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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하면 생각나는 이순신, 박경리, 백석, 다찌집에 대해서
    아들을 위한 인문학/국내여행 2021. 7. 3. 07:51

    통영에 가면 무엇보다 미륵산에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서면 아름다운 다도해가 내려다보이며 머리 위로는 바닷바람이 솔솔 흘러든다. 전망대에서는 섬으로 첩첩이 둘러싸인 아름다운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케이블카는 거의 2k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이순신은 이곳 통영에서 배로 30분 거리에 있는 한산도 앞바다에서 왜군을 유인하여 대승을 거두는데 그 전투가 임진왜란 3대 대첩을 꼽히는 한산도대첩이다. 조선군은 이 전투로 불리했던 임진왜란의 전황을 단번에 역전시켰으며 일본군의 수륙병진 계획을 무너뜨렸다. 통영은 한때 수군의 요충지여서 통영이라는 지명부터가 임진왜란때 이곳에 삼도수군통제영이 설치되면서 붙여졌다. 이 통제영이란 말이 줄어 통영이 된 것이다. 예전에는 충무라고불렸는데 이는 초대 통제사인 이순신의 시호 충무공에서 따온 말이다

     

    거북선은 명성에 비해 전해지는 정보가 많지 않은 수수께끼의 전함이다. 거북선은 임진왜란때 처음 발명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조선 초기 태종대에도 거북선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때는 외양이나 규모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임진왜란 때 사용된 거북선과 같은 배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는 거북선을 만들 재료를 모으거나 배에 설치된 대포를 실험한 기록만 남아 있다. 거북선을 누가 발명하고 설계하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난중일기라는 근사한 이름은 이순신이 직접 지은 것은 아니라 조선후기 정조대에 이순신의 글을 모은 이충무공전서가 출판됐을 때 이책의 편찬자들이 임진왜란 중 쓰여진 글들을 난중일기라 부르면서 이것이 이순신의 일기를 부르는 말로 굳어졌다고 한다. 난중일기는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깊은 속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가령 부하들과 즐겁게 술을 마셨다거나 꿈에서 한쪽 눈이 먼 말을 보았다거나 흰머리를 뽑으며 나이 든 어머니를 생각한 일, 피난을 가던 백성들이 자신을 보고 통곡하던 일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순신은 수군이라서 그런지 날씨정보는 빠짐없이 기록했다

     

    통영하며는 후배 문인뿐 아니라 통영 사람들에게도 자랑스러운 박경리가 있다. 그녀는 통영에서 자랐고 고향을 배경으로 김약국의 딸들을 펴내기도 했다. 이책은 대대로 약국을 운영하며 통영 유지로 살아가던 한 집안이 현대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몰락하는 이야기이다. 이외에 토지는 26년간 걸쳐 연재된 대하소설로 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700여명에 달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엄청난 스케일의 책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잘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악에 있어서 두가지가 있는데 나쁜제도가 빚은 악과 나쁜 개인이 만드는 악이 있다. 흔히 나쁜 제도를 운영하는 악인과 그들에게 희생되는 선한 사람들로 세계를 바라보지만, 사실 세계는 그렇듯 선악이 명쾌하게 나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토지에는 나쁜제도 속에서도 인간애를 발휘한 지주들과 나쁜제도를 더욱 악랄하게 활용한 지주들, 그리고 제도의 희생자이면서도 또 다른 지점에서 가해자가 되었던 소작농들과 꿋꿋이 불의에 저항한 사람들처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스물넷 청년이던 백석은 친구의 결혼식에서 만난 열여덟 살의 통영아가씨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이후백석은 난을 만나러 통영에 몇 번 찾아가지만, 길이 엇갈려 만나지 못한다. 대신 통영 시내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충렬사 돌계단에 앉아 하염없이 난을 기다렸는데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가 통영이다

     

    샘터엔 우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 - - - - - )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아서 나는 이 저녁 올 듯 올 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놓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 백석, ‘통영

     

    통영에 가면 다짜집이 있는데 이는 주점문화로 이곳에서 메뉴판이 필요없다. 자리에 앉으면 인원에 맞는 술상이 푸짐하게 차려지고, 술을 추가로 주문하면 그때마다 새로운 안주가 함께 나온다. 다찌의 어원에 대해서 다 있지라는 유래가 있고 일제 강점기에 일본 어민들이 많이 살았던 곳으로 도모다찌는 친구라는 의미로 친구와 술 한잔하는 가게를 다찌집이라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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