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조선시대에 욕망을 먹고 사는 사기꾼인 편사에 대해서
    아들을 위한 인문학/조선시대 직업들 2022. 10. 24. 04:29

    세상에 이러한 인간들이 있을지 오래다. 간교함이 날로 심해지고 사기가 날로 들끓고 있다. 굶어서 죽은 시체를 업고서 밤에 남의 집 문을 열어젖히고 주인을 급히 부른다. 성질을 돋게 하여 서로 주먹질을 하는 데까지 이른 뒤에 비로서 큰 소리로 주인이 내 친구를 죽였다. 관가에 고발하겠다라고 한다. 주인이 영문도 모르고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서야 일이 겨우 가라앉게 된다 - 이옥 <성진사전> - 유익하고 졸렬한 사람이 억센 사기꾼에게 놀아나는 세상은 늘 있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역사에 기록된 사기건들은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에서 가격을 속이고 짝퉁을 진짜라 속이고 없는 죄를 만들거나 자기 죄를 남에게 덮어씌우고 각종 비용이나 투자금을 가로채는 등의 유형이 가장 일반적이다 조선시대에 사기꾼들을 편사라고 하였다

     

    광해군일기에 중앙 정부의 재정을 대상으로 한 사기 사건이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다. 지방에서 거둬들인 전세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사기꾼들이 명사의 이름을 사칭하여 빼 가는 일들이 상당히 빈번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18세기 후반 이후로는 이러한 기록들이 유독 자주 눈에 띈다. 정조는 초계문신들에게 당대의 폐습을 말하며 온 세상의 군중들이 내달리듯 거간꾼이나 사기꾼의 와중으로 빠져든 지 무려 몇 년이 되었는가 ?라고 한탄하기도 한다 풍속이 각박해서 사기꾼이 창궐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빈곤의 문제도 도사리고 있었다. 이옥의 성진사전에는 두가지 문제의식이 동시에 드러난다. 친구의 시체를 활용하여 돈을 뜯어내는 간교한 사기 사건을 예를 들어 세태를 비판하는 한편, 죽은 아이의 시체를 활용하여 부잣집 재물을 탈취하는 생계형 사기꾼이 동시에 등장한다.

     

    청구야담에 실려 있는 이씨 무인 이야기에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시골 무인의 전 재산 300냥을 한양의 사기꾼이 가로채는 사기 사건이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시골이 무인이 벼슬을 구하기 위하여 서울로 올라왔는데 눈앞에 병조판서의 사환이 나타났다. 무인이 건장한 노복을 데리고 좋은 말을 타고 오는 모습을 보고 벼슬을 구하기 위하여 지방에서 상경했음을 알아차린 사기꾼이 위장하여 접근한 것이다. 그러나 세상 물정에 어두운 무인은 사환의 갑작스러운 등장을 의심하기보다는 기회로 받아들였다. 사기꾼은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나리 행중에 지니신 것이 얼마나 되시는지요 ? 라는 물음에 바로 300냥이다라는 답을 하는 순간 무인은 사기꾼의 손아귀에 떨어진다. 사기꾼은 차근차근 그에게서 돈을 뜯어내기 시작한다

     

    사기꾼은 세명의 인물을 조작하여 등장시킨다. 첫 번째는 과부로 지내는 병조 판서의 누님이다. 그것도 매우 극진히 생각하여 웬만한 부탁이라면 들어주는 누님이다. 두 번째는 병조판서가 매우 신뢰하여 자문을 구하는 동료다. 세 번째는 병조판서의 애첩이다. 더욱 치밀한 것은 뇌물의 배정이다. 무인이 가진 돈이 300냥임을 확인한 사기꾼은 300냥에 맞게 작업을 한다. 병조판서의 피붙이로 조작된 인물에게는 애첩에게 쉰 냥, 그리고 무인의 외모를 꾸미는데 쉰냥, 250냥을배분한 것이다. 나머지 쉰냥은 무인이 서울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비용이다. 누가 봐도 완벽한 섭외 대상을 꾸며 내고 뇌물을 쓰되 무인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까지 마련했으니 무인이 사기꾼에게 넘어가는 게 당연했다. 사기는 테크닉이 아니다. 사기는 심리전으로 그 사람이 뭘 원하는 지 그사람이 뭘 두려워하는지 그것만 알면 된다. 이처럼 사기꾼은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화패로 전환시킬 줄 아는 전문가이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