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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유에 대한 여러 이야기와 정신학자인 프로이트는 여자들이 직물을 짜는 이유
    아들을 위한 인문학/천과 옷 2024. 2. 16. 03:02

     

    2015년 구글의 비공개 연구 개발 부서 중 하나인 I/O에서는 컴퓨터 기능을 가진 특수 직물 바지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 특수 직물은 다양한 색채와 수많은 질감으로 만들 수 있으며 터치스크린 기능이 있어서 특정한 동작을 지시하거나 스마트폰 같은 도구를 통제할 수도 있다고 했다. 2년 후 컴퓨터 바지는 실생활에 사용하기 어렵다고 판정을 받았다. 대신 구글 I/O는 리바이스사와 제휴해서 데님 재킷을 만들었다. 재킷을 톡톡 두드리거나 문지르면 음악을 켜고 끄고 다음 곡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스마트폰이 재킷 주머니에 들어 있을 때만 조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런 스마트 직물이야말로 웨어러블 기술의 미래라고 평가했다. 이 미래지향적인 시제품에 붙여진 이름은 프로젝트 자카드로 19세기부터 비롯된 이름이다. 1801년 프랑스의 자카드는 복잡한 문양이 들어가는 직물을 대량생산하는 직기를 고안했다 그가 만든 자카드 방직기는 여러개의 구멍이 뚫린 카드를 이용해 기계를 조종하는 즉 프로그래밍 방식을 직물에 무늬를 넣었다. 이 구멍 뚫린 카드들은 독창적인 기술로 세월이 흘러 컴퓨터로 발전했다. 이 기술은 인구조사 통계를 기록하는데 사용하였는데 나중에 IBM의 전신이 되었다

     

    우리에게 알려진 것 중에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직물은 34,000년 전에 아마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천이었다. 아마, 양모, , 비단, , 모시로 실을 만들어낸 것은 기술의 승리였다. 실을 뽑아내려면 손을 놀리는 기술과 실패를 비롯한 도구가 필요했는데 이런 도구들은 세계 곳곳의 고대 유적지에서 수없이 발굴되고 있다. 까마득한 옛날에는 실로 밧줄이나 그물을 만들었다. 직기로 짜거나 압축하거나 바늘로 떠서 옷감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이 기술은 식량을 더 빨리 모아 멀리 보낼 수 있고 더 덥거나 추운 지방을 여행하며 새로운 거주지를 찾을 수 있었다. 직물생산의 모든 단계에서 생산자들은 실이나 직물로 교역을 했고 이 과정에서 세계에 퍼졌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만이 아니라 언어와 아이디어도 전해졌다. 교역이 이뤄진다는 것은 신용과 회계 기술이 정교하게 발전했다는 뜻이다. 즉 옷감 짜기는 돈벌이가 된다는 말이다. 직물생산과 판매로 축적한 부를 밑거름 삼아 르네상스 운동이 일어났다. 유럽에서 모직업에 종사했던 메디치 가문은 15세기에 은행을 설립하였다. 동쪽에서는 면직업 산업을 기반으로 무굴제국이 융성했다. 옥양목은 미국, 아프리카, 유럽 등으로 수출되는 상품이었다. 중국은 양잠업으로 비단 무역을 독점했다. 일본은 유니클로를 통해 히트텍이라는 인조섬유를 만들기까지 이어졌다.

     

    역사 속의 황금 손인 미다스 왕은 기원전 8세기 말 지금의 튀르키예 땅에 있었던 프리기아라는 고대국가를 다스렸다. 그는 그리스의 역사 기록에 등장하며 고고학 유물에도 흔적이 남아 있다. 그때 발굴된 물건들 중에 특별한 것이 하나 있었다. 2천개가 넘는 추가 각기 약 100m의 거리를 두고 줄지어 늘어서 있던 것이다. 화염이 베틀에 걸려 있던 직물을 삼켜버렸을 때 떨어진 추들이었다. 도시가 파괴된 시점에 100명이 넘는 여자들이 프리기아의 왕을 위해 열심히 옷감을 짜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미다스가 금을 뜻하는 단어라고 보았다. 그 밖에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찔리면 죽는다는 물레 바늘이 나오고, 독일 민화 속 사악한 숲의 정령 룸펠슈틸츠헨은 짚에서 금을 뽑아낸다. 이처럼 신화와 전설에 직물과 옷감 짜기라는 소재라는 소재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자들이 대부분인 한 무리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몇 시간에 걸쳐 반복적인 노동을 한다면 이들은 자연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서로에게 들려주게 된다. 실을 짜거나 옷감을 짜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의 아내가 옷감을 짜며 시간을 보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자들 중에는 자기가 쓰던 북과 실패와 함께 매장된 사람이 많았다. 그리스에서는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사람들에게 그 소식을 알리기 위해 집 대문 옆에 양털 한 움큼을 가져다 놓았다. 직물 짜는 도구와 여성성의 관계는 물건이 아닌 언어에도 녹아있다. 중국에는 남자는 쟁기질을 하고 여자는 베를 짠다라는 표현이 있다. 영어에도 실패가 있는 쪽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외가를 가르키는 말이다. 중국의 시경에는 누에를 치고 누에에게서 얻는 비단실로 실과 옷감을 만드는 일은 여자라면 당연히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기원전 3세기 인도의 행정 지침서인 아르타샤스트라는 직조는 남자들이 담당해야 한다고 엄격하게 규정한다. 여자들에게도 실 잣는 일을 허용하긴 했지만 그것조차도 과부, 불구자, 젊은 여자, 혼자사는 여자 등으로 국한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여신, 여왕, 노예에 이르는 모든 여성이 직접 실 잣기나 옷감 짜기에 종사했다. 독일에서는 남자가 말을 타고 나갔다가 실을 잣고 있는 여자와 마주친다면 그것은 불길한 징조로 그럴 때는 얼른 말 머리를 돌려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미신이 있다

     

    탄소섬유 응용분야

    프로이트는 여성의 기여를 낮게 평가했다. 여성이 발명한 기술이 딱 하나인데 그것은 실을 엮어 옷감을 짜는 기술이다. 프로이트는 여자들이 잠재의식 속에 있는 수치심과 성기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옷감 짜는 기술을 연마했다고 주장했다. 즉 여자들은 남자들이 자신을 쳐다볼 때 음경이 없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옷감을 짰다는 것이다. 한편 실을 뽑아내는 솜씨나 바느질 솜씨가 좋은 여자들은 비록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경제활동에 참가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노동은 주로 실내에서 이뤄졌다. 여기에는 여자들이 집안에서 옷감 짜기에 몰두하면 말썽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동시에 이 노동이 여자들에게 정당한 자부심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또한 바느질과 실 잣기 같은 직물과 관련된 기술은 여자들의 표현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실 잣기, 레이스 뜨기, 누에 기르기, 자수 등의 직물과 관련된 기술은 여자들에게 경제적 권력과 지위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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