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씨앗 한 톨에서 문명을 탄생시킨 인큐베이터 밀 등 볏과 식물은 어떻게 진화했나
    아들을 위한 인문학/음식 2022. 2. 25. 04:04

    나무와 풀

    <나무와 풀 중 더 진화한 쪽은>

    식물은 크게 나무와 풀로 구분할 수 있다. 나무와 풀 중 더 진화한 형태는 나무이다. 양치식물에서 종자식물로 진화한 식물은 여기서 진화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목본식물(나무)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고대 지구는 식물이 광합성을 하기에 적합한 환경이었다. 주된 이유는 기후가 온난하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기 때문이었다. 식물은 자라면 자랄수록 다른 경쟁자에 비해 광합성을 하는데 유리해진다.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식물은 햇빛을 마음껏 사냥하며 더욱 거대한 나무로 자랐다. 그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탄탄한 껍질을 가진 나무로 진화해갔다. 그러나 한덩어리였던 대륙이 여러개의 대륙으로 갈라지는 백악기에 들어가자 동식물은 각자 생존에 적합한 땅을 찾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식물은 거대한 나무의 외피를 버리고 작달만한 풀로 자기 변신을 꾀한 것이다. 여기에 대해 공룡 트리케라톱스는 다른 공룡에 비해 목이 짧고 다리도 길지 않은 존재가 변했다. 이처럼 풀에서 나무로 다시 나무에서 풀로 진화하여 식물은 변했다

     

    <외떡잎식물이 쌍떡잎식물보다 더욱 더 진화하고 발달한 형태인 이유 >

    나무에서 풀로 진화한 첫 번째 식물이 외떡잎식물이다. 쌍떡잎식물은 줄기 단면에 형성층(부름켜, 부피와 생장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관다발이 있는데 이는 물관부와 체관부로 이루어진 고리 모양이다. 이와 반대로 외떡잎식물에는 형성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비록 구조는 단순하지만 알고 보면 더욱 진화한 형태는 외떡잎식물이다. 외떡잎식물의 떡잎 한 장은 본래 두장이던 떡잎이 붙어서 된 것이다. 형성층처럼 견고한 구조를 갖추려면 우선 줄기가 두꺼워져야 하고 식물자체도 크게 성장해야 한다. 속도를 중시하는 외떡잎식물은 아예 형성층을 만들지 않았다. 이밖에도 외떡잎식물은 잎맥이 평행을 이루고 뿌리가 수염처럼 길게 뻗어있는 특징을 보인다.

     

    <초식동물과 두뇌싸움을 벌이는 영리한 볏과 식물 >

    볏과 식물은 외떡잎식물 가운데 진화 수준이 가장 높은 종 중 하나다. 그 맨 처음 식물이 거칠고 메마른 초원에서 탄생하고 성장했다. 나무가 울창한 숲에는 많은 양의 식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초식동물이 살지 않는다. 대개 초식동물은 상대적으로 식물이 적은 초원에서 살아가며 생존을 위해 한정된 식물을 두고 치열한 경쟁과 다툼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초원은 더 황폐해진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대표적으로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몸속에 독을 만들어 독으로 천적인 동물을 물리치는 방법이 있으나 볏과 식물은 독 대신 유리의 원리인 규소라는 단단한 물질을 몸속에 축적해 자신을 지키는 길을 택했다. 규소는 독 이상의 효과를 가지고 있고 흙속에 다량으로 녹아있지만 다른 식물들은 이것을 영양분으로 이용하지 않으므로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600만년전쯤으로 추정되고 이로 인해 상당수 초식동물이 멸종했다고 주장할 정도다 볏과 식물은 진화하기 전 다른 식물과 마찬가지로 줄기 끝에 성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초식동물이 줄기 끝을 먹어치울 경우 식물의 성장과 생존을 담보할 성장점까지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현명하게도 볏과 식물은 성장점을 낮은 곳에 만들기 시작했다. 줄기끝이 아니라 땅바닥에 닿을 듯 말 듯한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초식동물이 잎을 먹더라도 성장점을 건드리지 않아 계속 성장한다는 것이다

     

    <볏과 식물은 왜 자기 잎의 영양분을 스스로 없앴나>

    성장점을 낮은 곳에 두는 성장 방법에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미 존재하는 잎을 아래에서 위로 밀어 올리기만 할 경우 나중에 잎의 수를 늘려가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볏과 식물은 이 문제를 식물은 성장점 수 자체를 차근차근 늘려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일반적으로 볏과식물은 높이 자라지 않고 조금씩 줄기를 늘리며 지면 근처에서 가지를 서서히 확장해간다. 이 가지는 다시 새로운 가지를 늘린다. 이때 지면 부근에 있는 성장점이 증식하면서 밀어 올리는 잎의 수가 늘어난다. 결국 볏과 식물은 지면에 가까운 지점에서 잎이 빽빽하게 돋아난 모양의 밑동을 형성한다. 볏과 식물의 여러 요소 중 인간의 식용으로 삼는 부위는 대개 종자 부분이다. 볏과 식물의 잎은 질겨서 동물이 먹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볏과 식물은 포식자가 먹을 수 없도록 잎의 영양분을 아예 없애버렸다. 이처럼 볏과 식물의 잎은 질기고 소화가 잘되지 않는 데다 영양분도 적어 동물 먹이로 적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볏과 식물의 은밀한 공격에 대한 초식동물의 역습>

    초원의 초식동물들은 볏과 식물을 먹지 않으면 생존하지 어려운데 그 볏과 식물이 포식자인 초식동물이 자신을 뜯어 먹지 못하게 방해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볏과 식물의 공격을 초원의 초식동물이 막아낼 차례였다. 이 동물들은 볏과 식물의 진화에 맞서서 어떻게 자신 변신을 꾀했다. 먼저 위의 변화였다. 초식동물들은 진화를 통해 4개의 위를 갖게 되었다. 그 네 개의 위 중에서 인간의 위처럼 소화,흡수를 담당하는 기관은 네 번째 위뿐이다. 나머지 세 개의 위는 제각기 다른 역할을 담당한다. 첫 번째 위는 부피가 커서 먹는 풀을 저장하고 미생물 활동으로 풀을 분해해 영양분을 만드는 발효조 역할도 맡는다. 두 번째 위는 음식물을 식도로 돌려보내는 되새김질을 한다. 소가 풀을 먹은 후 바닥에 배를 깔고 앉아 우물우물 입을 움직이는 것은 되새김질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세 번째 위는 음식물의 양을 조절해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위로 돌려보낸다. 이처럼 소과 동물은 볏과 식물을 전처리하는 과정을 거쳐 잎을 부드럽게 만들고 미생물 발효로 영양분을 생성한다. 반추동물에는 염소, , 사슴, 기린 등이 있다. 말은 위가 하나이고 그대신 맹장이 발달해서 미생물이 식물의 섬유질을 분해한다. 한편 영양분이 적은 먹이를 먹고사는 동물이니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아야 이치가 맞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내장기관의 발달로 최대한 많이 먹어야 하고 몸속에 보유하기 위해서는 부피가 그 몸이 필요하게 되었다

     

    <초기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한 돌연변이 밀 씨앗 한톨이>

    오늘날 인류의 주요 식량으로 이용되는 밀, , 옥수수 같은 곡물들은 볏과 식물의 씨앗이다. 인류 식량으로 활용되기에는 녹록하지 않았다. 이는 탈립성에 의해 식물이 자신의 몸에서 씨앗을 땅에 떨어뜨림으로써 번식 가능성을 높이는 고유의 성질을 말한다. 대다수 야생식물은 씨앗이 여물면 뿔뿔이 흩어지게 한다. 놀랍게도 해결책은 돌연변이 밀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일립계 밀은 석기시대 때부터 인류가 재배해온 작물로 선조 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것은 바로 씨앗이 땅에 떨어지지 않은 돌연변이를 일으킨 밑동을 발견한 일대 사건이다. 아주 낮은 확률로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비탈립성을 지닌 돌연변이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는 인류에게는 큰 호재로 축복이었고 농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농업은 왜 척박한 환경에서 시작되었을까>

    풍요로운 자연환경에서는 농업을 발전시키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 숲에서 나는 과일이나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가 풍부한 남국의 섬에서는 힘들게 노동하지 않아도 굶주릴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농업은 먹고살자면 고된 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농경을 시작한 지역은 메소포타미아로 보고 있다 그곳은 식물이 성장하기 어려운 사막지대이다. 그런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땅에서 인류는 농업을 시작했다. 척박하더라도 농경하기에 적합하므로 거기에는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이 흐르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고 부른 곳에서 농사를 지었다. 그곳은 비록 삼림이 풍부하지는 않아도 사막 한 가운데에 비옥한 토지를 보유한 지역이다. 그리고 농업을 기반으로 찬란한 문명을 이루었다

     

    <인류가 볏과 식물을 이용해 살아남는 영리한 전략으로 목축>

    인류는 자연환경에서 몸을 가려줄 변변하 털도 없고 다른 동물처럼 빠르게 달리지도 못하고 날카로운 이빨도 없고 나무도 잘 타지 못한다 생존을 위한 무기를 거의 갖추지 못한 인류에게 초원 생물은 더욱 더 힘들 수 밖에 없었다. 인류는 그처럼 척박하기 그지없고 비우호적인 환경조건에서 효과적인 진화를 이뤄내야 했다. 냉혹한 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 한가지 생존기술을 터득하였는데 바로 농업이었다. 가축을 사육하는 목축이 발달한 지역은 농업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이다. 목축에 생존을 위한 인류의 영리하고도 영악한 전략이다. 목축에 눈을 뜨기 전 인류는 야생동물을 사냥하여 그 고기로 영양분을 보충하고 목숨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사냥 대상이던 소나 양, 염소 등의 초식동물을 사육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인류는 언제든 자신이 원할 때 고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 동물을 잡는 즉시 죽여 소비하지 않았다. 대신 키우고 번식시켜 젖을 짬으로써 좀 더 효과적으로 영양을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축산업은 볏과 식물의 줄기와 잎을 식량으로 삼기 어려웠던 인간이 초식동물을 사육하며 볏과 식물을 먹이고 그 동물을 식량으로 삼는 현명한 전략이었다.

     

    <볏과 식물이 탄수화물을 주 영양분으로 삼은 까닭>

    볏과 식물은 인류가 식량으로 삼기에 적합하다. 그 씨앗이 자기 몸을 대부분 탄수화물 형태로 저장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씨앗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은 씨앗이 싹을틔울 때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영양분이다, 물론 식물의 몸체를 만드는데 필요한 영양분인 단백질도 있고 지질도 발아를 위한 에너지원이 된다 지질이 풍부해 옥수수기름의 원료로 쓰이는 옥수수는 성장이 빠르고 알갱이가 굵다. 이처럼 많은 식물이 씨앗 속에탄수화물뿐 아니라 단백질과 지질도 지녔다. 볏과 식물은 척박한 환경 속에 살아가기에 영양 수급면에서 여유가 없고 빠듯하다. 그런 까닭에 이들은 광합성으로 얻은 탄수화물을 그대로 씨앗에 저장한 뒤 틔울 때 그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성장하는 소박하고도 현명한 생애 주기를 설계했다. 즉 볏과 식물은 다른 대형 식물과 경쟁하며 성장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몸집이 커지면 초식동물이 먹잇감이 되기에 십상이기 때문이다. 볏과 식물은 굳이 씨앗에 단백질을 비축하거나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지질을 저장해둘 필요가 없다 결국 볏과 식물은 씨앗에 탄수화물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탄수화물의 포로가 되어 중노동의 험한 길로 들어서다>

    볏과 식물이 함유한 탄수화물을 천천히 씹으면 침의 효소 작용으로 인해 탄수화물이 당으로 변한다. 인간을 매혹하는 이 단맛은 포만감뿐 아니라 도취감과 행복감도 준다. 그래서 인류가 곡물에 포로가 된 것이다. 인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식량을 확보하는 이점을 누리는 대가로 힘든 노동을 감내해야 했다. 농업은 인류에게 단지 식량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차원의 혜택을 넘어 다른 부산물도 챙기게 해주었다. 종자의 활용으로 부의 창출이 생겼다. 씨앗은 곧 바로 부패하지 않으며 기나긴 잠에 빠져 썩지 않고 생명을 유지한다 이것이 바로 씨앗이 속성이다

     

    <농사의 시작과 함께 무한경쟁의 쳇바퀴를 돌리는 경주로에 들어선 인류>

    인간이 섭취할 수 있는 곡물 양에는 한계가 있지만 농업으로 얻은 부에는 한계가 없다. 농사를 짓는 규모가 커지고 수확량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되었고 그만큼 권력도 강해졌다. 곡물이 단지 생존을 훨씬 뛰어넘어 막대한 부를 안겨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점점 더 열광적으로 부를 추구하면서 농사에 열을 올렸다. 농업의 안겨주는 이점에 빠져든 인류에서 농업을 그만두고 수렵과 채집, 어로로 삶을 영위하는 시절로 돌아가는 선택지는 없어졌다. 인류는 무한경쟁의 쳇바퀴를 돌리는 경주를 시작한 것이다. 인류는 농업을 기반으로 인구를 꾸준히 늘려 마을을 만들었다. 마을이 모여 점점 더 커진 국가를 형성하였다. 이 시기에는 부를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자 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발생했다. 또한 부를 탐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부를 차지하기 위해 다툼을 벌였다. 이처럼 인류는 농업의 마력에 의해 무한경쟁의 세계에 빠졌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