 발효가 무엇인지 몰랐던 시대에는 방치된 식품을 먹고 복통과 설사가 일어나는지 여부에 따라 유용한 발효과 해로운 부패를 식별했다. 부패한 식품을 용기 내어 먹어 보고, 냄새와 외형은 나쁘지만 맛은 더욱 좋아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맛의 세계가 확장되었다. 미생물이 가진 효소의 작용으로 새로운 감칠맛과 향미가 올라온다는 사실을 이해한 것이다. 발효는 자연계의 흔한 현상이지만 미묘한 단계에서 발효를 멈추면 맛의 깊이와 복잡함, 감칠맛이 더해진다. 무엇이 발효식품이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주관적인 미각이었다.

     

    자연계에서는 포도, 야자, 벌꿀 등 당분이 많은 식자재가 자연상태로 발효하기 쉬웠기 때문에 맛의 세계에는 일찍이 와인, 야자주, 벌꿀술이 등장했다. 발효는 농업보다 더 역사가 깊은 것이다. 어로와 유목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짧은 기간에 대량으로 수확한 생선과 고기를 부패로부터 지키기 위한 방법이 굉장히 큰 과제였는데 이로 인해 소금을 활용한 보존법이 연구되었다. 식자재의 발효를 소금으로 통제하려고 한 시도가 젓갈, 생선장, 절임 등 새로운 짠맛의 세계를 탄생시켰다. 소금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건조, 훈증으로 부패를 억제하고 미생물의 작용을 통제하였다. 또 염소나 양, 소의 우유도 유산균의 작용으로 요구르트나 치즈로 가공되었다. 보리, 밀 등을 먹는 사람들은 그 딱딱한 껍질을 제거한 가루로 빵을 만들었는데 재워두었던 생지에 우연히 효모가 혼입하게 되면서 발효 빵이 탄생하였으며 빵에 타액이 첨가되면서 맥주로 바뀌었다. 쌀과 조를 먹는 사람들은 취사한 밥에 생긴 곰팡이 가운데 누룩이라는 유용한 곰팡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술과 장을 만들었다

     

     

    미생물은 적절한 환경이 주어지면 생존과 번식을 위해 활동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발효라는 저서에 의하면 발효 직전의 포도껍질에는 1g당 대략 10만개의 효모가 있는데 발효가 일어나고 24시간이 되었을 때는 효모가 약 400배인 4천만개 그리고 48시간이 되었을 때는 약 2천배인 2억개로 증가한다. 포도주 발효가 대표적이다. 발효는 술, 장, 된장, 간장, 식초, 치즈, 요구르트 등 친숙한 식품들을 식탁에 제공하여 짠맛, 단맛, 신맛, 쓴맛을 다양화하였다. 현재 세계적으로 1천가지 이상의 발효 식품이 존재한다고 한다. 발효의 세계를 제외하고는 맛의 세계사를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발효식품 가운데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건어물, 매실 절임, 채소 절임 등을 요리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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