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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을 품은 사랑의 도시인 남원에 찾아가 보면
    아들을 위한 인문학/국내여행 2022. 10. 29. 04:25

    남원의 중고등학교 중간고살를 춘향제 기간을 피해 치른다고 한다. 춘향제는 매년 음력 48일 전후로 개최된다. 한편 남원시의 슬로건은 사랑의 도시 남원이다. 춘향전이 대표적으로 떠오르지만 남원에는 금오신화, 흥부전, 최척전, 혼불 등 사랑을 다룬 여러 이야기가 스며들고 있다. 옛 남원은 섬진강 유역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주변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도시였다. 신라시대에는 광역시급에 해당하는 남원경이었다. 한편 춘향전은 작자와 정확한 창작시기는 알 수 없으나 예로부터 설화와 판소리로 전해지다 소설로 자리 잡았다고 보고 있다.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시, 창극, 영화, 드라마. 오페라, 대중가요 등으로 재해석되며 고전을 넘어 현대인들에게도 널리 소비되는 문학작품이 되었다.. 남원의 춘향제는 다른 축제와 달리 보여주기식이 아닌 마을 축제로 자리 잡았다. 낮 동안 열린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이 끝나면 광한루 근처 요천 변에 주막이 열린다. 각 주막 앞에는 마을 이름이 새겨진 깃발이 걸려 있다. 그리고 춘향제의 주막은 마을 주민들이 준비하고 그 마을에 살았던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내려와 오랜 친구와 가족들을 만나는 명절 같은 분위기이다 그처럼 지역민 중심 축제이다

     

    춘향제는 광한루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광한루원은 광한루, 춘향사당, 완월정, 월매집,, 오작교 등으로 이뤄진 큰 정원이다. 이중 광한루와 오작교는 춘향전에 등장하는 동시에 실제하는 건축물이다. 광한루는 명승 제 33호로 평소에는 일반인의 접근이 어렵다. 광한루의 연못에는 잉어 수십마리가 살고 잉어밥주기가 재미있다.. 한편 광한루 연못은 맑은 편인데 이는 요천 변에서 물을 끌어와 연못의 물을 순환시키기 때문이다. 남원은 춘향전 소설이 실재하는 세계로 재현한 곳이다. 그래서 남원에는 춘향묘가 있고 제사를 지내고 공연을 한다. 그리고 월매집도 있어 예전에는 막걸리도 팔었다고 한다

     

    만복사지는 고려 문종때 지어진 절터이다. 교룡산에서 내려온 기린봉을 뒤로하고 앞으로는 요천이 흘러 배산임수의 공간 배치가 나타나는 곳이다. 배산임수로 대표되는 풍수지리는 사상이다. 정유재란 때 왜구의 침입으로 불타 사라진 뒤, 지금은 절터로만 남아 있다. 만복사지에 남아 있는 당간지주와 석인상을 통해 옛 만복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당은 절에서 행사를 치를 때 문 앞에 내걸던 일종의 깃발이다. 거기에는 부처의 공덕을 기리는 그림을 그렸다. 당간지주는 깃발의 깃대를 받치기 위해 세운 버팀 기둥이다. 만복사는 김시습의 고전소설 금오신화에 수록된 만복사저포기의 배경이기도 하다. 남원에 사는 양생은 어느날 부처님과 저포놀이를 한다. 저포놀이는 나무로 만든 주사위로 승부를 다투던 놀이로 윷놀이와 비슷한 형태였다. 양생은 부처님과의 대결에서 이겨 배필을 소개받는데 만복사에서 이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 이후 여인의 거처로 자리를 옮겨 술잔을 기울이고 시를 주고 받으며 사흘간 즐거운 시간을 이어간다. 여인은 갑자기 시간이 다 되었다며 양생에게 은그릇을 선물하고 만복사 가는 길에서 자신을 기다리라고 부탁한다. 양생은 은그릇을 들고 기다리다 여인의 부모를 만나게 된다. 알고보니 그 여인은 왜구들에 의해 이미 죽은 처녀의 영혼이었다. 김시습이 금오신화를 남기고 떠난 뒤 실제로 남원 일대는 왜구의 침입으로 남원성이 함락되는 큰 피해를 겪는다

     

    교룡산성

    만복사지는 최척전이라는 고전소설에도 등장한다. 정유재란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작품이다. 남원은 하동, 구례, 곡성을 거쳐 광한루 앞까지 오는 섬진강 뱃길과 운봉에서 함양을 거쳐 진주까지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지였다 정유재란 당시 남원을 지키던 조선 관군은 교룡산성에서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지만 왜구에게 참패한다. 소설 속 최척은 정유재란을 겪으며 아내 옥영과 생이별을 당한다. 서로 생사를 모른 채 최적은 중국에서, 옥영은 일본에서 목숨만 부지한다. 가족들이 다시 만나 고향인 남원으로 돌아오는 여정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이들 부부의 두명의 아들을 낳는데 부처님의 점지를 통해 낳은 것이다. 남원에 돌아오는 과정 속에 교룡산성, 남원성, 만복사지가 모두 등장한다. 남원성은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헐린다. 남원성은 신작로가 생긴다

     

    남원성은 고을의 중심 역할을 했던 읍성이다. 수령이 집무실이었던 동헌, 수령의 생활공간인 내아,, 출장 온 관료들의 숙소인 객사 등 읍성의 주요시설들은 완전히 사라졌다. 남원성은 조선시대 많은 읍성에서 그런 것처럼 주례동관고공기의 원리를 따라 사각형으로 지어졌다. 따라서 남원성 내부였던 곳은 반듯한 사각형의 형태로 도로가 놓여 있다. 남원의 도로명을 보면 동문로, 서문로터리, 남문사거리 등 옛 성문의 이름을 간직한 장소가 여럿 남아 있다. 현재는 성문이 있던 자리에 석인상을 두어 이곳이 과거에 성문이 있었던 곳임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이 석인상은 만복사지의 석인상을 본떠 만들어졌다

     

    서도철길

    남원시 사매면의 노봉마을은 소설 혼불의 배경이 되는 장소이다. 혼불은 일제강점기 몰락해가는 양반촌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징병을 피해 만주로 떠나는 주인공 강모의 이야기와 상민들의 저항 등 당시의 시대 변화상을 남원 양반촌인 노봉마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노봉마을 근처에 자리한 서도역은 기차가 지나지 않는 폐역이다. 서도역은 익산과 여수를 오가는 전라선의 기차 역사인데 2002년 전라선을 개량하면서 현재의 서도역사로 위치를 옮겼다. 소설 속 인물인 효원이 강모네로 시집가던 날의 이야기가 이곳 서도역에서 시작된다. 최명희 작가는 서도역에서 종갓집으로 향하는 효원의 시집가는 모습을 우리식 전통 혼례의 모습으로 세세히 묘사했다. 거멍골은 양반들에 저항하던 상민들이 거주하던 곳이고 청호저수지는 양반의 권위를 상징하는 장소였다. 한편 서도역은 봄에 찾아오면 옛 철길 위로 등나무 꽃이 청아하게 피어 있어 인증사진 찍기에 좋다

     

    인월면과 아영면

    가을이 되면 남원에서 흥부제가 열린다. 흥부제의 배경도 남원이 맞고 이는 흥부가 사는 마을이 인월과 함양 가운데 있는 마을이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인월면 성산리에는 박첨지 설화가 있고 야영면 성리에는 춘보 설화가 있는데 이는 흥부전의 줄거리와 유사하여 자기 지역이 배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경희대 민속학연구소에 문헌 조사한 결과 아영면의 손을 들어주었다. 박첨지는 흥부보다 놀부일 것이 때문이라는 이유다. 놀부의 부정적 이미지로 이를 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자 고심 끝에 흥부가 어린 시절 놀부가 살았던 인월면에 함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니, 인월면은 흥부의 출생지로 아영면은 흥부의 발복지로 그 상징성을 나눠 가지게 되었다.

     

    백두대간이라는 말은 조선 영조때 실학자 여암 신경준이 신경표를 통해 정의한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산을 백두산에서 시작해 흘러 내려온 것으로 파악하는데 산줄기들이 끊이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백두대간에 표현된 산줄기를 산경이라고 한다. 산경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산맥과는 다른 개념이다. 산맥이 되기 위해서는 고도가 높고 연속성이 뚜렷해야 한다. 하지만 산경은 높이가 중요하지 않다. 물과 물이 갈라지는 곳이면 해발고도가 낮아도 산경이 될 수 있다. 산경의 특징이 잘 나타난 곳이 운봉분지다. 물과 물이 나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운봉에는 백두대간 생태교육전시관이 있다

     

    정령치 은하수

    남원에 뱀사골은 피서철에 딱 좋은 장소다. 깊은 산골짜기를 흘러 나온 풍부한 수량 덕분에 차갑다 못해 춥게 느껴질 정도다. 뱀사골은 적당한 깊은 수심에 넓은 공간이 있어 물놀이하기에 적합하다. 한편 남원 시내에서 차로 10분 들어가면 갑자기 국립공원 안내소가 나타난다. 지리산 등산로로 널리 알려진 뱀사골, 백무동 등에 가려면 한시간은 차로 가야한다. 구룡계곡은 지리산국립공원 서쪽 끝에 위치한다.. 구룡계곡은 시내와 가깝다는 이유로 남원 아이들의 훌륭한 피서지가 되었다. 더 맑고 깨끗하며 수량까지 풍부한 뱀사골 계곡이 있기는 한데 한시간 더 들어가야 한다. 남원은 피서지로 정령치가 있다. 정령치는 지리산 고개 중 하나로 해발고도 1172m의 고지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별자리 관찰지이다

     

    추어탕하면 남원이 떠오른다 사실 추어탕은 특정 지역을 한정하기 힘든 전국적인 음식이 되었다. 조리방법에 따라 전라도식, 경상도식, 강원도식, 서울식 등으로 구분된다. 남원추어탕에는 지리산의 맑은 물과 계단식 논 덕분에 미꾸리가 살기 적합해 추어탕이 발달하고 맛도 좋다고 소개했다. 남원의 다른 지경과 확실히 다른 점은 추어탕에 들어가는 재료에는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있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분명히 구분되는 종이다. 미꾸리는 수염이 짧고 미꾸라지는 납작하고 수염이 길다. 예로부터 추어탕 재료로 애용되는 물고기는 미꾸리였다. 자연상태에서 번식력이 더 강하기도 했고 맛도 미꾸라지에 비해 더 고소하고 좋았다. 물고기 양식이 보급되면서 미꾸리는 성어까지 2년이 되지만 미꾸라지는 1년정도면 충분하다. 대부분 추어탕이 미꾸라지를 선호했다. 그러나 남원시는 미꾸리 개발에 행정적 지원으로 미꾸리를 추어탕으로 사용하게 되어서 맛이 좋다고 한다

     

    남원시

    남원은 침식분지로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졌다. 풍화는 암석의 종류에 다른데 남원은 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바닥은 화강암으로 나타난다. 화강암은 편마암보다 풍화에 약하다. 제자리에서 부서져 약해진 화강암이 흐르는 빗물에 씻겨나가면서 고도가 낮아져 침식분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남원관광단지에는 남원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여기서는 남원분지를 다 조망하기에는 너무 크다. 시내 가운데로 흐르는 하천은 요천이다. 섬진강의 지류 하천으로 장수, 남원을 거쳐 곡성에서 섬진강과 합류한다. 한편 남원 전망대는 마지막으로 해질녘을 볼 수 있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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