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와 진과 당나라의 도읍지로 황허강 중류, 중원지역의 중심지 장안

 

지금은 충칭이나 상하이 등 양쯔강 유역의 도시들이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고대부터 중세까는 황허강 중류 즉 중원지역의 도시들이 역사의 주요무대였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장안이다. 장안 일대는 황허강의 지류 웨이수이강이 흐르는 분지다. 최초로 이 지역을 수도로 삼은 나라는 주나라이다. 기원전 11세기경 주왕조는 장안(현재 시안시 서남쪽)근처에 수도를 정했는데 지리적 환경이 군사적 경제적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북쪽을 흐르는 웨이수이강과 남쪽으로 이어지는 2500m 내외 높이의 친링산맥은 천연요새의 역할을 했고 비옥한 토질은 농업에 적합했다. 이후 주나라는 기원전 770전경에 황허강 중류지역의 고대도시 낙읍(허난성 뤄양시 서쪽)으로 천도했다 이 무렵부터 주나라는 급속히 쇠퇴했고 중국대륙은 기원전 3세기 후반까지 분쟁과 분열을 반복하는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한다. 당시 현재의 시안 북서쪽에 수도를 정한 전국시대에 강력한 세력을 형성한 전국 7웅 중 하나인 진나라다. 기원전 221년 마침내 역사상 최초로 중국 대륙을 통일했다

 

통일에 성공한 시황제는 부호 12만 가구를 셴양(함양)으로 이주시키고 인구를 늘려 도시를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셴양이 주나라와 유서 깊은 땅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어 웨이수이강 남쪽 연안에 아방궁을 건설했다. 이에 따라 도시 면적이 확대되어 웨이수이강이 셴양의 동서를 가로지르게 되었다. 시황제릉이 조성된 시기도 이 무렵이다. 20세기에 진시황제 주변에서 수많은 도제 인마상과 병마용이 발견되었다. 시황제가 사망한 후 진나라는 15년만에 붕괴했다. 셴양은 진에 의해 멸망했던 초나라의 장군 항우에 의해 초토화되었다. 이어 초한전쟁에서 항우에게 승리한 농민 출신 유방은 한왕조를 세우고 수백 년간 이어온 동주의 옛 수도 낙양에 수도를 세우고자 했다. 하지만 신하들의 반대로 웨이수이강 남쪽으로 확장한 셴양 자리에 수도 장안을 건설했다. 진나라 시대 옛 지명에서 유래한 장안의 이름은 영원히 평안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영원한 도시를 의미하는 것이다

 

기원후 1세기가 되자 정치 실권을 장악한 외척 왕망이 한나라를 멸망시키고 신나라를 건국했다. 하지만 신나라는 반란으로 곧바로 무너졌고 동란을 수습한 유수(광무제)가 후한을 건국하여 낙양을 수도로 정했다. 신왕조 말기 내란으로 폐허가 된 장안은 후한시대에 점차 활기를 되찾았다. 후한 말 혼란기에는 권신 동탁이 어린 황제 헌제를 마음대로 주무르며 무작정 장안으로 천도를 감행했다. 동탁은 부하 무장들에게 참혹하게 살해되었다. 후한이 멸망하자 3세기 중반에 여러 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위진남북조를 맞았다. 장안은 삼국시대에 위나라의 주둔지가 되었고 주로 북방민족이 세운 왕조들이 난립한 5호 16국시대 그리고 남북에 왕조가 병립한 남북조시대에도 도성 역할을 했다. 남북조시대에 북주는 장안을 수도로 정했는데 황실의 외척이던 양견이 6세기에 제위를 양위받아 수나라를 건국했다 수문제는 자신의 작위였던 대흥군공에게 이름을 딴 대흥성으로 개칭하여 장안을 수도로 삼았고, 전한 시대부터 이어진 장안 도심에서 동남쪽으로 약 1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 새롭게 도시를 건설했다

 

옛 장안은 건축물의 노후화, 토양 염화현상으로 인한 생활용수 확보의 어려움, 저지대라는 지형적 조건으로 인해 자주 발생하는 수해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수도로서 조건이 좋지 않았다 또 이민족의 침입이나 인구증가에 대비해 군사와 치안 기능을 강화할 필요도 있었다. 그래서 친링산맥의 풍부한 물을 이용할 수 있는 구릉지대에 새로운 수도를 조성한 것이다. 옛 장안과는 대조적으로 대흥성은 계획도시로 건설되었다. 우선 중앙 북단에 황궁, 그 남쪽에 관청들이 늘어선 황성을 짓고 성벽으로 에워쌌다. 그리고 황성이 남단부터 폭이 약 150m에 달하는 주작대로를 남쪽으로 4km가량 길게 뻗게 했다. 동서 양쪽으로 시장을 설치하고 주작대로를 중심축으로 좌우가 완전히 대칭하는 거리를 건설했다 거리는 벽과 문을 갖춘 작은 도시와 같은 110개의 구획인 방으로 나누었고 그 안에 집과 사원 등을 건축했다. 또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정비된 거리의 외곽을 높이 5m정도의 성벽으로 에워쌌다. 또한 태양의 운행과 북극성의 관찰 등에 의해 방위를 측정하고 남북의 중심축과 궁성의 위치를 결정한 후 황성과 나머지 거리를 조성했다. 외곽 성벽 공사는 수나라 2대 황제인 수양제 시대에 시작하여 당나라 3대 황제인 고종때 비로소 완성되었다

 

거대한 도시를 건설한 이유는 수왕조의 기원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북조를 이은 수나라 황제의 선조는 수렵유목인인 선비족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족 황제가 다스린 남조는 한나라부터 이어진 중국 고전문화를 계승했다며 왕권의 전통성을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조를 무너뜨리고 남북을 통일한 문제는 수나라의 지배를 정당하기 위해 중국에서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사상을 담은 새 수도를 계획한 것이다. 문제는 대흥성 건설에 음양사상을 토대로 한 좌우대칭의 배치나 유교가 중시하는 경전 주례에 기록된 이상적인 도시계획 등을 반영하고자 했다. 남북의 중심축 위에 놓인 궁성은 그곳에 거처하는 황제가 질서의 근원임을 의미했다. 대흥성에서는 중앙 북단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북극성을 하늘의 중심으로 절대시한 사상 때문이라고 한다. 618년 수나라가 건국한 지 37년만에 멸망하고 고조가 당나라를 세웠다. 당은 대흥성을 그대로 이어받아 장안으로 이름을 바꾸고 수도로 정했다. 일본에서는 장안을 모방해서 교토를 만들었다는데 1/4의 규모정도였다

 

7세기에 당나라는 유목민 국가인 돌궐을 무찔렀다. 이를 계기로 서역 오아시스 도시를 정복하고 실크로드의 요충지를 확보했고 장안을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발전했다. 각국에서 조공사절과 수많은 상인이 모여들었다. 특히 이란계 사산왕조가 멸망했을 때 많은 페르시아인이 이주해와서 가서 지역에 거주지역이 따로 생길 정도였다. 장안에는 불교와 도교뿐만 아니라 조로아스터교, 그리스도교 일파 경교, 마니교 등 다양한 종교를 위한 사원이 건립되었다. 그중에 특히 많았던 사원은 절이다. 당나라 최전성기를 맞이한 현종 시대에 장안의 인구는 약 100만명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종에게 총애받던 양귀비를 등에 업고 양귀비 일족이 실권을 장악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안사의 난이 일어났고 급격히 쇠퇴했다. 755년에 시작한 안사의 난은 8년 후 진압되었지만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졌고 875년에 다시 황소의 난이 발생했다. 주전충은 낙양으로 천도를 주장하여 옮기면서 장안은 폐허가 되고 당나라는 멸망했다. 그리고 5대 10국시대를 맞이한다. 10세기 중반에는 북송이 여진족의 금나라에 쫓겨 남하해서 항저우시를 거점으로 남송을 재건했다. 이후 강남지역의 개발이 진행되어 중국의 경제의 중심은 장안 주변에서 동남지역으로 옮겨갔다. 송나라 시대 이후 장안은 지방 도시의 하나로 전락하게 되었다

 

1368년 주원장이 명을 건국한 뒤에 그의 차남이 옛 장안 일대를 통치했는데 그때부터 오늘날의 호칭인 시안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이름에는 원대의 안서성과 마찬가지로 서쪽지역을 편안히 한다는 의미와 바람이 담겨있다. 지금도 남아있는 서벽과 남벽에서 당나라 시대의 자취를 볼 수 있지만 동벽과 북벽은 명나라때 증개축한 것이다 현재 시안의 상징이 된 종루와 고루도 명나라 명대에 세워졌다. 1936년 시안사건이 일어났다. 당시는 공산당과 국민당이 계속 내전을 벌이던 시기였는데 국민당의 장쉐량이 장제스 총사령관을 감금한 뒤 내전정지와 항일전 참전을 요구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저항운동 즉 항일민족통일전선이 결성되었다. 이듬해에 시작된 중일전쟁 때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이 일본군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황허강을 인공적으로 범람시켰는데 이때 이재민 일부가 옛 대명궁 유적에 들어가 살기도 했다 현재의 시안은 중국 서북지방의 경제와 산업의 중심도시이자 산시엉의 성청 소재다 장안은 유서 갚은 역사를 품고 있는 중국 6대 고도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