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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육식동물의 생존 기반인 멸치에 대해서 알아보면
    아들을 위한 인문학/어류 2023. 8. 8. 04:07

     

    멸치는 청어목 멸칫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배는 은백색이며 등은 암청색이다. 위턱이 아래턱보다 길다. 멸칫과에 속하는 멸치, 웅어, 반지, 청멸도 위턱이 길다. 반면에 청어과에 속하는 밴댕이와 청어는 아래턱이 길다. 반지와 밴댕이를 구분할 때 이것은 매우 요긴하다. 멸치는 한 마리가 5천마리의 알을 낳는다. 수만개의 알을 낳는 다른 물고기에 비하면 적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몸집에 비하면 엄청난 양이다. 봄과 여름이 산란철이지만 겨울을 제외하고 1년 내내 알을 낳는다. 멸치는 산란 후 1-2일이면 부화해서 빠르게 자란다. 그 만큼 생식 주기가 짧다. 이는 생존전략으로 큰 물고기에게 잡혀먹기 전에 빨리 자라야 하며 개체수도 많아야 한다. 보통 물고기의 나이는 비늘을 보고 알아내지만 비늘이 없는 멸치는 이석 즉 귓속에 들어 있는 돌에 태어난 시기를 알아낸다. 멸치는 크기에 따라 세멸, 자멸, 중멸, 대멸이라고 구분하지만, 어민들은 일본어로 표현한 말에 익숙하다. 이는 일제강점기 수산업의 아픈 상처이다. 자산어보에 멸치는 추어라고 하고 속명은 멸어라고 했다. 성질이 밝은 빛을 좋아해 밤마다 어부들이 횃불을 밝혀 이들을 유인했다가 잡았다. 그리고 제주도나 남해에서는 정어리와 멸치가 부패하면 어비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멸치는 모든 해역에서 서식하여 다양한 이름이 존재한다. 겨울에는 제주도까지 내려갔다가 봄에는 연안으로 접근해 산란하고 여름에는 서해와 동해로 북상했다가 가을에는 남해를 거쳐 제주도로 내려온다

     

    멸치를 잡는 방법은 낭장망, 죽방렴 등 있고 낭장망은 수심이 깊지 않고 조류가 빠른 해역에 긴 자루그물을 넣어 멸치를 잡는다. 전남 진도, 해남, 완도, 전북 부안 등 남해와 서해 일부에서 많이 하는 멸치잡이 방법이다. 죽방렴은 경남 남해와 사천 일대에 남아 있는 500년을 이어온 멸치잡이 방법이다. 분기초망은 남해와 제주도에서 멸치를 잡을 때 사용하는 어법으로 특히 가거도의 멸치잡이로 많이 알려졌다. 함경도와 강원도 연안 어촌에서는 휘리망으로 멸치를 주로 잡았다. 기선 권현망은 어선 2척이 하나의 그물을 끌면서 중층과 표층에 있는 멸치를 잡는 방법이다. 그물은 멸치를 모으는 날개그물과 멸치를 가두는 자루그물로 이루어져 있다. 어군을 잡는 어탐선, 그물을 끄는 본선 2, 멸치를 삶아 운반하는 가공운반선 2척 등 선단에 30여명의 선원이 조업한다. 기선 권현망으로 잡은 멸치가 어획량의 2/3에 달한다. 유자망으로 잡은 멸치는 젓갈용인데 부산 대변항 일대에서 멸치털이로 유명하다. 낭장망은 잡은 멸치를 배위에서 삶은 것은 먼 바다에서 선단을 이루어 멸치를 잡는 방식이다가 지금은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어획량을 높이기 위해 포구로 가져와 멸치막에서 삶는다. 낭장망은 특성상 배 1척에 부부가 조업을 주로 한다

     

    시중에서 팔리는 멸치 중 가장 몸값이 비싼 멸치는 죽방렴 멸치다. 이에 대한 기록은 김겸광이 편찬한 경상도속찬지리지와 남해 현조에 나온다. 조선시대에는 대나무가 아닌 나뭇가지와 칡 등으로 발을 만들었고 일제강점기에 대나무를 사용했다. 이 어법이 남해군 지족해협 일대에서 이어지고 있다. 죽방렴은 적당한 수심과 조수 간만의 차이와 빠른 물살 등이 갖춰져야 설치할 수 있다. 지족마을을 사이에 두고 남해도와 창선도 두섬을 잇는 창선교가 있다. 다리 아래 양쪽에 서쪽으로 입을 벌린 채 멸치를 기다리는 죽방렴이 20여개가 있다 이곳뿐 아니라 삼천포 앞 신수도, 마도, 저도 사이에도 20여개가 있다 죽방렴의 원리는 단순한 함정 어법을 넘어선 과학이다. 둥글게 만든 발통 안쪽에는 대나무를 쪼개 미끄러운 겉대가 통 안쪽을 향하도록 촘촘하게 덧댔다. 물은 빠져나가지만 물고기는 비늘이 상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만들었다 발통에 달린 쐐발은 자동으로 썰물에 열리고 밀물에 닫히도록 만들었다. 이는 바다밑의 환경과 조류를 파악해서 만든 것이다.

     

    부산 기장 대멸치

    멸치하면 부산 기장을 얘기하는데 이곳의 멸치는 젓갈용으로 유자망으로 잡는 대멸이다. 1997년부터는 기장 대변항에서 봄철마다 멸치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일본 쓰시마섬 인근까지 나가 조업을 한다. 부산뿐 아니라 남해 미조항에도 유자항 멸치잡이 어선들이 있다. 정치망과 달리 유자망은 어장을 찾아 바다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경험과 운이 함께 따라야 한다. 유자망은 그물을 수면에 수직으로 펼쳐서 조류를 따라 흘려 보내 멸치가 그물에 꽂히게 해서 잡는 어법이다. 한편 신안군 가거도 멸치잡이 노래는 노를 젓고 그물를 당기는 고된 작업의 피로를 덜어주고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해 불렀던 대표적인 어로요다. 모두 9곡으로 엮어진 모음곡 형식의 노래다. 1곡은 멸치 떼 위에 그물을 내릴 때 소리 2곡은 그물 안에 든 멸치를 배에 퍼 담는 작업을 하며 부르는 술배 소리 3곡은 그물을 거두고 귀향 준비를 하면서 부르는 소리 4곡은 마을 어귀에 도착해 부르는 배치기 노래. 5곡은 노 젓는 소리 6곡은 진격 소리 7곡은 긴놋 소리 8곡은 자진 놋 소리 9곡은 귀향 소리다 특히 만경창파 노는 멸치, 우리가 널 모를 손가, 너는 죽고 나는 살자. 만경창파에 흐르는 재물 건진 자가 임자로세 우리 배 임자 재수 좋아 간데마다 만선일세. 우리 고장에 들어온 멸치 우리 배 망자로 다 들어온다며 어부들이 만선을 기대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로마 가룸
    멸치 어장

    경기충청 지방에서는 김장할 때 새우젓을 많이 사용하지만 전라도나 남해안 지역에서는 멸치젓을 많이 이용한다. 이외에도 동해안 지역에서는 꽁치젓이나 청어젓 제주도에서는 멸치젓이나 자리돔젓을 이용했다. 멸치젓의 역사는 로마시대 가룸이라 불렀던 발효생선에서 시작된다. 로마가 프랑스 지역의 갈리아를 점령한 이유가 바로 가룸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로마에는 액젓을 넣지 않는 요리가 없었다. 가룸은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당시 갈리아 지방의 항구가 액젓 생산의 중심이었다. 그곳의 바닷가에 작은 목욕탕처럼 생긴 구덩이가 멸치젓을 담갔던 곳이다. 참치와 고등어로 만든 가룸이 최상품이었고 멸치로 만든 것은 저렴해 서민들이 즐겼다. 지중해 연안 나라들의 안초비 소스의 원조가 가룸이다 또한 베트남 조미료인 느억맘이 있는데 멸치와 소금으로 발효로 만든 어장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멸치로 어장을 주로 만들고 국물도 멸치로 만든다. 한편 먹이사슬에서 멸치는 어업 생산량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플랑크톤이 해양 생태계의 기초라면 멸치는 바다 육식동물의 생존 기반이다 특히 2015년 낭장망 멸치는 슬로푸드 생물다양성재단의 맛의 방주로 등재되었다. 2015년 전통 멸치잡이 어법인 남해 죽방렴은 국가중요어업유산 제 3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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