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한 인문학/우리말 어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는 과일과 과실의 어감의 차이는 어떠한가

ybea12 2021. 9. 17. 02:57

과일이 과실의 음운적 변화에 의해 생긴 말이기는 하지만, 의미가 조금 다르다 가령 제철 과일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아요라든가 과일 좀 내갈까요의 경우에 과일을 과실로 바꾸는 게 어색하다. 과실은 한세기 전만 해도 널리 쓰였으나, 오늘날에는 주로 농학과 원예학 등의 전문분야에서나 쓰이는 말로 세력이 악화되었다. 그뿐 아니라 두 단어는 각각 의미 분화를 겪었다. 과실은 나무를 가꾸어 얻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로, 과일은 나무나 초본 식물을 가꾸어 얻으며 수분이 많고 단맛이나 신맛이 나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로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 정의가 옳다면 사과, , 포도, , , 바나나 등은 과일이기도 하고 과실이기도 하지만, , , 호두 등은 과일이 아닌 과실이며, 수박, 참외, 딸기 등은 과실이 아닌 과일이다. 그렇다면 머루나 다래처럼 저절로 나는 나무 열매는 과실도 과일도 아닌 열매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수박이나 참외는 과일이 아니고 채소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채소나 과실은 주로 농학 등에서 사용하고, 과일은 언중이 일상에서 사용하므로 서로 층위가 다른 말이다. 전자는 그 외연이 엄격하지만 후자는 범주의 경계가 느슨하고 모호하다. 따라서 수박과 참외는 일상어로는 과일이면서 전문어로는 채소인 셈이다. 토마토가 과일인지 채소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지만 이 역시 수박과 참외 부류와 동일하게 볼 수 있다.