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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로써 운명을 결정했다는 고대 그리스인의 신화를 보며
    아들을 위한 인문학/천과 옷 2023. 10. 24. 03:17

    운명의 여신과 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운명의 여신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었다. 신화에 나오는 운명의 여신들은 세자매로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반드시 찾아온다. 가장 강한 힘을 지닌 여신 클로토가 실뭉치를 손에 들고 운명의 실을 뽑아내면, 라케시스가 신중하게 그 실의 길이를 잰다. 그러고 나면 아트로포스가 그 실을 잘라내 아기가 언제 죽을지를 결정한다. 운명의 여신들이 결정을 하고 나면 인간은 물론이고 어떤 신도 그 결정을 바꿀 수 없다. 로마인들은 운명의 세 자매를 파르카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또한 천과 옷을 생산하는 일은 어느 시대에나 세계 경제와 문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류는 천을 만들어낸 덕택에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선사시대에 온대 지방에서는 옷감 짜는 일에 드는 시간이 도자기 굽는 일과 식량 구하는 일에 소요되는 시간을 합친 것보다 길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리넨을 귀하게 여겼다. 리넨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일상생활의 일부였을 뿐 아니라 고대 이집트인들의 옷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직물이었고 많은 사람이 아마 재배와 리넨 생산에 종사했기 때문이다. 또 리넨은 종교적 의미를 지닌 천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시체를 미라로 만들고 특별히 준비된 천으로 감싸고 보존하는 행위는 여러 세대를 거치며 전해진 다른 전통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인간의 육체를 신성한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역할을 했다. 또한 천이 있었기에 인류는 추운 지방에 거주할 수 있었고 여행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천이 없었다면 인류는 일부지역에서만 거주했을 것이다. 고급스러운 비단과 따뜻하 모직물이 비단길고 같은 교역로를 통해 거래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문명들 사이에 사상과 기술의 교환이 활발해지고 사람들이 오가게 되었다

     

    방직공장(산업혁명시대)

    실과 천을 생산하기 위한 정교한 수작업은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었다. 예컨대 18세기 중반 영국에서는 100만명이 넘는 여성과 아이들이 방적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이 버는 돈은 산업혁명 직전까지 빈공층 가구 가계소득의 1/3정도를 차지했다. 우리는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경제적 변동이 철이나 석탄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직물도 변화의 중요한 동력을 제공했다. 직물 중에서도 특히 면이 중요했다. 목화라는 식물과 그 목화로 만든 면직물은 국제적으로 거래된 최초의 상품이었다. 한편 천과 옷은 개인적인 성격을 띤다. 우리는 옷을 통해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보이기를 원하는가를 전달한다.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 회사는 유니폼을 입고 있으며 부하 직원들은 옷에 대해 상사의 취향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엘리자베스 1세

    사회적 계층은 항상 옷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또는 합법적으로 성문화된다. 구약성서에는 다음과 같은 색다른 금기사항이 나온다. 평신도들은 밭에 씨앗을 섞어서 뿌리면 안 된다. 리넨과 양모를 섞어 만든 옷을 입어서도 안된다. 이것은 도덕적인 이유가 있는 금기가 아니었다. 사제들의 의복에 리넨과 양모가 둘다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특별한 조합은 사제들에게만 허락하는 영예였다. 특정 계층에게만 특정 직물을 입을 권리를 주는 사치 금지법은 수천년 전부터 존재했다. 사치 금지법은 고대 중국, 고대 로마, 중세 유럽 등 서로 다른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1579년 잉글랜드에서는 귀족, 기사, 그리고 여왕 폐하의 시중을 드는 젠틀맨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은 영국에서 생산되거나 가공된 컷워크(레이스 바탕의 오래낸 자리에 무늬를 넣는 자수)라는 이름의 주름 옷깃을 착용할 수 없다는 법이 제정됐다. 엘리자베스 1세는 호화로운 장식을 이용해 권력을 과시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직물 그 자체를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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